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은 ‘붕어빵’이 아니다 
유니콘은 ‘붕어빵’이 아니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371
  • 승인 2020.01.0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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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육성전략의 허상

정부가 ‘유니콘 키우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부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정책을 나열 중이다. 혁신 스타트업이 한국경제의 위기를 타파할 거란 장밋빛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글로벌 사회에선 유니콘 경제의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성장속도만 둔화한 게 아니라 그간 추구해온 사업모델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국의 유니콘 육성 전략은 괜찮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유니콘 기업 육성전략의 허상을 짚어봤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이 유니콘 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이 유니콘 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사진=뉴시스]

유니콘 기업이 정부 혁신성장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저성장에 빠진 한국경제의 반전을 꾀할 주체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꼽은 셈이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들 기업이 ‘파괴적 혁신’으로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조해내리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에만 국산 유니콘 5개를 배출하면서 이 전략에는 탄력이 붙었다. 2년 뒤인 2022년엔 ‘유니콘 20개 보유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관련 정책은 그야말로 범국가적이다. 2019년 3월 발표한 ‘제2벤처붐 확산전략’엔 10개의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유니콘 육성에 나서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2018년 3조4000억원 수준이던 신규 벤처투자 금액을 5조원으로 늘리고, 2022년까지 12조원 규모의 스케일업 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벤처특별법을 개정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과거 재계가 수차례 요구하고 퇴짜만 맞던 경영권 보호장치였지만, 스타트업 오너를 위해 특별히 검토에 나섰다. 서울시는 ‘글로벌 톱5 창업 도시 패스트트랙 7대 프로젝트’를 통해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8개를 추가로 배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12월 금융 패러다임을 혁신기업ㆍ미래성장성ㆍ자본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했다.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는 ‘K-유니콘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10조원의 자금을 조성해 금융투자회사ㆍ벤처캐피탈 등이 구축한 펀드에 집중 투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유망기업 1000여개를 발굴한다. ‘유니콘 육성’이란 하나의 목표를 두고 정부부처, 지자체, 정치권 등이 뛰고 있는 셈이다. 유니콘이 그리는 장밋빛 전망에 들뜬 한국과 달리 글로벌 사회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유니콘 몸값이 과대평가됐다는 분석과 함께 닷컴버블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019년 유니콘 생태계에서 벌어진 사건을 돌이켜보면 호들갑으로 볼 일은 아니다. 기업 가치가 30억 달러(약 3조4000억원)까지 올랐던 세계 1위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는 2019년 12월 파산 신청을 했다. 창업 5년 만에 자금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접은 것이다.

기업공개(IPO)에 나선 유니콘들도 찬밥 신세였다. 2019년 3월과 5월 각각 상장한 리프트와 우버 등 차량공유업체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의 3분의 1 수준이다. 홈피트니스 업체 펠로톤은 2019년 9월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11.1%나 하락했다. 

당초 960억 달러로 평가 받던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IPO 직전엔 150억 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시장점유율이 아무리 높아도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기 어렵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IPO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의 공격적인 시장 확장을 포기하고 감원, 경영진 교체 등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유니콘이 늘고 있다.

‘유니콘 키우기’ 총공세

스타트업 육성 역량이 누적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이런 불상사가 생겼다. 유니콘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 한국은 어떨까. 당장 눈앞의 목표인 ‘2022년 유니콘 20개’를 현실로 만들기도 벅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매출액과 근로자 숫자가 최근 3년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한 고성장 기업 가운데 사업자 등록 5년차 이하인 ‘가젤기업’은 1160개로 전년 대비 2.3%나 줄었다.

10년 전인 2009년(1161개)과 비교해도 숫자가 적다. 유니콘이 되려면 수많은 스타트업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가도를 달려야 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 않은 지표다. M&A 관계자는 “가뜩이나 비상장 기업은 정확한 가치 측정이 어렵다”면서 “고평가된 스타트업이 유니콘의 성장궤도를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거품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현재 유니콘 기업으로 등재된 기업의 성공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2020년 1월 기준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총 10개인데, 이중 5개 회사(야놀자ㆍ위메프ㆍ쿠팡ㆍ옐로모바일ㆍ비바리퍼블리카)가 2018년 적자를 냈다. 

적자를 낸 기업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플랫폼 장악’에 주력했다는 점이다. 수익 창출보다 벤처캐피털(VC)의 압도적인 투자로 시장점유율을 선점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이다. 기업가치 거품 논란을 겪은 해외 유니콘이 주로 썼던 방법과 같다.

유니콘이 된 기업도 버거운데…

무엇보다 한국의 유니콘은 내수시장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 게임회사인 ‘크래프톤’, 화장품 기업 ‘엘앤피코스메틱’ ‘GP클럽’ 등을 제외하면 글로벌 마켓에서 성과를 낸 기업이 없다. IPO를 통해 자본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보지도 못했다. 당장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 1조원 확보를 장담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기술을 소화할 시장이나 법적인 규제 등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스타트업도 숱하게 많다. 가령 예비 유니콘으로 평가받던 VCN의 타다는 ‘타다 금지법’의 입법을 앞두고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스타트업 전문 컨설팅기업 마켓트렌드의 김택형 대표는 “세밀한 정책도 없이 붕어빵 찍어내듯 할 수 있는 과업이 아니다”면서 “세금을 쏟으면 창업붐이나 벤처붐을 만들 순 있겠지만, 그로 인한 거품이 꺼질 땐 생태계도 통째로 날아간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유니콘 육성 전략의 올바른 이해와 정책 재정비가 필요하다. 과거 닷컴버블의 비극을 재현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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