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사각지대

케이크를 구입할 때 유통기한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케이크를 구입할 때 유통기한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말은 제과업계의 대목이다. 제과업체와 커피·디저트 전문점은 12월 초부터 화려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출시한다. 소비자는 진열대 너머 케이크의 반짝이는 모습만 보고 구입한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크림 아래는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다. 직장인 박미연(26)씨는 “케이크는 신선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니까 믿고 구매한다”며 “설마 속이기야 하겠나”라고 말했다. 외관상 괜찮다면 의심하지 않고 구매한다는 거다. 

박씨처럼 케이크를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일부 업체 중엔 양심을 팔면서 케이크를 만드는 곳도 있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12월 9~13일 전국의 케이크 제조·판매업체 3152곳을 점검한 결과, 50곳의 업체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중 7곳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보관해 적발됐다. 적발 업체 중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 브랜드는 없었다. 

하지만 불안함이 싹 가신 건 아니다. 케이크의 유통기한은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이 케이크 판 밑에 적혀 있어서다. 유통기한을 보겠다며 케이크 판을 보여달라고 하면 되레 진상고객으로 몰릴 수도 있다. 그나마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엔 유통기한이 있지만 매장에서 직접 만든 제품은 알 수 없다. 법적으로 표시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2014년 매장에서 제조·판매하는 제과제품에도 유통기한을 표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찬 등 다른 즉석식품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되는데다, 식품 표시기준 고시가 있는 상황에서 법률로 규정할 필요성이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업체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업체 관계자는 “매장 직원이 진열하기 전 전부 날짜를 체크한다”며 “연말엔 케이크가 남을 새도 없이 팔려 유통기한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관계자도 “케이크 등 즉석 제품은 진열 기한이 전부 다르지만 대부분 1~2일 정도”라며 “기한이 지난 제품은 확인 후 전부 폐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당일에 케이크를 구매한 김지연(28)씨는 “집에 와서 유통기한을 확인해보니 25일까지였다”며 “케이크의 보관기간이 짧다지만 원래 이렇게 임박한 걸 파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법적 규제가 없으면 ‘재량’이 통용된다. 이런 재량은 때
론 찝찝함을 남기고, 그 찝찝함은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유통기한을 알 수 없는 케이크, 이대로 놔둬도 괜찮은 걸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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