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상품권 빛과 그림자

카톡을 쓰고 있다면 ‘카톡 선물하기’를 이용해 지인들에게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 한번쯤은 보내거나 받아봤을 것이다. 그런데 기프티콘을 막상 사용하려 하면 이상한 제한에 걸릴 때가 있다. 어쩔 땐 할인을 받지 못하고, 어쩔 땐 잔액을 돌려받지 못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모바일 상품권의 표준약관이 가이드라인 수준에 불과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모바일 상품권의 빛과 그림자를 취재했다. 

모바일 상품권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 권리는 외면당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바일 상품권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 권리는 외면당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바일 기프티콘을 한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번만 쓴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버튼 몇번만 누르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에서 이런저런 선물을 골라 보낼 수 있어서다. 시간과 공간, 품목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모바일 기프티콘을 주고받는 대표적인 플랫폼은 전국민의 85.7%(5178만명 중 4441만명 가입ㆍ2019년 2분기 기준)가 가입된 카카오톡(카톡)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카톡 선물하기’의 거래량은 약 1조원, 사용자는 1700만명이었다.[※참고 : 이후 카카오는 ‘카톡 선물하기’ 거래량을 별도로 밝힌 바 없다. 하지만 거래량이 2~3배 늘었을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카톡 선물하기’의 성장세에 따른 소비자 불만도 적지 않다. 가령, 음식 프랜차이즈 본사가 마케팅을 위해 발행한 기프티콘은 가맹점에서 종종 퇴짜를 맞는다. 10%대의 수수료를 부담하는 게 싫은 몇몇 가맹점이 온라인 주문경로를 차단했을 경우다. 어쩔 땐 기프티콘이라는 이유로 할인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사례 하나를 보자. 직장인 정연수(가명)씨는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피자 기프티콘을 생일선물로 받았다. 정씨는 퇴근길에 피자를 주문하기 위해 해당 브랜드 모바일 사이트에 접속해서 기프티콘 번호를 입력했다. 그런데 몇번을 시도해도 안 된다는 메시지만 떴다.

 

결국 집 근처에 있는 가맹점에 전화를 했다. 가맹점 직원은 “기프티콘 주문은 웹사이트에서만 가능하고, 오프라인으로는 주문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정씨가 “웹사이트에서 안 되는 걸 어떻게 주문하느냐”면서 한참 동안 상황 설명을 한 후에야 가맹점 측은 주문을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해당 가맹점은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포장해가면 가격을 15% 할인해준다. 하지만 정씨는 방문포장을 원한다고 밝혔음에도 아무런 할인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는 “기프티콘도 일종의 상품권이나 마찬가지인데, 주문시스템이나 할인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의아해했다. 

오프라인에서 유통되든 모바일로 거래되든 상품권은 금액을 선지불한 일종의 채권이다. [※참고: 카톡 기프티콘도 모바일 상품권이다.] 당연히 모바일 상품권을 받은 소비자도 상품권 명시된 가격만큼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 할인정책 역시 오프라인 상품권과 똑같아야 한다.
 
특별할인 못 받는 기프티콘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상품권 발행업체와 수취업체만 득을 보고 소비자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숱하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규정이 없어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모바일 상품권 표준약관에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다. 하지만 방문포장 할인 등 세세한 규정까지 나와있지는 않다. 표준약관에 포함되는 내용이 아니라면 모바일 상품권에 관한 규정은 개별업체의 약관에 따르고 있다.” 쉽게 말해, 상품권 수취업체가 ‘사용설명(약관)’에 ‘해당 모바일 상품권 사용시 할인 불가’란 규정을 정해놨다면 그 약관에 따라야한다는 거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유효기간이나 환불, (금액형 모바일 상품권의 경우) 잔액 반환 등에 관해서는 큰 틀(표준약관)이 마련돼 있다. 그외에는 표준약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상품권 수취업체의 개별정책에 따르고 있다.” ‘문제 삼는 이들이 많은 내용’은 큰 틀(가이드라인)을 잡아놨지만 그렇지 않은 내용들은 상품권 수취업체 입맛대로인 셈이다. 수취업체에도 규정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개별 장사꾼 맘대로다. 

그렇다면 모바일 상품권을 활용해 구입한 제품이 불량이라면 교환이나 환불을 할 수 있기는 할까.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방법이 간단치 않다. 상품권을 선물로 받은 이가 아니라 결제를 한 사람이 교환이나 환불을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물을 받은 사람 입장에선 선물해 준 사람에게 ‘상품이 불량이니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해 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셈이다. 

모바일 상품권은 오프라인 상품권에 비해 제약이 많다.[사진=뉴시스]
모바일 상품권은 오프라인 상품권에 비해 제약이 많다.[사진=뉴시스]

잔액은 반환될까. 금액형 모바일 상품권은 공정위 관계자의 설명처럼 잔액을 반환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다만 교환형 상품권은 잔액 반환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카카오 측 관계자는 “예컨대 파트너사가 프로모션으로 할인을 한다면 ‘카톡 선물하기’의 가격이 할인을 적용한 상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할인을 못 받는 일은 없다”면서 “하지만 간혹 4000원의 상품권으로 3900원짜리 제품을 구매해 100원이 남을 때 그 금액을 돌려주지 않는 곳도 있는데 우리가 잔액 반환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잔액은 수취업체의 몫으로 돌아간다. 소비자가 손해를 보고 있어도 딱히 규제할 만한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소비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귀찮아도 약관을 제대로 읽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은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카톡 선물하기’에는 해당 선물마다 ‘상세설명’이 있다. 여기엔 사용 제한, 할인 유무, 잔액 반환 유무, 사용 기한 등 상품권 수취업체가 정한 다양한 규정들이 적혀 있다. 이를 꼼꼼하게 읽고 선택하길 권한다.” 

모바일 상품권 시장은 커졌지만, 소비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함께 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니 알아서 피해 가라는 씁쓸한 조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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