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 특약 
용역 구매 활용법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용역 입찰에서 사회적경제 기업은 고배를 마시기 일쑤다. 성과 중심의 경쟁에선 일반기업을 앞서기 어려워서다. 단기재무 성과 대신 지속가능한 공공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기업에는 골치 아픈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올리는 곳이 있다. 경로는 대부분 두개다. 묘수를 발휘한 ‘관官’이 사회적경제 조직에 기회를 줬거나, 사회적경제 조직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거나다. 더스쿠프(The SCOOP)와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가 공동으로 제안하는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 활용하기, 두번째편 용역구매편을 살펴보자.  

취약계층이 하는 사업은 서비스가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전문성을 갖추는 사회적기업이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취약계층이 하는 사업은 서비스가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전문성을 갖추는 사회적기업이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공기관의 막대한 자본력은 세금에서 나온다. 공공기관의 소비가 효율과 경제성만 따질 게 아니라 공공성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지금도 수많은 기관이 각종 용역을 민간에 맡기고 예산을 책정하지만, 공공성이 지켜지는지는 의문이다. 특정 사기업과 개인이 부를 축적하는 데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순을 해결할 키워드로 ‘사회적경제’가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경제 기업은 경제활동을 통해 양극화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물론 간단한 얘기는 아니다. 미화ㆍ시설관리ㆍ행사ㆍ연구 등의 용역사업은 규모가 작지 않은데, 이를 사회적경제 기업에 덜컥 맡기는 건 행정적 부담이 크다.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기업에 왜 맡겼느냐”는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몇몇 기관들은 현명한 방법을 짜내 공공성을 실현했다. 사례로 살펴보자.

■법 활용 잘한다면… = 서울시 양천구는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실적이 우수한 지자체 중 하나였다. 양천구는 구청 청소용역도 사회적경제 조직에 맡기고 싶었지만 난관에 빠졌다. 사업예산이 4800만원이나 되는 탓에 수의계약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방계약법상 2000만원 이상 일을 외부에 맡길 때는 공개경쟁입찰을 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데, 사회적경제 기업이 낙찰자로 선정될 가능성은 낮다. 일반 기업과 비교하면 눈에 보이는 성과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조례를 적용하면 2000만원 이상 사업도 수의계약이 가능했지만, 지방계약법이 지역조례보다 상위법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눈치를 봐야 했다. 이때 양천구가 발휘한 묘수는 ‘다른 법 적용하기’였다. 마침 여성기업지원법에선 “여성기업은 5500만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었다. 사회적기업이면서도 여성기업인 곳을 찾아 구청사 청소용역 계약을 성사시켰다. 사회적경제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이처럼 ‘적극적 행정’이 담보돼야 한다. 

■과감한 행정 펼친다면… = 성남시가 ‘생활폐기물 수집ㆍ운반 가로청소 청소대행 위탁사업체 선정’을 위해 내건 공고문을 보자. 연간 14억원 규모의 예산. 여기에 공개경쟁입찰이었다. 수많은 대형 청소업체가 군침을 흘릴 만했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시가 신청자격을 ‘성남시민기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성남시민기업은 조합원 70% 이상이 성남시민이고, 이윤의 3분의 2를 공익사업에 사용해야 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일반 사기업의 입찰 참여 경로를 틀어막고, 서비스에 따른 이익을 오직 시민과 나누겠다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성남시는 2011년부터 기존 청소대행업체를 시민기업으로 전환시켰을 정도로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도시가 전체 구매액 대비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비율 1위를 3년간(2015~2017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특별한 실적엔 언제나 특별한 전략이 있는 법이다. 

■전문성 갖춘 기업의 발굴… = 직원 대부분이 여성ㆍ노인ㆍ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인 사회적기업 위드플러스시스템은 인력파견 전문기업이다. 의료(간병ㆍ간호), 경비, 청소 등의 영역에 전문인력을 파견한다. ‘한국석유공사 울산가스전 시설경비(2 016년 1월)’ 등 공공시장뿐만 아니라 ‘서울나우병원 건물관리용역(2017년 5월)’ ‘청담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현재)’를 비롯한 민간시장에서도 활약이 돋보인다.

이는 위드플러스시스템이 ‘품질’로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사회적기업 중 최초로 특수경비업 인증을 받았다. 특수경비업이란 공항ㆍ항만ㆍ발전소를 비롯한 국가중요시설ㆍ방위산업체 등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파견인력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비판 받는 것 중 하나는 ‘의지’다. ‘관官’의 도움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푸념만 늘어놓는다는 거다. 위드플러스시스템의 성공 사례는 사회적경제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쌓으면, 판로가 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구매 담당자들의 눈에 띄려면 진흙 속에서도 ‘진주’처럼 빛나야 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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