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ㆍ르노삼성ㆍ한국GM의 한숨

“2강 3약 구도가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를 두고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다. 외국계 자동차 기업인 쌍용차ㆍ르노삼성ㆍ한국GM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서다. 단순히 시장침체 문제로 치부하기엔 3사에 산적한 고질병이 숱하다. 2020년 3사는 반등을 꾀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외국계 자동차 업체 3사의 고민을 짚어봤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2강 3약 구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외국계 3사는 판매실적이 급감하면서 공장 가동률도 줄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완성차업계가 2강 3약 구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외국계 3사는 판매실적이 급감하면서 공장 가동률도 줄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완성차업계 ‘3중’으로 꼽히는 쌍용차ㆍ르노삼성ㆍ한국GM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3사가 2019년 판매한 자동차는 총 72만7475대. 전년 동기 대비 12.8%나 빠졌다. 업체별로 쌍용차가 -6.5%, 르노삼성은 -22.0%, 한국GM이 -9.9%의 증감률을 기록했다. 신통치 않은 업황에서도 나름 선방한 현대차(-3.6%)ㆍ기아차(-1.5%)와는 대조적인 성적이었다. 

물론 3사의 실적이 악화한 게 2019년만의 얘기는 아니다. 쌍용차는 2017년, 한국GM은 2014년 이후 줄곧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르노삼성은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2017년부터는 이익 규모가 크게 줄었다. 

조금씩 좁혀지던 현대차ㆍ기아차와 3사의 국내 시장점유율 격차가 2017년부터 다시 벌어진 건 3사가 처한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참고 : 현대차ㆍ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2016년 74.6%까지 떨어졌다가 2019년 90.8%까지 상승했다.] 

일부에서 “국내 완성차업계는 ‘2강 3약’ 구도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3사의 실적이 부진한 걸까.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팔 만한 차가 없다는 점이다. 완성차업체들이 실적을 끌어올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차 출시’다. 

좋은 차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지면 생산실적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3사의 실적이 부진하다면 신차 출시가 뜸하거나, 신차를 내놨더라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 교수는 “3사는 최근 오래된 모델을 재탕한 차만 내놓고 있다”면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진데다 경쟁사 모델까지 개선돼 3사가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3사는 현대차ㆍ기아차와의 신차 경쟁에서 한발 밀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다. 현대차는 2018년 팰리세이드가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2019년엔 쏘나타와 그랜저의 새 모델이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기아차의 소형SUV 모델 셀토스는 쌍용차 티볼리의 아성을 무너뜨렸고, K5ㆍK7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쌍용차는 8년 만에 완전변경모델로 출시한 코란도를 통해 반등을 꾀했지만 실제 판매량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한국GM은 2019년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새로 출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아직 없다. 더구나 전체 실적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스파크와 말리부도 판매실적이 급감한 상황이다. 르노삼성도 상황이 썩 좋다고 볼 순 없다. 주력제품인 QM6의 LPG 모델을 출시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지만 QM6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3사가 부진한 두번째 이유는 철수 우려에 있다. 쌍용차ㆍ르노삼성ㆍ한국GM의 또다른 공통점은 외국계 기업이라는 점이다. 국내 법인의 필요성이 줄면 언제든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거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이 때만 되면 ‘공장 매각’ ‘사업 철수’ 논란에 휘말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판매실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는 한번 사면 10년을 써야 하는데, 당장 5년 이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약해지는 건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이를 단순히 심리적 요인으로 치부하기도 힘들다. 국내 법인의 철수가 현실화하면 서비스망이 무너지고 중고차 가격이 급락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3사의 마지막 문제는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 3사는 외국계 기업이다. 통상 국내 브랜드로 구분되지만 사실상 수입차와 국산차의 중간에 가깝다. 수입차와 국산차의 장점만 살릴 수 있다면 경쟁력이 되겠지만, 이도저도 아닐 경우엔 되레 리스크가 될 공산이 크다. 이호근 교수는 “3사는 수입차와 국산차 사이에서 포지션이 애매하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최근엔 3사의 차량이 현대차ㆍ기아차 차량에 품질ㆍ가격ㆍ편의장치ㆍ서비스면에서 밀리고 있다. 쌍용차가 SUV 명가라는 것도 이젠 옛말이다. 티볼리는 코나와 셀토스에 점유율을 뺏겼고, GV80이 출시되면 렉스턴도 밀릴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BMWㆍ렉서스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최근엔 프로모션을 통해 가격인하 정책을 펴고 있다. 더 이상 한국GM이나 르노삼성ㆍ쌍용차를 사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좋은 신차 출시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3사에 돌파구가 없는 건 아니다. 시장이 원하는 신차를 내놓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3사의 글로벌 본사가 규모가 작은 데다 시장성까지 약해진 국내 마켓을 위해 좋은 신차를 배정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최근 르노삼성의 국내 생산물량 배정이 줄고, 한국GM이 해외에서 생산한 모델들 위주로 국내 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면서 말을 이었다. “해외에서 생산한 모델은 사실상 수입차나 마찬가지다. 국내 생산 모델을 출시해야 공장 가동률도 오르고 기업 내실이 튼튼해진다.” 3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꼬집은 일침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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