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해와 오는 해
돌아봄과 희망의 꽃

해가 집니다. 한해가 갑니다. 해가 뜹니다. 새로운 한해가 옵니다. 여기저기 일몰, 일출 사진들이 보입니다. 1년 365일 매일같이 뜨고 지던 태양은 사실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맘때의 ‘해’는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지는 해는 한해를 돌아보게 합니다. 떠오르는 해는 희망의 꽃을 틔웁니다. 해는 동기 부여하기 좋은 대상입니다. 

201312/일출과 멸치잡이 배/울주군 강양항/오상민 작가
201312/일출과 멸치잡이 배/울주군 강양항/오상민 작가

울주군 온산읍 강양리에 있는 작은 항, 강양항입니다. 겨울철 출사지로 유명한 곳이지요. 강양항에서는 멸치잡이 배와 갈매기 떼 사이로 일출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때를 잘 맞추면 바다에서 물안개가 피어올라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이 장면을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진가들이 수백㎞를 달려오기도 합니다.

201312/새벽도열/울주군 강양항/오상민 작가
201312/새벽도열/울주군 강양항/오상민 작가

새벽같이 바닷가에 도착한 사진가들이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다툽니다. 해가 어디서 뜨는지, 배가 어디로 들어오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사람들이 자는 동안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게 변하는지 알고 있니?” 한 사진기자 선배가 제게 해줬던 말입니다.

새벽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그 말의 의미를 금세 알아챌 수 있습니다. 먼동이 뜨기 시작하면 수평선에서부터 무지갯빛이 어둠을 밀어내고 올라옵니다. 컴컴했던 하늘은 짙은 파란색에서 붉은빛으로 차례대로 물듭니다. 그렇게 어둠은 빛에 자리를 내줍니다. 

201312/애국가/울주군 강양항/오상민 작가
201312/애국가/울주군 강양항/오상민 작가

해가 떠오릅니다. 사진가들 사이에서 일명 ‘오여사’로 불리는 오메가(Ω)입니다. 애국가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지요. 하지만 까다로운 기상 조건 때문에 실제 오메가 모양으로 떠오른 해를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메가를 찍기 위해 위성사진과 기압도, 미세먼지 농도 등을 분석하고 오는 사진가들도 많습니다. 저도 철저한 분석을 통해 찍었냐고요? 아닙니다. 운칠기삼.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201312/일출과 사진가/울주군 강양항/오상민 작가
201312/일출과 사진가/울주군 강양항/오상민 작가

세상이 밝아옵니다. 사진가들의 손가락과 다리가 바빠지는 시간입니다. 셔터를 누릅니다. 삼각대를 들고 원하는 포인트로 뛰어다닙니다. 들어오는 배도 찍어야 하고 물안개도 살펴야 합니다. 갈매기도 신경써야 하고 태양의 위치도 확인해야 합니다. 땀이 날 정도로 분주합니다. 사진은 손가락으로도 찍지만 발로도 찍습니다.

201312/상부상조/울주군 강양항/오상민 작가
201312/상부상조/울주군 강양항/오상민 작가

해가 바다를 비추자 물을 끓이듯 물안개가 핍니다. 그 사이로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부의 바쁜 손놀림이 보입니다. 멸치를 먹으려는 갈매기의 날갯짓도 덩달아 빨라집니다. 고된 노동의 현장도 멀리서 보면 그림이 됩니다. 물안개에 둘러싸인 어선과 갈매기의 모습은 한폭의 수묵화가 됐습니다.

201312/사진부대/울주군 강양항/오상민 작가
201312/사진부대/울주군 강양항/오상민 작가

사진에서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남들이 찍은 장면을 똑같이 찍을 필요는 없지요. 마음이 움직인 그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사진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도 비슷할지 모릅니다. 남이 정해놓은 기준을, 남이 만들어 놓은 길로만 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사진이나 삶이나 정해진 건 없습니다. 우리가 만들어 갈 뿐입니다.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 더스쿠프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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