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송금의 덫 “난 16만원을 잘못 보냈다”
착오송금의 덫 “난 16만원을 잘못 보냈다”
  • 강서구 기자
  • 호수 370
  • 승인 2019.12.31 10: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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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경험한 착오송금의 문제점

엉뚱한 계좌에 돈을 보내거나 줘야 할 돈보다 많은 금액을 보내는 ‘착오송금’이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심코 돈을 잘못 보내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건데, 문제는 잘못 보낸 돈을 돌려받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긴 기다림은 물론이고 소송까지 불사해야 한다. 기자가 착오송금의 덫에 걸려보니 정말 괴로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착오송금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은행의 비대면거래가 증가하면서 착오송금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사진=뉴시스]

# ‘아차’ 하는 순간

지난 11월 18일, 계속된 두통에 월차까지 내고 병원에 들렀다. 늘어지는 대기시간과 진료에 조금씩 지쳐갈 무렵, 휴대전화가 울렸다. 얼마전 집의 전기배선을 수리한 전기설비업체 사장이었다. “수리비용 16만원 언제 보내실 건가요?” “조금 후에 보낼게요”라는 말을 태연하게 건넸지만 마음이 급해졌다.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A은행 모바일 뱅킹에 접속했다. 계좌번호를 확인하고 입력하던 중에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다. 정신없이 버스에 오르며 계좌번호를 누르고 있는 기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그새를 참지 못한 전기설비업체 사장이었다.

마음이 더 급해졌다. 부랴부랴 송금버튼을 누른 뒤 입금사실을 알려줬다. 머리가 지끈거렸고, 식은땀이 났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잠시 후 전기설비업체 사장으로부터 “입금된 내역이 없다”는 내용의 문자가 날아왔다. 사장은 기자에게 ‘◯◯전기’로 돈을 보낸 것이 맞느냐고 물어봤다. 아차! 불길한 기운이 스쳤다. 은행앱을 열고 송금내역을 살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설비업체 사장이 보내준 B은행 계좌의 수취인명은 ‘◯◯전기’. 하지만 송금 완료 문구 밑에 보이는 수취인명은 ‘◯◯◯’이었다. 계좌번호를 확인했더니 가운데 한자리가 달랐다. 엉뚱한 계좌로 돈을 보냈던 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착오송금. 그래, 그거였다. 모바일 뱅킹 때문인지 착오송금이 부쩍 늘었다는 말은 익히 들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5만7097건이었던 착오송금 반환청구건수는 지난해 10만6262건으로 86.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금액도 1452억원에서 2398억원으로 65.1%나 늘었다. 하지만 명색이 금융담당 기자인 내가 착오송금의 덫에 걸려들지는 몰랐다. 사실 처음엔 별걱정을 하지 않았다. 수취인의 계좌번호·은행명·이름까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액도 16만원으로 크지 않으니 은행에 요청하면 돈을 쉽게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갔다. 돈을 돌려받는 과정은 ‘가시밭길’과 같았다.

# 절차는 복잡하지 않았지만…

속이 쓰렸지만 누굴 탓할 수도 없었다. 순전히 내 실수였다. 곧바로 기자가 거래하는 A은행 고객센터에 연락했다. 2015년 9월 전까진 지점을 직접 찾아가야 했지만 지금은 고객센터에서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A은행 고객센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B은행에 착오송금을 알려주면 B은행이 수취인에게 연락을 취할 겁니다. B은행이 착오송금 반환 동의 결과를 통보해주면 우리가 고객님에게 연락을 드릴 겁니다. 5~7일 걸립니다.” 그는 이런 일이 잦은지 위로의 말도 건넸다. “요즘 젊은 고객의 착오송금이 정말 많아요.”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NH농협은행)의 착오송금건수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대(26. 5%)였다. 그 뒤를 40대(23.6%)와 20대(21. 3%)가 이었다. 5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17.8%, 9.5%에 불과했다. 이는 모바일뱅킹이 착오송금을 부추긴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통계로 충분하다.

이체가 간편해진 만큼 착오송금과 같은 부작용도 증가했다는 거다. 실제로 2014년 발생한 착오송금의 70%가 모바일뱅킹으로 이뤄졌다(금융감독원). 착오송금이 개인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확대했다는 건데, 국회 국정감사에서 착오송금 문제가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쨌거나 착오송금을 해결하는 절차는 간단했으니,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5일에서 7일이라고 하니, 견딜 만했다.

# 무한 설명과 무한 기다림

“돈을 잘못 보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자 몇몇 사람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수취인이 반환을 거부하면 소송을 해야 한다며 괜히 으름장을 놓는 이도 있었다. 그래도 ‘설마’ 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의 돈을 돌려주는 게 정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주일, ‘설마’는 정말 기자를 잡기 시작했다. “자금반환 청구내역이 거부됐습니다.” 11월 25일, 일주일의 기다림 끝에 은행에서 돌아온 건 짧은 문자가 전부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었다. A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다시 설명하니 반환거부 사유를 들을 수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원 거래상이’, 이것 때문이었다.

