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마당놀이는 사이다 같은 풍자로 애환을 대변하고 가려웠던 곳을 긁어준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마당놀이는 사이다 같은 풍자로 애환을 대변하고 가려웠던 곳을 긁어준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한국형 송구영신送舊迎新 공연 ‘춘풍이 온다’가 1년 만에 관객을 찾아온다. 국립극장이 ‘심청이 온다(2014·2017)’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 ‘춘풍이 온다(2018)’로 선보여온 마당놀이 시리즈는 대표 겨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공연은 2018년 초연 당시 연일 매진으로 성원을 보내준 관객의 호응에 화답하고자 40회 장기공연으로 마련됐다. 

내용은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을 바탕으로 한다. 기생 추월의 유혹에 넘어가 가산을 모두 탕진한 한량 ‘춘풍’을 어머니 김씨 부인과 몸종 ‘오목이’가 합심해 혼쭐을 내고 가정을 지켜내는 이야기다. 마당놀이의 묘미인 풍자와 해학도 돋보인다. 현 시국을 반영한 이슈가 곳곳에 배치돼 국민의 애환을 대변하듯 속 시원한 공감을 자아낸다. 질펀한 유머 속에 녹아든 현실 세태 비판이 극의 재미를 더하며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무대 위 에너지를 생생히 전달하기위해 관객과의 거리를 최소한으로 좁혔다. 이를 위해 중극장 규모인 무대 위에 가설 객석 238석을 추가 설치했다. 손진책 연출은 “같은 내용이라도 관객석에 따라 매일 다른 공연이 된다”며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마당놀이의 매력을 한껏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객석에서 벌이는 ‘엿 사서 먹기’부터 길놀이와 새해 행운을 기원하는 고사, 뒤풀이 춤판 등 공연 전후에도 마당놀이 특유의 어우러짐과 신명으로 관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공연의 큰 특징은 신선한 얼굴들의 등장이다. 국립창극단의 스타 배우 유태평양이 춘풍 역을 새로이 맡아 초연 때 호평받은 김준수와 더블캐스트로 열연한다.

지혜롭고 당찬 오목이 역에는 국립창극단의 작은 거인 민은경이 새롭게 낙점돼 마당놀이 터줏대감 서정금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 연희계의 배테랑 배우 정준태가 ‘꼭두쇠’ 역으로 분해 극의 재미와 감칠맛을 더한다. 이 밖에 국립창극단 김미진, 객원 배우 홍승희 등 꾸준히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들을 포함해 총 34명의 배우와 20명의 연주자가 마당놀이 한판을 벌인다. 1월 2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무대에서 공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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