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매물 방지법 효율적일까

부동산 업계의 고질병인 ‘허위매물’을 잡기 위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나왔다. 2020년 8월이면 정부의 위탁을 받은 한국감정원이 허위매물을 감시적발하는 역할을 한다. 허위매물을 올린 중개사들은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도 내야 한다. 부동산 허위매물을 잡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든 셈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엔 빈틈도, 한계도 많다. 허위매물이 이 개정안 하나로 잡힐 가능성도 높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허위매물 방지법 논란을 취재했다. 

2020년 8월부터 허위매물을 올리는 중개사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사진=뉴시스]
2020년 8월부터 허위매물을 올리는 중개사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사진=뉴시스]

연초는 대학생들이 다음 학기를 위한 방 찾기에 열을 올리는 시기다. 집을 찾는 순서는 대부분 비슷하다. 부동산 앱을 켠다. 호텔처럼 관리가 잘돼 있는 방, 시세와 비교해 너무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방은 제외한다. 그다음 입주할 방의 사진을 본다. 침대의 한쪽 모서리가 균형이 안 맞는 듯한 ‘광각 촬영 사진’은 패싱한다. 허위매물이 기승을 부리다 보니 소비자도 나름 대안을 갖고 있다. 사진이나 내용만으로 허위매물을 걸러주는 콘텐트도 많다.

그런데도 허위매물은 사라질 줄 모른다.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매달 신고된 허위매물 건수는 5000~6000건에 이른다. 7월에는 1만여건 이상 신고됐지만 이중 실제 허위매물로 처리된 매물은 5900여건 수준이었다. 8~9월 줄어드는 것 같았던 허위매물은 11월 7000여건으로 치솟기도 했다.

부동산 플랫폼이 허위매물을 방치하거나 조장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직방이나 다방 같은 부동산 플랫폼 사업자들도 나름 규제책을 갖고 있다. 이용자의 허위매물 신고가 타당하다면 중개사에게 매물광고를 올릴 수 없도록 페널티를 주는 방식 등이다.

직방이나 다방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플랫폼이 나오기 전부터 온라인 부동산 매물 플랫폼을 운영한 포털사이트도 허위매물을 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9년 네이버ㆍ다음ㆍ네이트 등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산하에 ‘부동산매물클린신고센터’를 설립, 2012년부터 운영 중이다. 포털 부동산 섹션에 올라오는 부동산 매물을 사전ㆍ사후 점검한다.

이 과정에서 허위매물을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해당 중개사는 일주일 이상 매물을 게시할 수 없다.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는다. 자율 규약에 근거한 처분이다. 민간 업계에서 뒷짐만 지고 있었던 건 아니란 거다.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이든 포털이든 사업자들은 허위매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 사업자가 규제를 내놓으면 중개사들이 이를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너무도 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령, 허위매물 때문에 업로드가 막히면 다른 중개사무소를 만들어 새로 등록하는 방식 등 편법이 난무했다.


결국 정부가 허위매물을 겨냥한 칼을 빼 들었다. 지금까지 민간의 허위매물 규제는 ‘광고표시법’에 의존해왔다. 2018년 10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에는 허위매물을 포함해 가격 담합 행위 등을 막는 규제가 모두 포함돼 있다. 기존에 있던 처벌 규정인 최대 6개월간 자격 정지,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 취소를 포함해 위반 행위에 따라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공인중개사뿐만 아니라 시장교란행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벌 대상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정부(국토교통부)가 앞으로 허위매물을 관리할 수 있는 센터를 직접 운영하거나 특정 집단을 지정해 위탁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10월 입법예고를 통해 부동산시장교란행위 신고센터를 한국감정원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본회의를 통과해 2020년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2월까지 업계 관계자, 전문가와의 협의를 거쳐 시행령까지 완성하면 허위매물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완전히 마련된다.

하지만 평가가 엇갈린다. 필요한 법안인 건 사실이지만 업계는 “너무 성급하게 만든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허위매물을 잡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거다.

예를 들어보자. 개정안에 따르면 ‘중개 대상물의 가격(시세) 등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거짓으로 표시’하는 경우, 이용자는 허위광고로 신고할 수 있다.


문제는 부동산 거래 특유의 모호성에서 나온다. 관리비 10만원과 월 임대료를 합쳐 40만원이라고 표기한 경우 실제 임대료는 30만원이다. 집을 소개받은 예비 세입자가 표기된 내용과 실제 임대료 간 차이를 지적하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집주인이 “임대료는 30만원이지만 관리비 10만원을 합친다면 월세가 40만원”이라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거다. 허위매물을 올릴 의도가 없었어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명확하게 중개대상물의 정보를 기재하는 기준이 없다면 빈번하게 발생할 일이다. 
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 관계자는 “진짜 법 제정 목적인 허위매물 감소보다는 과태료를 늘리는 데서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업계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빈틈이 많은 법이라고 지적한다.[사진=뉴시스]
부동산 업계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빈틈이 많은 법이라고 지적한다.[사진=뉴시스]

법안에서 말하는 ‘시세’도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털 등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호가를 시세로 볼 것인지, 실거래가를 기초로 할지 정해진 내용은 없다. 실거래가를 기초로 하는 경우에는 30일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정확성도 떨어질 수 있다.허위매물을 정부가 관리하는 건 ‘시장 기능을 침해하는 것’이란 격한 비판도 있다. 사실상 부동산 매물정보를 정부가 장악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신고센터업무를 한국감정원에 위탁했기 때문에 비판의 강도는 더 높아졌다.

한 공인중개사는 “‘한국감정원’이 아닌 ‘공인중개사협회’에 허위매물을 자율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효율적일 텐데, 그 방안을 검토하지 않았다”면서 “사실 한국감정원의 인력 규모로는 허위매물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허위매물이 일순간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불투명한 부동산 시장 자체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이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허위매물을 잡기 위해 뽑아 든 검이 현시점에서는 반쪽짜리라는 얘기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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