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부부 재무설계 中

집·회사를 반복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 퇴직한 이들이 가장 먼저 여행계획을 세우는 이유다. 한때 제주도에 짧게 머물면서 ‘힐링’을 하겠다는 이들로 넘쳐났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도 새해를 맞아 제주도 ‘한달살이’를 계획 중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제주살이를 밀어붙였다간 하루 살기도 버거워질 판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의 외벌이 부부 재무설계, 두번째 편이다. 

소득이 줄었다면 지출 습관도 바꿔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득이 줄었다면 지출 습관도 바꿔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금은 좀 시들해졌지만 제주도에서 한달간 생활하는 ‘제주살이’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익숙한 장소에서 벗어나 제주도의 환경 속에서 지내는 것이 제주살이의 핵심으로, 직장인들이 이직기간이나 퇴직 후 제주도를 찾았다. 그 영향 때문인지 2010년 757만명이었던 제주도 관광객이 2016년 1585만명까지 불어나기도 했다(제주도관광협회).

은퇴 2년차에 접어든 신혜영(가명·38)씨도 올해엔 ‘버킷리스트’였던 제주살이를 이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언니에게 함께 가자고 약속도 했다. 직장이 있는 남편 최동현(가명·43)씨가 같이 가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신씨는 아들(6)에게 제주도의 환경을 경험하게 할 수 있으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주살이를 하기에 최씨 부부의 재정상황은 넉넉지 않았다. 무엇보다 신씨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좀처럼 돈을 모으지 못했다. 부부의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지출은 맞벌이 시절 그대로였던 탓이었다. 남편 최씨의 월수입은 310만원으로 외벌이가구 소득(월평균 388만2057원·통계청 2019년 3분기 기준)보다 적다. 신씨가 아르바이트로 매월 40만원을 보태고 있지만 이전 직장의 월급(350만원)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도 부부에겐 고민거리다. 부부는 2년 전 신씨의 퇴직금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2억5000만원)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했다. 자연과 가까운 곳이어서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으로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2년간 집값이 오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서울 집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속이 쓰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서울과 가까운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부부를 괴롭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부부가 재무상담을 찾아온 이유였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최씨 부부는 2가지 목표를 세웠다. 자녀교육비와 주택마련 비용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당연히 지출을 확 줄여야 한다. 남편의 월급 외에는 추가 수입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지난 1차 상담에서 부부는 통신비(6만원)·식비(28만원)·부부용돈(20만원) 등 총 54만원을 절약했다. 그 결과, 매월 47만원씩 적자가 나던 가계부가 흑자 전환(7만원)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부부에겐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지출을 줄여보자. 먼저 여행비(연평균 300만원)에 메스를 댔다. 여행이 취미인 부부는 즉흥적으로 인근 지역으로 자주 여행을 다녔다. 문제는 최씨 부부의 소득이 절반으로 줄어든지 2년이나 흘렀음에도 부부의 여가생활은 똑같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부부는 올해 제주살이 계획까지 세워둔 상태다.

제주도 여행은 일단 접기로 했다. 제주살이는 한달 지내는 데만 200만~3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살이를 접은 참에 분기마다 가던 여행횟수도 줄이기로 했다. 여행의 갈증은 동네 주변에 놀러가는 것으로 풀기로 했다. 이렇게 여행비용(연 300만원→200만원)을 줄인 부부는 100만원의 여유자금을 추가 확보했다.

다음은 보험료(45만원)다. 최씨의 보험료는 건강보험(14만원)·운전자보험(3만원) 등 17만원이다. 부인 신씨는 건강보험(11만원)·암보험(4만원)·화재보험(3만원) 등 18만원의 보험료를 다달이 낸다. 자녀 앞으론 10만원짜리 건강보험도 들었다.

부부 건강보험의 모든 특약은 3년마다 보험료가 오르는 갱신형으로 설정돼 있다. 부부의 현재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100세까지 계속 오르는 건강보험료를 납입하기 부담스럽다. 자녀의 건강보험료(10만원)도 마찬가지다. 보험료의 상당분이 적립되는 방식으로 설정돼 있어서다.

부부에게 기존 건강보험을 해지할 것을 주문했다. 조언을 받아들인 부부는 더 저렴하면서도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비갱신형 보험에 가입했다.

운전자보험·화재보험도 비슷한 보장수준을 가진 1만원짜리 보험들로 변경했다. 아들 건강보험의 적립액도 삭제해 보험료를 절반으로 줄였다. 해약금으로 받은 430만원은 CMA통장으로 이전시켜 비정기 항목에서 추가 지출이 발생할 경우 활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월 보험료는 45만원에서 28만원으로 17만원 절감됐다. 자동차 수리비(연 100만원)도 80만원으로 조금 줄이기로 했다.

최씨는 평소 차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얘기를 나눠보니 와이퍼·오일 등 자동차 부품 교체주기가 남들보다 짧은 편이었다. 안전과 직결되는 일이므로 나쁜 습관은 아니지만 부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충분히 쓰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쇼핑비도 연평균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아꼈다.

부부의 지출 다이어트가 끝났다. 최씨 부부는 2차 상담에서 여행비(9만원=100만원÷12년)·보험료(17만원)·자동차 수리비(1만5000원=20만원÷12년)·쇼핑비(1만5000원=20만원÷12년) 등 29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부부의 여유자금도 7만원에서 36만원으로 늘었다. 47만원씩 적자를 보던 예전과 비교하면 나름 성과가 크다.

하지만 부부의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금으로 보기엔 액수가 작다. 따라서 부부가 지금까지 해오던 재테크까지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부부는 자녀 이름의 적금(10만원)·여행용 적금(10만원)·1년단기적금(1만원) 등 적금에 ‘올인’하고 있다. 퇴직금의 일부(2000만원)와 여행을 갈 때 쓰려고 모아둔 비상금(782만원), 보험을 해지하고 남은 환급금(430만원)도 있다. 그냥 묵혀두기보다는 다양한 재테크 상품을 활용하면 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방법은 다음편에서 다뤄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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