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기하학

❶연진, Body series, 다양한 크기, 캔버스에 아크릴, 2019년 ❷연진, Dissolution, 72.5㎝×52.5㎝, 캔버스에 아크릴, 2019년
❶연진, Body series, 다양한 크기, 캔버스에 아크릴, 2019년 ❷연진, Dissolution, 72.5㎝×52.5㎝, 캔버스에 아크릴, 2019년

김연진이 표현하는 신체는 실제의 몸이 아니라 하나의 기호에 가깝다. 그는 “설명된 물체보다는 함축적 텍스트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그것들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 몸을 객체화해 설명하기보다 함축적ㆍ기하학적인 형상으로 기호화해 작품에 나타낸다.

연진 ‘FLOATING’전이 갤러리 도스 신관에서 개최된다. 작가는 물질화ㆍ기계화ㆍ정보화된 현대사회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출할 것인지 고민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주변의 친숙한 형태와 물질들이 지닌 상징과 기능을 해체해 확대하는 실험을 시도한다. 물질의 해체와 재정립 과정을 통해 인간을 기하학적 형태의 기호로 함축 표현하고 본질과 내면을 들여다본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일상을 정보로 변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세상이 물리적인 재료들뿐만 아니라 무형의 정보들로 구성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인간의 몸도 예술에서 그 자체로 물리적 소재나 재료였으나, 오늘날 여러 양상으로 해체됐다. 작가는 신체를 자아의 객체화된 재현물이 아니라 현대인들, 특히 도시에 익숙한 사람들의 타자화된 자아로 표현한다.

작가는 날 선 기하학적 도형을 화면에 구성하고 그 안에 인간을 구성하는 원소 기호 일부들을 텍스트로 가미한다. 사라져가는 고유한 존재감 속에서 인간의 이해와 도시와의 공존을 물리적ㆍ심리적 이미지로 새롭게 해석해 창의한다.

그의 작품 속에는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 주체와 몸, 몸과 세계, 자아와 타자 등의 관계가 순환해 존재한다. 작가는 이를 부유하는 방식으로 표출한다. 김연진의 작업은 화면에 구조를 만들고 정보요소들을 물성과 교차시켜 형이상학적인 이미지로 표현한다. 작가는 면과 색으로 이뤄진 단순한 조형미를 통해 외형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깃든 본질과 정신을 먼저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예리한 각과 선, 텍스트 등의 결합으로 표현된 인간의 몸은 새로운 시각적 경험이다. 작품은 순수 추상의 형태이지만, 외부세계의 치밀한 관찰이 바탕이 되기도 한다. ‘추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이중적 반영이라 할 수 있다. 
12월 3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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