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안전센서 개발의 교훈

‘배터리를 좀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없을까.’ 배터리 업계에서 이런 의문이 나온 건 오래전 일이다.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가 숱하게 터진 이후엔 불안감이 더 커졌다. 이런 와중에 한 중소기업이 안전센서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야 할 상황이지만 씁쓸한 점도 있다. 안전센서를 개발한 중소기업의 부서가 미국 주재팀이었기 때문이다. 우린 왜 이런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던 걸까.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이후 배터리 안전성에 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이후 배터리 안전성에 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기에너지는 유용하지만 저장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게 에너지저장장치(ESS)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나중에 꺼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활용도도 광범위하다. 이미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필수품이 됐다.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ESS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기술력을 앞세워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ESS는 그간 발생한 수십건의 화재사고로 기피 대상이 됐다. 정부가 나서 실태조사를 하기도 했지만, ESS의 불안감은 되레 증폭됐다. 화재사고 이후 ESS 발주가 크게 줄어든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화재사고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고, 이를 위한 대책을 내놨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안전장치 필요성 증대

ESS를 향한 불안감은 전기차 불안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ESS든 전기차든 배터리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돼 있어 안전이 필수다. 그뿐만 아니라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 계열 배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제어하고 있지만, 외부 충격이나 관리 측면에서 안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ESS든 전기차든 성장의 기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안전을 담보할 만한 장치를 개발하는 거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팩에는 제어장치인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에너지 공급을 제어하는 파워컨트롤모듈(PCM)이 내장돼 있다.

하지만 이를 안전하게 통제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안전용 센서장치는 없다. ESS와 비슷한 화재 사고가 발생할 경우 미리 인지하고 조치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최근 한 중소기업이 첨단 배터리 안전센서를 개발했다는 소식은 반갑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새안이라는 중소기업의 미국 주재팀이 개발한 담뱃갑 크기의 안전센서는 배터리팩의 온도와 습도, 진동, 가스ㆍ화학적 특성까지 인지할 수 있다.

또한 원격으로 데이터를 전달해 사전에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기존 BMS나 PCM과 통신이 가능해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문제를 감지하는 센서(나노 다이아몬드 센서)는 현재 의료용 당뇨센서보다 약 60만배 성능이 뛰어나 의료장비 혁신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안전장치 개발한 건 중소기업

새안은 미국에서 이 제품을 양산해 전기트럭 등에 우선 적용하고, 향후 다른 완성차 브랜드에 판매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의 가격경쟁력과 공급력만 충분히 갖춘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기차는 물론 ESS, 수소연료전지차의 수소탱크, 수소충전소 등 안전이 우려되는 거의 모든 곳에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다. 배터리 관련 분야에서 늘 지적돼 온 난제를 새안이 해결할 수도 있을 거라는 얘기다. 

중소기업 육성정책의 중요성이 다시금 떠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번 안전센서를 새안의 미국 주재팀이 개발했다는 점에서 반성도 필요하다. 우리가 중소기업들이 활개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조성해줬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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