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색 아닌 단색화

❶김택상, 여린진달래숨빛, 2014-2019년, 물, 캔버스에 아크릴, 214×210㎝, ⓒ리안갤러리 서울 ❷김택상, Breathing light-Violet emerald, 2018-2019년, 물, 캔버스에 아크릴, 132×123㎝, ⓒ리안갤러리 서울 ❸김택상, Breathing light-Violet in black, 2009-2019년, 물, 캔버스에 아크릴, 184×183㎝, ⓒ리안갤러리 서울
❶김택상, 여린진달래숨빛, 2014-2019년, 물, 캔버스에 아크릴, 214×210㎝, ⓒ리안갤러리 서울 ❷김택상, Breathing light-Violet emerald, 2018-2019년, 물, 캔버스에 아크릴, 132×123㎝, ⓒ리안갤러리 서울 ❸김택상, Breathing light-Violet in black, 2009-2019년, 물, 캔버스에 아크릴, 184×183㎝, ⓒ리안갤러리 서울

김택상은 캔버스에 빛과 색을 담는다. 숨 쉬듯 살아 있는 빛과 단색톤의 색상 층위를 은은히 쌓아 회화를 완성한다. 그래서 한국 단색화의 전통을 잇고 있는 후세대 대표작가로 꼽힌다. 고유한 실현 양식과 미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김택상의 개인전 ‘Between color and light’이 열린다. 빛과 색을 담는 회화인 ‘Breathing Light’ 연작으로 구성됐다.

김택상의 회화는 살아 있는 빛과 색을 구현하는 것이다. 본래 색이 없는 물을 이용해 빛을 산란시키는 물빛을 표현하고자 했다. 생명이 없는 사물인 캔버스에 자연의 생명체가 가진 ‘살아 있는’ 것과 같은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런 빛의 회화는 전시공간에서 자연의 빛을 받으며 회화 공간 너머 실제 공간으로 흩어진다.

1990년대 초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화산 분화구 물빛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인상 깊게 본 후 그는 물을 머금은 빛의 색을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독특한 양식을 생각해냈다. 먼저 오목한 판을 틀에 받쳐 고정한 후 극소량의 아크릴을 희석한 물을 부어 그 위에 수성 캔버스가 잠기도록 한다. 용해된 미세한 물감 알갱이는 은은한 색조로 물에 잠긴 캔버스에 침전된다. 침전 시간과 물에 잠기는 표면적을 조절하면서 건조하고, 이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 작품을 완성한다.

 

❹김택상, Breathing light-Apricot, 2018-2019년, 물, 캔버스에 아크릴, 183×125㎝, ⓒ리안갤러리 서울 ❺김택상 작품 전경 ⓒ리안갤러리 서울
❹김택상, Breathing light-Apricot, 2018-2019년, 물, 캔버스에 아크릴, 183×125㎝, ⓒ리안갤러리 서울 ❺김택상 작품 전경 ⓒ리안갤러리 서울

이같은 창작기법은 1970년대 한국 단색화의 반복적 행위의 수행修行 태도와 정신을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랜 시간 감내하고 교감하며 자연현상이 응답하는 결과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에 적시고 건조하는 과정은 때론 1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할 만큼 긴 시간이 소요된다.

자연의 산물을 얻기 위해서는 환경 조건에 순응하며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 손작업이 필요하듯 작가는 작업 과정과 온전히 하나가 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명상적 행위와 같다’고 표현한다. 마음을 비우고 작업 과정에 빠져들어 자연의 결과물을 인내하며 받아들이는 자세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치유’와도 연관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김택상의 작품은 수없이 반복된 실험과 탐구의 귀결로 이뤄진 완성작이라 할 수 있다. 그의 회화는 단색화로 불리지만 온전히 한가지 색으로만 작업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러가지 색을 침전시키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하나의 단색으로 완성하는 것이다.2020년 1월 10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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