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소기업 직장인 재무설계

연말연시가 달갑지 않은 직장인이 많다. 송년회부터 신년회, 가족모임까지 돈 나갈 구멍이 숱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직장인 이준형(가명ㆍ28)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연말 성과급마저 없으니 더 힘들다”고 한탄하는 이씨. 정말 성과급이 가장 큰 문제였을까. 그렇지 않다. 그는 대출이 쌓여있는 와중에도 자동차를 위해 또 대출을 받는 등 소비습관이 좋지 않았다.

대출이 여러 건일 때에는 고이율 대출부터 차근차근 상환하는 것이 좋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대출이 여러 건일 때에는 고이율 대출부터 차근차근 상환하는 것이 좋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지출이 늘어나는 연말연시가 다가왔지만 연말 성과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직장인이 많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올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기업 비중은 5년래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456개 기업 중 68.6%가 “성과급 지급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62.6%, 2017년 68.0%, 2016년 63.4%보다 높은 수치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준형(가명 · 28)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성과급은 물론 상여금도 받지 않고 있다. 회사에 지급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친척이 운영하는 작은 중소기업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다. 현재 거주 중인 오피스텔의 보증금은 부모님이 마련해주셨다. 그 대가로 이씨는 부모님에게 매달 50만원씩 보내드리고 있다. 사실상 빚을 상환하고 있는 셈이다. 대출도 적지 않았다. 학자금 대출과 자동차 할부금도 납입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말연시뿐만 아니라 매달 먹고살기가 빠듯했다. 그럼에도 내집마련ㆍ결혼ㆍ은퇴자금, 미래의 자동차교체자금 등 필요자금은 숱했다.

Q1 지출구조

먼저 이씨의 지출구조부터 살펴봤다. 이씨의 월급은 260만원이다. 소비성지출은 통신비 12만원, 식비 53만원, 유류비 11만원, 문화생활비 3만원, 주거비 명목 50만원 등을 쓰고 있었다. 주거비는 부모님께 보내드리는 것으로, 공과금을 포함하고 있다. 연간 비정기지출은 자동차 관리비 100만원, 부모님 용돈 20만원, 쇼핑비 48만원, 경조사비 50만원, 미용비 12만원, 운동비 30만원, 휴가비 80만원 등 340만원이었다. 월평균 28만원을 쓰는 셈이다. 이렇게 소비성지출은 총 157만원이었다. 

비소비성지출은 보장성보험 18만원, 적금 100만원, 연금 20만원, 학자금대출금 10만원, 자동차대출금 35만원 등 총 183만원이었다. 매달 340만원을 지출하는 셈으로 월급보다 80만원을 초과지출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씨가 의식하지 못한 건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Q2 문제점

이씨 가계부의 문제점 중 하나는 대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부모님께 보내 드리는 주거비는 차치하더라도, 학자금대출 10만원, 자동차대출 35만원 등 45만원이 대출금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씨처럼 대출이 여러 건일 경우 우선순위를 정해서 순서대로 상환하는 것이 좋다. 대출 갚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대적으로 목돈을 마련할 시간은 짧아져서다.

또 월급의 40%가량을 오로지 적금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대출을 상환하고 있을 때엔 대출 이자율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의 이율을 제공하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이씨의 경우 학자금대출 이자율이 4.5%, 자동차대출 이자율이 3.6%였는데, 100만원을 쏟아붓고 있는 적금의 이율은 2% 안팎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대출 부담을 떠안고 구입한 자동차를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주로 내근을 하는 데다, 회사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어 평일엔 자동차를 거의 타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씨가 자동차를 구입한 탓에 지출하는 비용을 계산해 보면, 얼마나 낭비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씨는 유류비 11만원, 자동차대출 35만원, 월평균 자동차관리비 10만원 등 매달 49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1년이면 588만원으로, 이 돈을 10년간 모으면 6000만원에 달한다. 6000만원을 재테크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그 가치는 더 불어날 게 확실하다. 감가상각이 큰 자동차를 구입할 땐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Q3 해결점

먼저 대출 상환의 우선순위부터 정하기로 했다. 이럴 땐 이자율이 높고, 매달 상환해야 하는 액수가 큰 대출부터 해결하는 것이 좋다. 이씨의 경우, 학자금대출의 이자율(4.5%)이 자동차대출(3.6%)보다 높았다. 대출 잔액도 학자금대출은 130만원으로, 보유한 비상금(150만원)을 활용해 일시상환이 가능했다. 반면 자동차대출은 잔액이 3000만원으로 당장 상환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비상금으로 학자금대출을 모두 상환해 매달 나가던 10만원을 절약했다.

통신비도 휴대전화 약정기간이 끝난 만큼, 저렴한 요금제로 갈아타 3만원(12만원→9만원)을 아꼈다. 대부분을 야식비로 쓰고 있는 식비도 18만원(53만원→35만원) 줄이도록 권유했다. 회사에서 점심비을 지원해주는 데다 야근하는 날이 많아 저녁도 회사에서 해결하는 때가 많아서다.


비정기지출(28만원)은 25만원선으로 줄이고, 비정기지출 통장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도록 했다. 이렇게 3만원을 절약했다. 중복 항목이 많던 보장성보험도 손봤다. 이를 통해 11만원(18만원→7만원)을 아꼈다.

100만원씩 쏟아붓던 적금도 절반(50만원)으로 줄였다. 이렇게 95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겼다. 이중 초과지출하던 80만원을 제외한 15만원을 활용해 재무목표에 대비했다. 주택마련의 첫걸음인 주택청약종합저축에 최소금액(2만원)으로 가입했다. 상대적으로 이율이 낮은 시중은행 적금을 상쇄해줄 펀드상품에 가입했다. 매달 10만원씩 납입, 추후에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잉여자금 3만원은 통장에 모아두기로 했다. 미래의 자동차교체자금 마련은 현실을 고려해 재고하도록 했다. 매달 80만원씩 초과지출하던 씀씀이를 줄인 이씨. 소비패턴이 잘 자리 잡은 후에 주택마련자금, 결혼자금 등에 대비하기로 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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