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상승과 리스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삼바는 실적과 성장성이 좋은 데다 각종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다’면서 ‘Buy’를 외친 덕분이다. 하지만 이렇게 주가가 올라도 되는지 의문이다. 삼바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위험요소를 갖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런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누구도 경고장을 날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에 숨은 리스크를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검찰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사진=뉴시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검찰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사진=뉴시스]

지난 12월 2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주가가 42만2500원을 찍었다. 올 들어 최고치다. 2019년 1월 2일(37만4000원)보다는 12.96% 올랐다. 12월 26일 기준 시가총액은 27조3592억원으로 코스피 기업 중 5위다. 바이오ㆍ제약 부문에선 여전히 명실상부한 1위다. 

주가와 시총이 이렇게 뛰어오른 건 호재들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삼바는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의약품 위탁생산(CMO)과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를 착실히 늘리면서 더 성장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실적도 좋았다.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48억원과 236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 매출(1010억원)과 영업이익(104억원)보다 각각 82.9%, 126.9% 늘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성장성도 돋보였다.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 일부는 차근차근 상업화에 다가가고 있고, 후속 신약개발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고한승 에피스 사장은 지난 11월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국적 제약사들도 시장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까지 평균 22년이 걸렸다”면서 “에피스는 설립 8년 만인 올해 첫 흑자전환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건 삼바는 이런 호재들을 날려버릴 만한 악재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다름 아닌 삼바 분식회계 리스크다. 검찰의 삼바 수사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김태한 삼바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두차례나 기각되면서 주춤하기도 했지만 검찰의 칼끝은 여전히 날카롭다. 지난 9월 국민연금과 삼성물산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향후 수사 진행 과정과 이어질 재판 결과 등에 따라 삼바의 현주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상장유지ㆍ폐지 이슈도 빼놓을 수 없다. 삼바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시점이 상장예비심사 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0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삼바의 상장폐지를 심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한국거래소는 당시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기업의 계속성과 재무 안정성, 경영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ㆍ고려한 결과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삼바 분식회계의 범죄 사실이 소명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삼바 투자자로선 시한폭탄을 끼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리스크를 알려주는 증권사가 거의 없다는 거다. 증권사들은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거나 “법률비용을 감안해도 성장성이 좋다”면서 해당 리스크를 지우고 있다. 그 대신 실적과 성장성에만 초점을 맞춘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분식회계 악재가 나와도 삼바의 주식이  끄떡없는 이유다.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 12월 9일엔 삼바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ㆍ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명의 삼성전자ㆍ삼성바이오로직스ㆍ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다음날 주가는 되레 2000원이 올랐다. 

 

그로부터 3일 후인 12월 12일 참여연대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부당성을 입증하는 구체적 정황과 문건들이 공개되고 있다”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검찰에 추가 고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튿날 주가는 6000원 상승했다. 시장 안팎엔 삼바 상장 폐지 리스크가 아예 없는 셈이다. 한편에서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은 상장폐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란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의 말을 들어보자. “시장에 대마불사라는 인식을 심어줘선 안 된다”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삼바의 상장폐지를 심사했을 때 한국거래소는 증선위가 수정을 지시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상장유지 여부를 확인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삼바의 상장이 유지됐더라도 언제든 문제가 터질 수 있다. 참여연대도 수사 및 재판 결과를 지켜보면서 이런 문제를 하나씩 제기할 것이다.” 

삼바를 안전한 투자처로 믿을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삼바의 치솟는 주가를 예민하게 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폭탄이 터지면 늘 개미만 피해를 보게 마련이다. 삼바도 예외일 수 없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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