질 나쁜 떨이제품 말고 소비자 경험을 팔아라
질 나쁜 떨이제품 말고 소비자 경험을 팔아라
  • 김미선 기자
  • 호수 13
  • 승인 2012.10.11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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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파트5] 소셜 없는 소셜커머스

소셜커머스는 유통지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소비자는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는 입소문 효과를 얻는다. 그러나 소셜커머스는 ‘양날의 칼’이다. 반값 출혈경쟁이 판을 칠 가능성이 크다. ‘소셜’은 없고 ‘반값’만 남은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의 문제점을 짚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김유미(30)씨. 그는 하루에 30분 이상 소셜커머스 쇼핑을 한다. 언제 어느 사이트에서 ‘대박 딜(Hot Deal)’이 나올지 몰라서다. 소셜커머스에서 딜이란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사이트에 올라왔음을 뜻한다.  그는 국내 유명 소셜커머스 앱(애플리케이션)이란 앱은 모두 다운로드했다. 매일 밤 12시 잠들기 전, 새로운 딜을 확인한다. 혹시라도 놓친 딜이 있을까 출근길 버스 안에서도 확인을 한다.

▲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에는 수많은 소비자가 몰리지만 정작 재방문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제품이나 서비스 값은 싸지만 질이 떨어져서다.
김씨가 가장 관심 있게 보는 딜은 ‘마사지’다. 잘만 하면 1만원대에 페이셜(facial) 마사지, 2만원이면 복부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만원 가까이 하던 서비스들이다.

문제는 서비스 질이 저렴한 가격을 따라간다는 거다. 마사지샵의 경우, 화려한 광고에 비해 내부시설이 허술할 때가 많다. 서비스 수준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사진에는 일대일 개인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해놓고 막상 가보면 일렬로 배치된 침대 위에 손님을 눕혀놓고 마사지를 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마사지가 끝나면 가게 주인은 좀 더 비싼 마사지를 권유한다. 소셜커머스의 마니아인 김씨도 ‘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많다.

# 서울 신림역 근처에서 마사지샵을 운영하는 신영미(30)씨. 여대 앞 유명 마사지샵에서 일했던 그는 탁월한 마사지 기술과 그간의 단골손님을 믿고 가게를 열었다. 피부에 좋다는 유명 브랜드 화장품을 모두 갖다 놓고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썼다.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외진 곳에 가게를 열어서인지 손님이 쉽게 늘지 않았다. 좌절에 빠져있을 때쯤 내로라하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연락을 해왔다. ‘가게 홍보’는 우리가 책임질 테니 ‘딜’을 진행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한 소셜커머스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한 싸게 올려야 ‘홍보’가 잘된다는 말에 10만원에 제공하던 서비스를 2만원에, 5만원 짜리 서비스는 1만원에 올렸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 거기에 수수료까지 합치면 팔수록 손해였다.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쿠폰은 300장 정도 팔렸는데 재방문 고객은 10%가 채 안 됐다. 두 달 정도 지나자 또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연락을 해왔다. “우리는 다르니 한번 믿어보라”고 했다. 영업사원의 말은 달콤했다. 전문작가가 사진을 근사하게 찍어서 홍보를 해준다며 그를 설득했다. 딜을 진행하고 매출이 크게 오른 곳도 많다고 했다. 귀가 솔깃해진 김씨는 한 번 더 거래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고가(20만원) 제품을 사용한 2회 마사지 쿠폰을 70% 정도 할인한 6만원에 내놨다. 결과는 참담했다. 총 판매 수량은 25개 정도. 수수료는 이전 업체(15%)보다 비싼 25%였는데도 결과는 우울했다.
그는 “아무리 할인을 많이 해도 1만~2만원대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게 요즘 소셜커머스 고객”이라며 “앞으로는 싼 제품을 써서라도 저렴한 서비스를 내놔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흔히 소셜커머스하면 ‘반값’이 떠오른다. 하지만 원래 뜻은 그게 아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뒤 경험을 공유하는 형식의 전자상거래.” 바로 이것이 소셜커머스다. 소셜커머스 개념은 2005년 미국 야후(Yahoo)가 만들었다. 당시 야후가 내린 정의를 보자. “소비자가 직접 상품에 별점을 매기고 장바구니(pick list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새로운 쇼핑방식’이다.”

