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공유업체 3社3色

대한민국 운수업에서 ‘공유경제’를 외치기란 쉽지 않다. 우버·카카오 등 잘나가는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기업들은 예외 없이 철퇴를 맞았다. 이번엔 스타트업 ‘타다’ 차례다. 강경하게 맞서고 있지만 위태위태해 보인다. 한국은 정말 공유경제의 무덤인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논란의 중심에 있던 세 회사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한국에서 차량 공유는 불법으로 간주된다.[사진=뉴시스]
한국에서 차량 공유는 불법으로 간주된다.[사진=뉴시스]

공유경제. 자신이 가진 물품·서비스를 남으로부터 빌려 쓰거나 빌려주는 식의 경제활동을 뜻합니다. 이제는 꽤 익숙한 용어가 됐지만 스타트업 사이에선 여전히 혁신적인 키워드로 꼽힙니다. 최근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한 스타트업의 상당수가 공유경제를 적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에어비앤비(집)’ ‘우버(차량)’ ‘라임(킥보드)’ 등 공유경제 모델로 성공한 기업들의 이름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죠.

그런데 유독 국내에선 공유경제 기업들이 맥을 못 춥니다. 해외기업 우버가 대표적입니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차를 빌려줄 수 있는 서비스 ‘우버X’로 2013년 3월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셌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우버X가 불법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사업용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은 유상으로 운송업을 할 수 없음). 쉽게 말하면 택시면허가 없는 일반인이 돈을 받고 남을 태워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후 국회는 택시영업을 하는 일반 차량을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우버 금지법’이었죠. 결국 2015년 3월 우버가 우버X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지금은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인 ‘우버 블랙’으로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공유경제 이슈가 재점화된 건 3년 뒤인 2018년 10월,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선보이면서부터입니다. 이번엔 불법이 아니었습니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출퇴근 때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차를 함께 쓰는 것인데, 법적으로 출퇴근 시간(오전 7~9시·오후 6~8시)에 한해서는 일반차도 유료로 운송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 57.9%가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리얼미터·2018년 10월 기준). 반대는 27.6%에 그쳤죠.

하지만 공룡 기업 카카오도 ‘벽’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택시단체들은 카카오의 택시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카카오가 다양한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모두 무산됐고 급기야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분신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에 치닫자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철회해야만 했습니다.

그렇다고 우버처럼 사업 자체를 아예 포기한 건 아니었습니다. 카풀앱 대신 택시 면허를 사들여 직접 운수업을 시작하기로 한 겁니다. 우버X·카풀앱 등 지금까지의 공유경제 모델과 딱 들어맞진 않습니다만, 적절한 교육절차만 거친 운전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유경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카카오 입장에선 나름 타협점을 찾은 셈이죠.

논란의 불씨를 이어받은 건 지난해 10월 출범한 스타트업 ‘타다’입니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가 인기를 얻자 타다도 도마에 올랐죠. 이 서비스의 핵심은 앱으로 차량을 호출한 고객에게 11인승 이상의 렌터카와 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것입니다. 타다는 우버·카카오의 발목을 잡았던 법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의 렌터카를 빌리는 경우에는 운전기사의 알선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파고들었습니다(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

문제는 타다가 운전자를 알선한 건지 근로자로 파견한 건지 분명치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후자일 경우 타다는 카카오처럼 고용한 운전자 수만큼의 택시면허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택시업계도 이 점을 들어 “불법 콜택시 영업을 하고 있다”며 타다를 압박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회는 타다가 적용한 예외규정인 시행령 제18조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타다는 택시면허를 사지 않고선 꼼짝없이 ‘불법기업’ 꼬리표를 달게 됩니다. 우버·카카오와 달리 타다가 꽤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을 반대하는 타다 이용자 7만8000명의 서명을 모아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타다 금지법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박재욱 VCNC(타다 운영사) 대표.[사진=뉴시스]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타다 금지법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박재욱 VCNC(타다 운영사) 대표.[사진=뉴시스]

세 기업 중 어느 곳이 시장을 선도할 것인가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모두 만만찮은 저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타다가 현재 당면 문제를 처리하는 게 늦어질수록 미리 노선을 갈아탄 카카오에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실제로 카카오는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11월 20일 기준 9곳의 택시회사를 인수했고 확보한 택시 면허만 832개에 달하는데, 그만큼 운영할 수 있는 차량이 많아졌죠. 12월 11일엔 승합차를 이용한 대형택시 ‘카카오T 벤티’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법인택시 기사들이 운전하는 것 빼고는 타다의 승합차 호출 서비스와 콘셉트가 거의 비슷해 두 기업 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타다도 믿기 힘든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재탑승률이 89%에 달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게 입소문을 탄 결과입니다. 그 덕분인지 서비스를 론칭한 지 1년 만에 125만명의 앱 가입자를 모았습니다. 지난 1월엔 500억원의 투자금도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한발 물러나긴 했지만 우버도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택시기사들에게 우버의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우버가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인 데다 북미지역에선 승승장구하고 있어 쉽게 한국 시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국내법과 경쟁 업계의 반발로 큰 진통을 겪었다는 것입니다. 대처는 저마다 달랐습니다. 우버는 사업에서 한발 물러났고, 카카오는 다른 사업 모델로 우회했지만 타다는 정면으로 맞서는 중입니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요? 어느 기업이 마지막에 미소를 짓게 될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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