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의 탈출구

❶뉴 미네랄 콜렉티브, 공허한 지구 ❷우정수, 데우스 엑스 마키나
❶뉴 미네랄 콜렉티브, 공허한 지구 ❷우정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강박’은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는 심리적 현상이다. 우리 일상을 이미 잠식했음에도 강박을 사회제도적 측면에서 타개하려는 움직임은 미미했다. 대부분 개인문제로 치부해 왔을 뿐이다. 이젠 현대인의 강박을 개인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를 사로잡는 심리적 강박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강박²’는 동시대 만연한 현상인 강박을 ‘반복’이라는 일상적 개념을 통해 조명한다. 강박은 ‘내적인 강제에 의해 실행하지 않을 수 없는 반복적 행동의 형태’를 뜻한다. 전시는 이런 개념적 틀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잠식한 강박을 관찰하고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답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으려 한다.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대안을 찾는 등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각의 작품은 강박 속에서 스스로를 반복하는 강박, 이를테면 ‘강박×강박(강박²)’이라는 전략을 내세워 표현한다. 여기서 반복은 같은 방식의 회귀가 아닌 차이를 생성하는 창조의 근원이다. 작가들은 창조적인 반복을 강조하면서 강박에서 해방하는 작업을 실현한다.

이번 전시의 특별한 점은 또 있다. 강박을 우리 시대의 징후로 보는 시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품들은 강박의 내재적 한계를 관통함으로써 해방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강박의 반복적 속성을 주목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반복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전시를 이루는 각각의 작품이 강박에 저항하기 위해 어떤 실험과 탐구를 했는지 살펴보자.

국내외 9명(팀)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해 4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뉴 미네랄 콜렉티브의 3채널 영상 작품 ‘공허한 지구’, 회화작가 우정수의 ‘바다’ ‘모험’, 오메르 파스트의 ‘5000피트가 최적이다’, 차재민의 ‘사운드 가든’, 정연두의 ‘도라 극장’, 김용관의 ‘시계방향으로의 항해’ 등 무한 3부작, 이재이의 영상작품 ‘한때 미래였던’, 김인배의 ‘건드리지 않은 면’ 에밀리아 스카눌리터의 ‘T 1/2’ 등이 전시된다. 3월 8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