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SE7EN❽

신의 대리인을 자임하며 인간의 7가지 죄악을 대신 정죄하는 연쇄살인마 존 도가 ‘Pride(자부심)’의 죄목으로 선택한 대상은 젊은 여자 모델이다. 이 모델은 평소 자기 외모에 대한 자부심으로 못생긴 여자들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행적으로 존 도의 레이더망에 걸린다. ‘자신의 가치, 지위, 성취’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자부심이다.

잘못된 자부심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잘못된 자부심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존 도가 여자 모델을 처단하는 방식은 대단히 독특하다. 우선 이 모델의 생명이라고 할 만한 ‘반반한’ 얼굴을 난도질해 버린다. 그리고 그녀의 한 손에는 수면제 한 통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전화기를 강력접착제로 붙여놓는다. 얼굴을 난도질당한 이 모델에게는 2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전화로 구조요청을 해 생명을 부지할 수도 있고, 아니면 수면제 한 통을 털어먹고 죽어버릴 수도 있다. 이 모델은 구조요청이 아니라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는 길을 택한다. 

자부심이란 양면성을 지닌다. 자부심은 긍정적으로 보자면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만족감일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자면 자신의 가치나 지위 혹은 성취에 대한 어리석고 잘못된 인식일 수도 있다. 기독교의 전통은 자부심의 부정적인 측면을 경계한다. ‘잠언’은 Pride(자부심)를 ‘과도한 자존감’으로 보고, 과도한 자부심은 멸망에 이르게 한다고 경고한다. 그것이 개인이든 집단이든 국가가 됐든, 과도한 자부심의 위험성은 마찬가지다. 

범행 대상으로 선택된 이 불운한 모델은 평소 못생긴 여자들을 무시하고 조롱한다. 그녀의 자부심은 ‘자신의 가치, 지위, 성취’에 대한 어리석고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 성 어거스틴(St. Augustine)은 자부심이란 “자신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나르시시즘”이라고 설명한다.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 약도 없다. 이렇게 잘못된 자부심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죄악을 범하게 된다. 

존 도는 못생긴 여자를 조롱해온 모델 여성을 ‘자부심’이란 죄목으로 처단한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존 도는 못생긴 여자를 조롱해온 모델 여성을 ‘자부심’이란 죄목으로 처단한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더구나 ‘잘생겼다’는 가치는 자신이 선택한 가치도 아니고 성취한 가치도 아니다. 그것은 주어진 가치일 뿐이다. 자신의 선택과 성취인 것처럼 자부심을 가질 일은 결코 아니다. 각고의 인내와 ‘고통의 성형수술’로 갖게된 미모라면 혹시 자부심과 긍지를 느껴도 무방할지 모르겠다. 타고난 반반한 얼굴 하나로 자부심과 자존감에 ‘쩔던’ 어리석은 모델은 헛된 자부심의 유일한 원천이었던 반반한 얼굴이 사라지자 자살이라는 가장 파괴적인 방식으로 멸망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자부심을 느끼는 용모뿐만 아니라 가치, 지위, 재산 그리고 성취 중 오롯이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많은 것들이 우연이거나 단순한 운이거나 혹은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얻어진 것들뿐이다. 어느 것 하나 자부심을 내세워 그것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을 무시해도 무방한 것이란 없다.

인도의 영적 지도자로 일컬어지는 메허 바바(Meher Baba)는 “자부심이란 에고이즘(egoism)이 발현되는 특별한 감정”이라고 정의한다. 세상을 자기중심으로 바라보면 자신이 대단한 존재로 여겨진다. 자신이 남보다 좋은 것이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면 그것은 감사할 일이지 자부심에 충만해 기고만장하거나 뭇사람들을 눈 내리깔고 볼 일은 결코 아니다.

용모·학력 등  ‘가진 것’의 차이에 대한 비하가 만연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용모와 학력, ‘가진 것’의 차이에 대한 비하와 조롱이 점점 도를 넘어서는 것 같다. 자부심이 자신을 발전시키고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작용한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평가처럼 자부심이야말로 ‘인간의 미덕 중 최고의 미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타인을 향한 우월감이나 비하로 이어진다면 자부심이야말로 ‘인간의 모든 악덕 중 최악의 악덕’임에 분명하다.  
김상회 정치학 박사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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