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성적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6개월이 지났다. 취임 후 1개월이 되지 않아 ‘첫번째 부동산 대책’인 6ㆍ19대책이 발표됐다. 대출을 규제하고 투기세력을 막겠다는 의지가 담긴 정책이었다. 시장은 이를 부동산 정책의 풍향계로 삼았다. 실제로 그다음 이어진 대책들은 대출을 조절하는 수요규제책 중심이었다.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임대사업자등록’ 제도를 새롭게 시행했지만 시장에 충격을 주진 못했다. 619대책 이후 2년 6개월 뒤, 정부는 12ㆍ16대책을 발표했다. 공시가격으로만 따지던 아파트 규제 기준 금액은 ‘시가’까지 내려왔다. 국민의 피부에 닿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시도이지만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문재인 정부가 실시한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공급과 수요 측면으로 나눠 분석해 봤다. 

2019년 12월 16일 국토교통부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열여덟번째 대책’이라고 강조하며 그간의 잦은 대책이 여태까지 무용지물이었다고 꼬집었다. 2019년 상반기를 제외하고는 계속 높아져 가는 아파트 매매가를 향한 지적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즉각 반박했다. 굵직한 부동산 정책은 6개였는데, 여기서 파생된 후속조치까지 포함하는 건 어불성설이란 주장이었다. 일견 설득력이 있는 말이지만 ‘열여덟번째 대책’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문재인 정부 2년 반 동안 나왔던 정책과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갔는지 분석하는 게 훨씬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나온 부동산 정책과 서울 아파트 가격의 움직임을 짜맞춰봤다.

대출만 조여서는…

부동산 시장을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크게 두가지다. 수요를 조절하거나 공급을 늘리는 방향이다. 수요대책이 나왔을 때 아파트 시장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문재인 정부가 시작된 이후 1개월 만에 나온 6ㆍ19대책(2017년 6월 19일)부터 보자.

6ㆍ19대책의 핵심은 투기거래를 막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청약조정 대상지역을 지정하고 1년 6개월이었던 전매제한기간(분양권 거래를 막는 기간)을 소유권 이전등기 시점까지 늘렸다. 대출 방식도 조정했다. 청약조정대상지역의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각각 60%, 50%로 제한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을 기다리던 시장은 6ㆍ19대책을 강력한 규제로 보지 않았다. 시장도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KB부동산 리브온의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2017년 6월 84.8이었던 지수는 2017년 8월 86.4로 상승했다. 첫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지속해서 상승한 셈이다.

그러자 정부는 8ㆍ2대책(2017년 8월 2일)을 통해 대출규제를 더 강화했다. 5년 만에 투기지역이 재지정됐고 LTVㆍDTI 요건은 더 강화됐다(투기과열지구 각각 40% 제한). 아울러 집값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기록하는 ‘자금조달 계획서’가 의무사항이 된 건 주목할 만한 변화였다.

이런 8ㆍ2대책은 투기과열지구 추가지정이란 결과를 남기고, 10ㆍ24대책(가계부채 종합대책ㆍ2017년 10월 24일)으로 바통을 넘겼다. 이 대책에선 DSR(채무상환 비율)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그런데도 매매가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후 한동안 정부는 수요를 건드리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2018년 4월 예고했던 대로 양도세 중과가 시작됐지만 거래량 축소 외에 다른 지표의 변화는 없었다.

그로부터 1년 반여만에 정부는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9ㆍ13대책(2018년 9월 13일)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보유세’를 높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대책이었다. 다주택자가 시가 14억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할 경우에 세율을 높였다 3주택 이상자,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도 추가과세를 적용했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와 3주택자의 세부담 상한도 150%에서 300%로 높아졌다. 0.5~2.8% 수준이던 종부세의 세율은 9ㆍ13대책 이후 0.6~3.2%까지 치솟았다.

이전까진 18억원 이하 아파트와 23억원 아파트는 동일한 취급을 받았지만 9ㆍ13대책으로 종부세 부담이 달라졌다. 당시 80% 수준이던 공정시장 가액 비율(공시지가에 적용되는 할인 비율)도 2022년 100%까지 인상할 것이란 계획을 세웠다. 연 5%포인트씩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에서다. 결론적으로는 고가 주택을 보유할수록 보유세 부담을 키우겠다는 목적이었다.