▲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의 광고를 보면 대부분 '저렴한 가격'을 중심에 놓고 있다. 국내 소셜커머스는 진정한 의미의 소셜커머스가 아니다.
야후의 뜻을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자. 진정한 의미의 소셜커머스는 이런 구조를 띄고 있다. 일단 좋은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한다. 여기에 만족한 소비자가 입소문을 낸다. 입소문을 듣고 또 다른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구입한다. 하지만 국내 소셜커머스는 대부분 ‘반값’이나 ‘저렴’으로 통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국내 대부분의 소셜커머스 업체는 미국 최초의 소셜커머스 업체인 그루폰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하나의 딜을 올리고 일정 수에 미치지 못하면 거래를 취소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셜커머스에 제품을 올리는 기업은 싼값에 제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눈에 띄어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셜커머스의 저가공세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웬만한 할인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반값’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기존 시장가격에 ‘저항감’이 생긴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당연히 소셜커머스를 판로로 활용하는 업체의 수익구조가 나쁘다. 더구나 매출의 20~30 %를 수수료까지 소셜커머스 업체에 내야 해서 수익은 더 악화된다. 국내 소셜커머스에서 팔리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싸게 내놨는데 도통 팔리지 않으니 품질을 떨어뜨려 수익을 맞추는 것이다.

평상시 가던 음식점의 ‘반값딜’이 나와 반가운 마음에 구매했다는 한 소비자는 “원래 가던 곳인데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서인지 서비스와 음식 모두 엉망이었다”며 “음식 재료도 평상시와 달리 좋지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 마사지 업체 업주는 “1~2만원대 서비스에 좋은 제품을 사용한 마사지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순수하게 홍보 차원에서라면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소셜커머스 사용자의 경험 측정」이라는 논문으로 세계 3대 커뮤니케이션학회인 미국 AEJMC로부터 ‘올해의 논문상’을 수상한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는 “소셜커머스는 원래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 후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과는 달리 싼 물건과 서비스를 파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양대 쇼셜커머스업체인 그루폰과 리빙쇼셜은 공동구매와 ‘경험을판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사용자간 경험공유와 정보교환을 중시하는 반면 우리나라 소셜커머스는 싸게 파는 데에만 치중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미 소셜커머스업체인 리빙소셜에는 소비자가 상품 구매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구매상품의 링크를 올려 해당 링크를 통해 3명의 친구가 물건을 구매하면 상품을 무료로 주는 제도가 있다.

저가상품 판치는 소셜커머스

그루폰의 경우 상품 소개 페이지 오른쪽에 해당 업체의 리뷰로 바로 연결되는 링크가 있다. 두 업체 모두 소비자의 ‘경험’을 팔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싼 게 비지떡’이란 말까지 나오면서 소셜커머스가 이대로 가다가는 사라질 수 있다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동희 교수는 “최근 소셜커머스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모델의 온라인 상거래 모델이 나올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소셜커머스와 업자 모두 이윤창출을 위한 단기 서비스에만 집중하다보니 서비스 질은 낮아지고 소비자는 부정적 경험을 통해 결국 소셜커머스에서 멀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가 국내에 상륙한지 2년여가 흘렀다. 하지만 소셜커머스 업계 안팎에선 ‘싸게 더 싸게’라는 구호만 울려퍼질 뿐이다. 소셜셜커머스의 생명은 좋은 상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선순환적 구조’다. 무조건적인 가격 인하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내 소셜커머스에는 반값만 있고 소셜은 없다. 소비자의 경험을 팔아야 산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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