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 회원권의 비밀
비싸게 구입한 회원권과 깜깜이 정보

A씨는 성수기에 원하는 숙박시설을 쉽게 예약하기 위해 큰맘 먹고 회원권을 샀다. 하지만 이게 웬걸. 성수기에 회원권은 무용지물이었다. 추첨에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성수기를 피해 리조트에 놀러갔을 땐 전망 좋은 방을 골랐다는 이유로 ‘웃돈’까지 요구받았다. 그러면서도 A씨는 왜 추첨에서 떨어졌는지, 경쟁률은 어땠는지 등의 회원권 관련 정보를 받지 못했다. A씨만의 문제일까. 당신은 회원권의 정보를 알고 있는가. 더스쿠프(The SCOOP)가 회원권의 비밀을 단독 취재했다. 

현행법에는 리조트사가 회원들에게 객실을 우선 제공하게끔 돼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행법에는 리조트사가 회원들에게 객실을 우선 제공하게끔 돼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여름휴가 기간, 숙박 예약이 쉽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던 김지성(가명)씨. 그는 휴가가 끝나자마자 리조트 회원권 판매자로부터 “회원에게 객실을 우선 배정한다”는 말을 듣고 리조트 회원권을 구매했다. 규모가 가장 크고 유명한 곳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브랜드는 대명리조트(회사명 대명호텔앤리조트)였다. 다양한 지역에 있는 직영 리조트를 반값에 예약할 수 있는 데다, 각종 이용시설 할인 등 편의도 제공받는 게 가능하니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김씨는 올 여름휴가 때 원하는 리조트를 이용하지 못했다. 회원이라도 성수기에 추첨제로 예약을 하는데, 추첨에서 떨어진 탓이었다. [※참고 : 추첨에서 떨어지면 다른 지역 직영 리조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원치 않는 리조트라면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 추석 연휴에도 같은 이유로 리조트를 이용하지 못했다.

김씨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운이 없었다’고 자위했다. 인터넷에서 해당 리조트의 객실이 비회원가에 판매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리조트 측의 추가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따져묻지 않았다. 그냥 다음 여행 때를 노리기로 했다. 하지만 여름휴가가 지나간 비성수기 때에도 리조트는 납득하기 힘든 조건을 내세웠다. 바다 전망 객실을 예약하려 하자 웃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리조트 측의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토로했다. “나는 회원인데도 (추첨에서) 떨어져서 해당 리조트를 이용하지 못했는데, 일부 비회원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전망이 좋은 객실에 ‘웃돈’을 붙이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회원권을 살 당시 가격은 기명인지 무기명인지 혹은 어떤 객실 타입인지에 따라 나눠져 있을 뿐, 전망에 대한 얘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회원이라도 바다 전망 객실을 선택할 땐 웃돈을 내야 한다면 모든 회원들이 죄다 산 전망 객실 회원권을 샀다는 얘기인가. 앞뒤가 맞지 않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이 문제를 제대로 짚어보려면 우선 콘도미니엄업을 하고 있는 리조트사의 회원제 운영구조부터 이해해야 한다. 리조트사는 ‘공유자(객실 지분을 영구 취득한 회원) 또는 회원(회원 신분만 일정 기간 임대한 회원)이 이용하지 않는 객실’만을 일반인에게 판매할 수 있다. 성수기에는 수요가 많으니 리조트사는 기간을 정해놓고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한다. 당첨되면 이용할 수 있고, 떨어지면 이용불가다. 당연히 인기 있는 지역의 리조트라면 객실은 금방 동난다. 

 

하지만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는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 이 객실은 어떻게 될까. 대명리조트 측에 따르면 추첨 탈락자에 한해 추가 예약을 받고 이후에도 공실이 생기면 일반인에게 비회원가에 판매된다. 인기 있는 리조트라도 일반인을 위한 빈 객실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리조트사들은 “추첨에서 떨어진 회원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빈 객실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현행법(관광진흥법 시행령)이 ‘회원이 이용하지 않는 객실에 한해서만’ 회원이 아닌 이에게 판매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어서다. 

웃돈 요구 기준 뭔가

여기서 중요한 건 회원들에게 추첨시스템에 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됐는지의 여부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조트는 추첨이 끝난 후 회원들에게 알려줘야 할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 김씨 역시 이런 정보를 받지 못했다.

사실 리조트가 회원들에게 알려줘야 할 ‘정보’는 숱하게 많다. 관광경영학 A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추첨경쟁률과 당첨자의 점수 등이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얼마나 많은 회원들이 경쟁하는지, 내 점수가 얼마인지, 향후 당첨 가능성은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다음은 회원권 구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참고: 회원권은 객실당 N분의 1로 나눠 판매하는데, 이처럼 나눠진 각각의 회원권을 구좌라고 한다.] A교수는 “1999년 관광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다양한 제한들이 풀렸기 때문에 리조트들도 관련 정보들을 세세히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무슨 말일까. 

시선을 잠깐 돌려 회원권 구좌의 연혁을 살펴보자. 종전에는 리조트사가 구좌를 쪼개 판매하는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게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1999년 관광진흥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이 개정되면서 회원 모집이 가능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객실의 10%는 분양이나 회원 모집을 하지 않고, 회원이 원하는 시기에 객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이 삭제됐다.

 

추첨에서 떨어진 회원이 이용하지 못하는 리조트 객실이 비회원에게 팔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사진=뉴시스]
추첨에서 떨어진 회원이 이용하지 못하는 리조트 객실이 비회원에게 팔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사진=뉴시스]

‘(리조트의) 전체 건설비 이내’로 제한했던 회원 모집 금액 제한 규정도 삭제됐다. 최대 회원수를 일정하게 제한하는 규정도 있었지만 이 역시 폐기됐다. 덕분에 리조트사는 ▲모든 객실을 대상으로 ▲원하는 금액대로 ▲연간 숙박일수 이내에서는 회원을 수에 제한 없이 모집할 수 있게 됐다.[※참고 : 법에 정해진 연간 숙박일수는 ‘365일÷객실당 분양(계획) 수 이내’다. 회원을 위한 규정 같지만 그렇지 않다. 리조트사가 연간 숙박일수를 특정하게 제한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분양 계획을 할 때부터 구좌수를 늘리면 된다.]

회원권 남발 문제도 심각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규제해제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리조트사는 회원권 구좌 현황 정보를 회원(혹은 회원권을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들에게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회원권을 남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 리조트 역시 거의 없다. 누가 내 구좌를 공유하고 있는지, 내 구좌에 얼마만큼의 회원이 있는지도 모른다.

리조트 회원권을 구입했지만 여름휴가와 여행을 다른 곳에서 보낸 김씨는 “회원권은 재산세도 내는 내 재산인데,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황당하다”면서 “리조트사는 진짜 주인(공유자)이 흩어져 있다는 점을 악용해 주인 행세를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한때 리조트 회원권을 구입했다 결국 재판매한 한 중소기업 대표 B씨는 “회원권은 회원권대로 팔아서 수익을 내고, 성수기엔 회원들을 제쳐두고 비싼 값에 비회원가에 객실을 판매해서 수익을 내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면서 또다른 문제도 꼬집었다.

“최근 상조회사 등 서비스업체들까지 리조트사의 법인 회원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들 상조회사는 자기 회원들에게 리조트를 사용 권한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금융으로 치면 일종의 파생상품이다. 그래서 실제 회원권 남발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런 회원들이 다 몰린다고 할 때 정식 회원인 이들이 과연 제 권리를 찾을 수 있겠는가.”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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