보유세 카드 꺼내 들었지만

아파트 가격을 보유세 상향으로 잡겠다는 발표에 여론의 호응도 높았지만 생각만큼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다. 9ㆍ13대책 이후로도 아파트 가격은 더 뛰었고, 2019년 1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2019년 8월이 돼서야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발표했다. 8월부터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후 11월까지 꾸준히 가격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이후 2개월 만에 나온 시장안정대책 보완 방향(2019년 10월 1일)에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개인사업자의 LTV 규제를 확대하고 주택매매업자에게도 LTV 40%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가주택을 향한 핀셋 규제였다. 남의 돈을 가지고 ‘집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고가주택 1주택자의 경우 자신의 집은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갭투자하고 자신은 다른 곳에서 전세 임차를 하는 경우가 있어 전세대출보증도 제한됐다.

이후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2019년 12월 16월)’이라는 이름으로 또다른 대책이 발표됐다. 마지막 규제가 발표된 지 2개월 만이었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강력한 대출 규제를 적용했다. 시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매매할 때 LTV는 추가로 강화돼 20%까지 내려갔다.

시가 15억원 이상의 초고가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고가주택 기준 자체를 공시가격 9억원에서 시가 9억원으로 낮춘 것도 규제대상을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시장은 아직 뚜렷한 응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여전히 상승 중이다.

 

수요 조절책과 공급책이 모두 나왔지만 가격을 끌어내리는 데는 실패했다.[사진=뉴시스]
수요 조절책과 공급책이 모두 나왔지만 가격을 끌어내리는 데는 실패했다.[사진=뉴시스]

수요책이 서울 아파트 매매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 공급책은 어땠을까. 문재인 정부의 ‘주택 공급’을 대표하는 정책은 ‘주거복지로드맵(2017년 11월 29일)’이다. 청년주택 30만실, 신혼부부 공공임대 20만호, 고령층 공공임대 5만실, 저소득층 취약가구에 공적임대 41만호를 공급하는 대규모 공급계획이었다. 분양이 아닌 임대 위주였지만 택지 확보를 통해 40여개 공공주택지구를 신규개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 구매력을 가진 집단이 아닌 취약집단을 위한 주택공급대책이었기 때문에 공급으로 인한 매매가 조절 효과는 크지 않았다. 2017년 11월부터 1년 이상 아파트 매매가격이 꺾인 적은 없었다.


정부는 이를 민간임대주택과 엮어 해결하려고 했다. 음지에 있는 민간임대주택의 정보를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방안(2017년 12월 13일)이 발표되면서 각종 감세 항목은 늘어났다.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배제, 임대소득세 감면 확대 등이다.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매물을 내놓을 필요가 없어 기존 매물 공급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직접 아파트를 공급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서울과 수도권 일대 중소규모 택지를 발표했던 ‘1차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2018년 9월 21일)’에 이어 대규모 택지라는 이름으로 ‘3기 신도시’가 윤곽을 드러낸 ‘2차 수도권 주택공급계획(2018년 12월 19일)’이 발표됐다.

대규모 공급계획 때문이었을까. 2019년에 접어들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상승세를 멈췄다. 2019년 1월 100을 기록했던 매매가격지수는 2019년 6월까지 매월 99.5에서 99.9를 넘나들며 소폭 하락했다.
 

이후 또다시 3기 신도시와 신규 택지를 추가 발표하는 ‘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20 19년 5월 7일)’이 발표됐다. 대규모 신규택지를 발표하면서 수용가구 수는 18만호에 육박했다. 그러나 매매가격지수는 공급 물량 추가와 다르게 움직였다. 떨어지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6월부터 반등했고 2019년 8월에는 다시 100 이상을 기록했다.

정부의 수요 조절 정책과 공급책에도 전문가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낮은 가격’으로 ‘잦은 거래’가 이뤄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모두를 강화하는 과세정책으로는 주택 보유자가 매물을 내놓도록 유인하기 어렵다”며 “분양가 상한제로 청약 열기는 식기 어렵지만 거래 시장 단속으로 시장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는 “고가 주택 위주로 정책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중저가 1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의 가격 조정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10월 서울 거래량을 봐도 마포ㆍ용산ㆍ성동구보다도 서울 변두리에서 대출을 이용해 집을 살 수 있는 지역의 가격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1주택자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보유세 추가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월 24일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보유세를 추가로 강화하는 방안도 계속 검토하겠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분의 2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을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민주당은 입법 마지노선을 20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로 그어뒀다. 시장이 기다릴 시간이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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