원 거래상이는 예금주명·금액 등을 수취은행이 확인한 결과 송금자가 밝힌 내용과 다른 경우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내가 건넨 정보와 수취은행의 정보가 다르다는 거였다. A은행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몇번째인지 모르지만 자초지종을 똑같이 설명했다. 그다음 예금주명과 금액이 정확한 데 왜 원 거래상이를 이유로 반환이 거부됐는지를 물었다.

올해 착오송금 반환율(6월·건수 기준)은 45.9%에 불과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제야 A은행은 B은행 담당자와 통화한 후 내용을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11월 26일, A은행이 답을 했다. “B은행에 확인해보니 수취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답니다.” 뭔가, 수취인의 이름이 뻔히 적혀있는데 일주일 넘게 전화조차 안 받았다는 건가.

# 절반도 안 되는 반환율

A은행 관계자는 화를 참고 있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반환청구가 거부됐을 때는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B은행의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두 은행은 선심을 쓰듯 대한법률구조공단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것으로 손을 털어버렸다. “착오송금한 돈을 돌려받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지인의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실제로 은행을 통한 착오송금 반환율(건수 기준)은 45.9%(2019년 6월 기준)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는 54.1%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기자가 바로 54.1% 중 한명이었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두가지다. 눈 딱 감고 16만원을 포기하든가 법적인 절차를 통해 돈을 돌려받는 것이다. 아기 때문에 학습지 교사를 하는 아내 얼굴이 떠올랐다. 16만원, 서민에겐 큰돈이었다. “그래, 소송 해보자.”

11월 28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법률구조공단을 찾지만 상담을 받는 덴 실패했다. 각종 송사에 얽혀 상담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십여명에 달했다. 족히 2~3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상담일자와 시간을 정하고 방문하는 게 빠르다”고 귀띔했다.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에겐 법적 조언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자도 상담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날 저녁 컴퓨터를 열고 법률 상담을 신청했다. 가장 빨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날은 12월 16일, 착오송금이 발생한 지 20여일이나 흐른 뒤였다. 그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16만원 때문에 이 고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끝까지 가봐야 했다. 16만원보다 더 큰 돈 때문에 고생을 하는 서민들이 있을 거란 확신에서였다.

#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소송

12월 16일, 법률구조공단의 상담을 받았다. 법적 절차는 민·형사 두가지 모두 가능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법률구조공단 상담사의 말을 남겨본다.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근거는 있어요. 수취인에겐 잘못 입금된 돈을 민사상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거든요.” 상담사는 말을 이었다.

“수취인이 잘못 입금된 돈을 돌려주지 않고 인출하거나 써버리면 형사상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어요. 민사는 부당이득반환청구, 형사는 횡령죄로 고소·고발도 가능하고요.”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시간과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계좌번호와 이름밖에 모르는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려면 숱하게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소장을 작성하고 법원에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는 은행 거래내역서, 사실조회신청서, 송달료 납부서 등이다. 그 다음 사실조회를 통해 수취인의 주소·연락처 등 인적사항이 확인되면, 본격적인 소송이 진행된다. 문제는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만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이 걸린다는 점이다. 재판까지 가면 1년을 넘기는 건 예삿일이다.

이는 민형사 소송 모두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또 지루한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다. 소송 진행 시 서류를 보내는 비용인 송달료만 9만6000원(사건 당사자 수 2명×송달료 4800원×10회)에 이른다. 여기에 소송금액에 따른 인지대 비용도 발생한다. 물론 승소하면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몇만~몇십만원이 아까워 소송까지 제기하는 사람에겐 소송비용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착오송금 금액이 적은 경우 소송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예금보험공사가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NH농협은행)의 착오송금 7만1955건(1609억3700만원)을 분석한 결과, 미반환율이 가장 높은 금액대는 40만~50만원 미만(63.0%)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50만~100만원 미만(60.6%), 30만~40만원 미만(59.8%) 순이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액이 매우 크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반환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수십만원대의 금액은 반환요청을 받고도 버티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형사 소송이 진행되면 돈을 돌려주고 그렇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 소송이냐 포기냐

물론 형사고발을 진행하기 전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방법도 있다. 경찰이 조사과정에서 수취인에게 연락을 취하면 돈을 돌려주는 경우도 많아서다. 하지만 이 역시 복불복이라는 게 법조계의 조언이다. 금액이 크거나 사안이 위중한 경우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12월 26일. 기자는 아직까지 16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법원을 들락거려야 하는 복잡한 소송과정을 감내하는 게 맞다 싶다가도 귀찮다는 생각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하든 그렇지 않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있다. 핀테크·오픈뱅킹 등 금융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착오송금 반환과정은 왜 그리도 달라진 게 없느냐는 거다. 그래, 난 16만원을 잘못 보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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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2019-12-31 11:17:35
ㅋㅋㅋㅋㅋㅋㅋㅋ안쓰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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