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기업 4가지 육성전략

글로벌 유니콘 기업에 물음표가 쏟아지고 있다. 가능성 하나로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막상 사업을 구체화하다 보면 부실 징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다. 문제는 한국의 예비 유니콘 기업들은 이보다 더 큰 진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해결 방안은 없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창업 초기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는 본 글로벌 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창업 초기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는 본 글로벌 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 잇달아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니콘 기업 육성 전략을 고심할 때다. 이익도 못내는 기업을 언제까지 띄어줄 순 없다. 세금이 밑천인 국내 벤처캐피탈(VC)이 한국 투자 생태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일침이다. 유니콘의 성장 과정이 어떻기에 이처럼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한 걸까. 유니콘의 생애를 보자. 유니콘 기업은 수천억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시점에 ‘유니콘’이란 칭호를 받는다. 그다음 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 유니콘 타이틀을 뗀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유니콘 만들기 작업’에 금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늘어난 매출만큼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수익구조를 가진 유니콘 기업들이 말썽을 일으키면서다. 공유차량업체 우버와 리프트의 주가가 상장 이후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게 대표 사례다. 한때 중국의 ‘신 4대 발명’으로까지 불리던 중국 공유자전거 기업 오포는 파산을 신청했다.

한국에서 예비 유니콘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저스트큐의 김선우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과거엔 ‘유니콘=성장성’의 등식이 성립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어떤 기업이든 오랫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면 망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는 역량은 물론, 어떤 시장에 얼마나 적절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느냐가 관건이 됐다.” 그럴듯한 아이디어로 투자에만 목을 매달 게 아니라 지속가능경영의 토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윤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젤기업(매출ㆍ고용자 수가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고성장하는 기업)이 뛰놀 수 있는 토대를 먼저 구축하고, 그 위에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진짜 유니콘을 키워야 한다”면서 “특히 많은 기업이 B2C 플랫폼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는 점에선 수요자와 공급자가 많은 시장을 노려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방안으론 ‘본 글로벌(Born global)’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본 글로벌’은 창업과 함께 세계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을 뜻한다. 유니콘이 되려면 무서운 속도로 성장가도를 달려야 한다는 점에선 제격이다. 실적을 내기 위해선 그만큼 큰 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 글로벌’ 기업은 실적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본 글로벌’ 기업(5986곳)은 평균 2.5년 만에 100만 달러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이들 중 11.7%는 연평균 100% 이상의 성장률 거뒀다.

 

문제는 국내에서 ‘본 글로벌’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창업기업(최근 5년간 창업기업 200만1674개)의 98.2%가 해외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비즈니스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은 1.4%에 불과했다. 유니콘 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또 있다.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가령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도 지속적으로 적자가 누적될 경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회계방안이 필요하다.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법도 새롭게 다듬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의 매력뿐만 아니라 건전성ㆍ지속가능성 등을 반영하는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벤처캐피털(VC)의 규모를 더 확대할 필요도 있다.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벤처기업 리서치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 기업의 본격 성장단계에서의 후속투자(시리즈BㆍC) 비중은 30.0%(2018년 기준)로 미국(40.0%)과 중국(56.0%)보다 낮았다. 이 때문에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도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다가 쪼그라들거나, 해외 VC에 투자를 뺏기기 일쑤였다.

오동윤 동아대(경제학) 교수는 “VC는 ‘창업→성장→회수’로 이어지는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서 “하지만 국내 VC는 스타트업의 성장단계에서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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