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부부 재무설계 下

많은 직장인들이 ‘부동산 투자’를 노린다. 잘만 하면 큰돈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큰돈이 필요한데다, 값이 오를 지역을 예단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섣불리 베팅을 했다가 집값이 오르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은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못 오를 부동산만 쳐다보는 최씨 부부의 재무 설계를 도왔다.

부동산 투자는 가계 재무환경에 독이 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투자는 가계 재무환경에 독이 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은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직장인이 90%를 훌쩍 넘을 정도다(나우앤서베이 788명 설문조사·2019년 9월 기준). 응답자들은 ‘부동산(36.0%)’이 가장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여겼지만 실제론 예금·적금(56.0%)을 가장 많이 했다. 부동산이 투자 대상으로 좋긴 하지만 정작 재테크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직장인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유는 숱하게 많다. 무엇보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초보자가 ‘부동산 가격이 오를 지역’을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언젠간 오를 것’이란 기대감으로 집을 샀다가 수년째 가격이 오르지 않아 후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최동현(가명·43)씨, 신혜영(가명·38)씨 부부도 이런 케이스였다. 최씨 부부는 2년 전 신씨가 퇴직을 결심하면서 서울 외곽(경기도 남양주시 마석동)에 있는 집을 2억5000만원가량에 구입했다. 도시가 아니어서인지 아들(6)도 좋아했고, “묵혀두면 언젠간 오르겠지”란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값은 요지부동이다.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이라서 그런 것일까. 최씨 부부는 다시 서울로 이사를 가고 싶어한다.

문제는 최씨 부부의 자금 상황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월 350만원씩 월급을 받던 신씨가 퇴사하면서 부부의 수입은 반토막이 났다. 최씨가 310만원, 신씨가 아르바이트로 40만원을 벌고 있지만 이사를 꿈꾸기엔 액수가 턱없이 적다. 갈수록 불어나는 자녀 교육비도 이사를 망설이게 한다. 지금이야 학습지 비용만 지출하고 있지만,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해 과목별로 학원을 다니면 교육비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설문조사 결과처럼 최씨 부부의 주요 재테크 수단도 적금이다. 부부는 자녀 이름의 적금(10만원)·여행용 적금(10만원)·1년 단기 적금(20만원) 등 총 40만원을 적금에 붓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이사계획이든 자녀 양육비 마련이든 어느 한쪽을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지난 상담에서 ‘지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외식 위주의 식습관을 바꾸고 평소 좋아하던 여행 횟수를 줄이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신씨는 올해 실천에 옮기려 했던 ‘제주도 한달 살기’의 꿈도 접었다. 그 결과, 부부는 1·2차 상담에서 총 85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49만원 적자였던 가계부도 36만원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잉여자금(36만원)과 기존 적금(40만원)으로 부부의 재무솔루션을 시작해 보자. 가장 먼저 부부는 각자의 명의로 10만원씩 총 20만원의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자녀 교육비로 부부는 아들 명의의 어린이 전용펀드(5만원)를 개설하기로 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에 투자하는 이 펀드로 자녀는 경제활동을 하면서 경제관념도 기를 수 있다. 세금공제 혜택은 없지만 다른 펀드보다 운용수수료가 낮은 상품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월 5만원씩 저축하는 것만으론 교육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발행어음에 월 15만원씩 납입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발행어음은 만기시 투자금의 5%를 확정수익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시중금리와 상관없이 약속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은행 상품과 다르게 1년 이내라면 예치기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도 있다. 다만, 중도인출 시 수익률이 1%로 낮아진다는 것은 유념해야 한다. 발행어음에 덧붙여 통신사 연계 적금에도 월 20만원씩 넣기로 했다. 잘 찾아보면 특정 통신사와 연계해 우대금리를 지원해주는 적금상품이 많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부부의 또다른 목표인 서울 이사 계획은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아무리 아이디어를 짜봐도 이사비용까지 마련하긴 어려웠다. 대신, 최소금액이긴 하지만 청약통장을 개설해 월 2만원씩 저축하기로 했다. 만약 신씨가 재취업을 한다면 내집 마련의 꿈을 조금 더 앞당길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춰놔야 했다.

남은 돈은 적립식펀드(9만원)에 넣었다. 적립식펀드는 시장 변화에 민감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과 달러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높았는데, 요새는 중국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 수익을 내는 식이다. 수익률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편이 부부에게 더 낫다고 판단, 중위험군의 채권혼합형 펀드를 추천했다.

최씨 부부의 수중엔 아내 신씨의 퇴직금 중 일부(2000만원), 여행을 가려고 모아놨던 목돈(782만원), 건강보험 해약금으로 받은 430만원이 생겼다. 이중 비상금(782만원)과 보험해약금(430만원)은 CMA통장에 넣은 다음 비상시에 활용하기로 했다. 퇴직금(2000만원)은 일단 그대로 뒀다.

처음엔 모든 금액을 재테크에 투자하도록 유도할 계획이었지만 상담을 진행하면서 생각을 바꿨다. 재테크 초보인 부부가 감당하기엔 제법 큰 액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재무관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때 구체적인 활용법을 고민해 보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최씨 부부의 재무설계가 끝났다. 서울로 이사 가려는 계획이 미뤄졌지만 부부의 노후와 자녀 교육비를 위한 틀이 다져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걱정되는 부분은 계획된 생활을 장기간 유지했을 때다. 유일한 취미인 여행 횟수는 물론 생활비에 용돈마저 줄였으니 두사람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면 여유를 찾기 위해 신씨가 재취업을 할지도 모른다. 어떤 선택을 하든 지금은 미래를 위해 지출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길 바란다. 최씨 부부의 앞길을 응원한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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