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처 공개 안해도 되는
이익이 들어온다면 …

저개발국가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보급한다는 쿡스토브(Cook stove). 나무 땔감을 이곳에 넣으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 환경도 보호하고, 저개발국가의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는 취지에서 숱한 국내 기업들이 쿡스토브 보급사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명분만큼이나 얻는 것도 있다. 바로 탄소배출권인데, 기업으로선 이를 팔면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문제는 그 이익을 어디에 쓰는지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쿡스토브에 숨은 문제점을 취재했다. 

대기업의 쿡스토브 보급사업이 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쿡스토브 보급사업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대기업의 쿡스토브 보급사업이 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쿡스토브 보급사업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대기업의 쿡스토브(Cook stove) 보급사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17년과 2018년 삼성전자가 케냐에 2만여대의 쿡스토브를 보급한 이후 중부발전ㆍGS칼텍스ㆍSK증권ㆍIBK기업은행ㆍSK텔레콤ㆍ동서발전 등이 쿡스토브 보급사업에 나섰다.

쿡스토브는 1980년대 우리나라 가정에서 흔히 쓰던 석유곤로와 비슷하게 생긴 취사도구다. 차이점은 나무를 넣어(간혹 바이오에탄올도 있음) 쓴다는 거다. 쿡스토브를 이용하면 그냥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할 때보다 에너지효율이 좋아 연료 사용량을 20~30% 줄일 수 있다. 나무를 적게 쓰니까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기업들은 이런 쿡스토브를 케냐ㆍ방글라데시ㆍ미얀마 등 저개발국가에 무상 보급한다. 유용한 점이 많아서다. 무엇보다 생활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기업들이 쿡스토브 보급사업을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소개하는 이유다. 

“빈곤국 지원사업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삼성전자)” “환경보전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이다(GS칼텍스)” “환경보전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은행권 최초로 미얀마에 친환경 쿡스토브를 보급한다(IBK기업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주목할 건 기업들의 쿡스토브 보급사업이 ‘탄소배출권 확보’와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쿡스토브 보급사업은 유엔이 개발ㆍ승인한 온실가스 감축사업(CDMㆍClean Development Mechanism) 중 하나다. CDM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선진국이 저개발국가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기술적ㆍ금전적으로 지원하고, 감축량의 일정 부분만큼 탄소배출권을 확보한다.” 쉽게 말해 저개발국가에 쿡스토브를 보급하면 쿡스토브 1대당 일정량의 탄소배출권을 받아올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럼 쿡스토브 1대 보급 시 어느 정도의 탄소배출권을 가져올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10만대를 보급하면 2년 후부터 3년간 약 30만톤(t)의 외부사업인증실적(KOCㆍ한국 정부에서 인정해주는 온실가스 감축량 실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쿡스토브 1대당 약 3t의 KOC가 인정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쿡스토브 1대의 가격은 대략 30달러, 12월 26일 현재 KOC 1t당 가격이 3만7700원(계속 상승세)임을 감안하면 어림잡아 투자 대비 3배 정도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사업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도 2배 이상은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사실 기업이 투자를 하고, 이윤을 남기는 건 정당한 행위다. 하지만 쿡스토브를 저개발국에 보급한 다음 전리품처럼 얻는 ‘탄소배출권’이 불투명한 이익구조를 갖고 있다는 건 문제다.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매매한 다음 생기는 이익의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사회공헌(쿡스토브 보급)을 펼친 다음 얻은 이득(탄소배출권)을 어디에 썼는지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에선 ▲기업이 할당 받은 배출량이 얼마인지 ▲감축 투자액은 얼마인지 ▲어떤 감축사업을 시행했는지 ▲감축 투자를 통해 얼마나 배출량을 줄였는지 ▲내부감축이나 외부사업을 통해 인정받은 배출량은 얼마인지 ▲정부로부터 관련 혜택(세제혜택이나 인센티브 등)을 얼마나 받았는지 등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문제는 또 있다. 저개발 국가에 쿡스토브를 공급해 탄소배출량을 줄인 만큼 온실가스 배출권을 받는 게 사회공헌인지도 의문이다. 법률사무소 이이의 구민회 변호사는 “탄소배출권을 사서 할당량을 맞추는 활동보다 감축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일이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라도 탄소배출권 거래와 관련된 정보는 더 많이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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