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 특약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그리는 가치

‘부천시민햇빛 발전소’는 규모가 작다. 하지만 의미는 크다. 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세웠기 때문이다. 제 손으로 발전소를 만든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구성원은 에너지 문제를 정부와 기업에만 맡길 생각이 없다. 2020년 2호기 건립이 목표다. 이상적인 신재생에너지의 실현이 만만치 않더라도, 해결책을 찾겠단 의지다.

부천시자원순환센터 옥상엔 시민들이 세운 부천시민햇빛 발전소가 있다.[사진=게티이미뱅크]
부천시자원순환센터 옥상엔 시민들이 세운 부천시민햇빛 발전소가 있다.[사진=게티이미뱅크]

부천시자원순환센터 관리동의 옥상엔 특별한 게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 집열판이다. 탁 트인 남향에 쏟아지는 햇빛을 시간당 40㎾의 전기로 바꾼다. 4인 기준 총 14가구의 전력소비량을 대체할 수 있다. 연간 이산화탄소 2만1372㎏을 감축, 30년생 소나무 7694그루의 공기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옥상 태양광 발전소의 주인은 흥미롭게도 시민이다. 2014년 7월 완공된 이 발전소는 30여명의 시민들이 출자한 1억원가량의 돈으로 세워졌다. 발전소 이름이 ‘부천시민햇빛 1호 발전소’인 건 그래서다.

이 시민들의 정체는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구성원이다. 조합은 한국전력 측에 생산해낸 전기를 판매하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매매해 수익을 창출한다. REC는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의 양에 따라 에너지관리공단이 발급해 주는 인증서다. 재생에너지로 일정 비율의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 500㎿급 이상 대형 발전사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REC를 구입해 부족한 만큼 채워야 한다. 이렇게 이익이 나면 조합원에게 배당금과 이자를 준다.

시민들이 직접 친환경 발전소를 지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부천이 빈약한 환경 인프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부천시 인구밀도는 1㎢당 1만6261명이다. 서울 다음으로 전국 2위다. 광역시인 대구와 비교하면 6배나 높다. 산림면적 비중은 13.6%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OECD가 조사한 전세계 초미세먼지 고농도 100개 도시 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미세먼지 피해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시민들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협동조합 활동이 항상 장밋빛인 건 아니다. 명실상부한 발전소라면 눈비가 와도 일정한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데, 단 1기의 발전소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가 쉽지 않다. 계절에 따른 태양의 고도 변화 때문이다.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2020년 중에 2호기 발전소를 건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부천 일대 주차장 옥상을 임대할 수 있는 부지를 물색 중이다. 상반기 허가절차를 밟고 하반기에 삽을 뜬다는 게 조합의 목표다. 인허가 비용, 임대료, 설치비용 같은 초기 투자비가 만만치 않지만, 재생에너지 시장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김낙경 사무국장은 “다른 지역 협동조합의 경우 10기가 넘는 발전소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면서 “우리 조합 역시 발전소 숫자를 늘리고 조합원 교육은 물론 지역 사회와 연계해 재생에너지 교육과 사회적 연대활동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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