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마리 토끼 잡는 공공구매의 ‘기술’ 
두마리 토끼 잡는 공공구매의 ‘기술’ 
  • 김다린 기자
  • 호수 369
  • 승인 2019.12.2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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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 특약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 맞춤전략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정부도 그랬다. 공공기관에 “사회적경제 제품을 우선 구매하라”는 제도까지 만들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냈는지는 의문이다. 그럴듯한 취지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어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사회적경제 기업과 공공기관이 활용할 만한 공공구매의 ‘기술’을 소개한다. 공공가치와 이윤, 이를테면 두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다.

사회적경제 분야의 기업도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판로를 구축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경제 분야의 기업도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판로를 구축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판로 구축은 상당수 기업의 난제다. 거래처가 확실한 대기업을 빼면 대부분 비슷하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고민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민간기업을 넘어서기 힘들어서다. 이들 기업이 공공의 가치와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필연적인 약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회적 약자나 장애인이 만들어 품질이나 서비스가 떨어질 것이란 편견까지 감내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관官’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관’에서 물품이나 서비스를 우선구매하면 사회적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제도도 있다. ‘사회적경제 공공기관 우선구매(우선구매)’다. 이는 공공기관이 물품을 사거나 용역서비스를 계약할 때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라는 지침이다. 혹자는 특혜라고 깎아내리고, 혹자는 민간기업의 역차별이라고 꼬집지만 우선구매는 합리적인 제도다.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의 이철종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우선구매제도는 거창한 지원을 바라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그저 공평한 기회라도 부여해 달라는 거다. 사회적경제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과 다르다. 이윤 중 일정 부분을 반드시 사회와 공유해야 하는 등 재무제표가 민간기업보다 나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서 완전경쟁하라고 몰아세우는 건 불공평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관’의 우선구매제도 성적은 어떨까. 겉보기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12조 2항에 따라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계획과 전년도 구매실적을 발표하는데, 지난해 실적은 1조595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1916억원에서 6년 만에 4배로 커졌다. 1조원을 넘어선 것도 2018년이 처음이다. 

정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정작 청와대의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 구매 비율은 1%를 밑돈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정작 청와대의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 구매 비율은 1%를 밑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한국조달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경제 기업의 63.0%는 우선구매제도를 통한 실적 효과를 ‘보통 이하’로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공공기관들이 지난해 구매한 46조7554억원어치의 물품 중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제품은 2.2%에 불과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100대 국정과제’로 삼았던 청와대마저 전체 구매액의 1.4%(2억9600만원)만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사들이는 데 썼다. 지자체의 구매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이마저도 5.8%에 불과했다. 

가로막힌 사회적경제의 판로

문제는 이 실적이 ‘인증’ 사회적기업의 구매제품만을 집계했다는 점이다. 마을기업ㆍ사회적협동조합 등 사회적기업보다 열악한 곳들까지 대상에 넣으면, 구매비중이 1%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체 왜일까. 

전문가들은 우선구매제도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일선 공무원들과 사회적경제 조직의 ‘이해 부족’을 꼽는다. 제도의 틀도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기왕이면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자는 대원칙을 세워놨지만 이는 원칙에 머물러 있다. 

예를 들어보자. 공공조달시장의 평가기준은 가격, 납품실적, 기술능력, 경영상태 등이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우선가치인 노동조건 개선, 고용안정, 공공 비전 달성 등은 평가대상이 아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경제의 기업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관’에 재량이 있는 것도 아니다. 법률이나 조례에 우선구매제도가 명시돼 있지만 상위법령인 국가계약법ㆍ지방계약법 등엔 사회적경제 기업 관련 조항이 없다. 당연히 구매담당 공무원은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우선구매제도에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판로지원법’ ‘사회적기업육성법’ 등의 법에선 ‘우선적으로 고려하라’는 지침만 명시해놨을 뿐이다. 물론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을 많이 구매한 공공기관은 경영평가에서 가점을 받지만, 그렇다고 감점도 없다. 

한 지자체 공공구매 담당자는 “취지에 공감해 사회적경제 기업과 계약을 맺으려고 해도 선례가 없다면 특정업체 봐주기 아니냐며 감사원에 불려가기 일쑤”라면서 “기존 사업자가 있는 영역이면 이들 사업자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우선구매제도가 뒷전으로 밀려선 안 된다. 이 제도를 통해 사회적경제를 육성하는 건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예컨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협동조합의 산출액 10억원당 취업유발계수는 전산업(12.9명)보다 훨씬 많은 38.2명에 이른다. 이중엔 민간기업이 고용을 외면하기 일쑤인 장애인ㆍ노인 등 취약계층도 상당히 많다. 공공영역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양질의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선구매제도를 잘 활용하면 사회적경제를 넘어 자본주의에서 기인한 후유증도 털어낼 수 있다. 대기업 계열사가 위탁운영하던 서울여성플라자의 시설(연수실ㆍ식당ㆍ웨딩홀)을 사회적기업이 맡아 경력단절여성과 청년장기실업자 등을 정직원으로 채용한 건 좋은 사례다. 

법엔 명시, 강제조항 아냐

안양시가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의 설립ㆍ운영권을 사회적협동조합에 맡긴 것도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했다. 이 시설이 생기기 전까진 장애아동을 둔 부모가 기관에 보내려면 3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서울시 광진구가 복사용지를 사회적기업에서 일괄공동구매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나비효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계약금액이 적더라도 공공기관 구매실적이 쌓이면 제2ㆍ제3의 판로를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기영 부천사회적경제센터장은 “지금은 민관 협력을 만들어가는 과도기”라면서 “윈윈 사례가 더 늘어나면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역량과 일선 공무원들의 인식도 점차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구매 실적이 껑충 늘었다고 자축할 때가 아니다.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는 길은 아직 멀다. 황폐해진 경제에 ‘나비’를 불러들이는 건 우리의 몫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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