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피자알볼로 대표

2005년 7월 피자시장은 뜨거웠다. 피자 빅3(피자헛ㆍ미스터피자ㆍ도미노피자)의 입지는 공고했고, ‘1+1’을 표방한 저가 피자 브랜드가 쏟아져 나왔다. 파고들 틈이라곤 없어 보이는 피자시장에 스물여덟 청년이 뛰어들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피자를 많이 먹는데, 왜 피자를 먹을 땐 죄책감이 들어야 할까. 건강한 피자를 만들 순 없을까.”

이재욱(42) 피자알볼로(알볼로에프앤씨) 대표는 이런 의문에서 답을 찾았다.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처럼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은 피자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로부터 15년, 피자알볼로의 매장 수는 270개를 훌쩍 넘었고, 중국 시장에도 깃발을 꽂았다.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다. 피자시장은 차갑게 식어버린 지 오래인 데다, 경쟁업체는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피자시장에서 두번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를 만났다. 

이재욱 피자알볼로 대표는 한국식 피자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사진=알볼로에프앤씨 제공]
이재욱 피자알볼로 대표는 한국식 피자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사진=알볼로에프앤씨 제공]

✚ 최근 피자시장이 차갑게 식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경쟁이 더 치열해졌어요.” 

✚ 원인을 말씀하신다면. 
“배달앱의 확장성 때문이라고 봐요.” 

✚ 배달앱이라면. 
“배달음식이 피자나 족발ㆍ치킨으로 대표되던 시대는 지나갔어요. 이젠 배달앱을 통해 커피 한잔도 배달되죠. 그렇다보니 배달 가능한 모든 음식이 피자의 경쟁상대가 된 셈이죠.”

실제로 배달앱의 성장세는 무척 가파르다. 온라인 음식배달 시장은 2017년 2조7000억원(통계청)대에서 지난해 9조원대로 커졌다. 피자ㆍ족발ㆍ치킨ㆍ짜장면만 시켜야 했던 소비자로선 ‘선택지’가 넓어졌다. 샌드위치ㆍ에그타르트 등 디저트에 가까운 음식까지 배달로 주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자 빅3(피자헛ㆍ미스터피자ㆍ도미노피자)의 매장 수가 부쩍 줄어든(도미노피자 제외)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4년 새(2014년 대비 2018년ㆍ공정거래위원회) 피자헛ㆍ미스터피자의 매장 수는 각각 21개, 153개 감소했다. 그런데도 피자알볼로는 다른 길을 걸었다. 4년 전(169개→277개)보다 매장 수가 100여개 증가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례적인 결과, 성장세의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 피자알볼로의 매장이 늘어난 건 쉽게 설명하기 힘듭니다. 
“저희도 지난 1~2년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어요. 경기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죠. 임대료ㆍ인건비 등 점주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았어요.” 

✚ 그럼에도 성장한 이유는 뭔가요.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어떤 원칙인가요. 
“수제피자라는 가치를 지키는 거죠.”

수제피자를 지향하는 피자알볼로는 2005년 서울 목동에서 창업했다. 이재욱 대표와 그의 동생 이재원(40) 부사장이 합심해서 만들었다. 두 사람이 전세자금 2500만원으로 마련한 20㎡(약 6평) 남짓의 가게가 피자알볼로 1호점이다. 작은 가게였지만 품은 뜻은 작지 않았다. 피자알볼로는 ‘비행하다ㆍ비상하다’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알볼로(Alvolo)에서 따왔다.  

✚ 어느 정도까지 매장에서 직접 만드나요. 
“첨가제를 넣지 않은 도우를 매장에서 72시간 이상 자연발효하고, 토마토소스 대신 홀토마토를 직접 끓여서 사용합니다. 국내산 오이로 피클을 담그고, 피자에 올리는 불고기도 직접 볶습니다. 단호박무스도 단호박을 으깨서 사용하죠.”

✚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점주들의 노동 강도도 셀 텐데요. 좀 더 쉬운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단호박의 경우 믹서기에 돌려서 사용하면 훨씬 쉽죠. 하지만 손으로 으깬 단호박과는 맛이나 식감이 전혀 달라요. 다른 재료도 마찬가지죠. 맛은 정직해요. 정성을 들인 만큼 좋아지죠.”

이런 ‘정성’은 피자알볼로의 정책을 관통한다. 원재료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더 좋은 재료로, 더 푸짐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략은 어쩌면 위험한 선택이기도 하다. 피자알볼로의 사업 방식도 ‘프랜차이즈(가맹)’다. 가맹점주가 이 대표의 철학이나 본사의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정성스럽게 피자를 만들지 않는’ 가맹점주가 있다면 이는 모두 본사의 리스크가 된다. 

 ✚ 피자알볼로의 원칙을 가맹점주들이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물론입니다. 그래서 우리 점주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점주분들을 모집할 때에도 이런 수고스러움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가장 많이 고려합니다.” 

 

✚ 어떤 가맹점주와 함께하길 바라나요. 
“마인드를 공유할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 잠깐 장사하고 마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가게가 돼야 하잖아요. 과정이 힘들어도 이 길이 맞다고 생각하고, 함께 갈 수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맹점주를 만나면 꼭 이 말을 전합니다.”

✚ 그게 뭔가요. 
“요리부터 배달까지 직접 하셔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피자알볼로는 배달앱이 대세가 됐음에도 여전히 배달을 한다. 배달앱을 통해 들어오는 일부 주문을 제외하면, 라이더(정규직ㆍ아르바이트)가 직접 배달을 나간다. 이 역시 이 대표의 철학에서 비롯된 걸까. 

✚ 배달업체가 많은데 직접 배달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점주가 배달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고집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예요. 첫째는 고객과 만나는 창구이기 때문이죠. 저 역시 창업하고 직접 배달을 다녔어요.” 

✚ 두번째 이유는 뭔가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자는 겁니다. 갑작스럽게 배달 직원이 나오지 못할 경우 대체 인력을 구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거든요. 혹여 가게 운영이 어려워져 혼자 모든 걸 다 해야 할 때에도 점주가 못하는 게 있어선 안 돼요. 직접 배달을 강조하는 진짜 이유죠.” 

점주가 A부터 Z까지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원칙이다.[일러스트=서혜진 일러스트레이터]
점주가 A부터 Z까지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원칙이다.[일러스트=서혜진 일러스트레이터]

이처럼 피자알볼로는 기존 프랜차이즈 업체와는 다른 길을 걸으려 애써왔다. 스타 마케팅이 활발한 피자시장에서 꽤 오랜 시간 TV 광고를 하지 않은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 2016년에야 TV 광고를 시작했어요. 이유가 있나요.
“한때는 상업적인 광고보단 본질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어요. 피자 맛에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 소비자가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생각했죠.”

✚ 그 생각이 틀렸나요. 
“브랜드 관점에선 ‘알리는 것’도 중요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점주 입장에서 매출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어요. 임대료나 인건비가 오른 만큼 매출도 동반해서 증가해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브랜드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점주들은 만족했나요. 
“처음부터 투표를 통해서 점주 분들의 의사를 반영했어요. 찬성표가 60% 이상이면 광고를 하기로 했는데, 80%대 찬성표가 나왔어요. 2019년엔 드라마 간접광고(PPL)를 처음 시작했는데, 지역 매장의 경우 매출이 20~30%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 최근에는 유튜브가 새로운 광고 채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사이드 메뉴인 고구마스틱이 유튜브 채널에서 언급되면서 인기를 끌었어요. 갑자기 고구마스틱 매출이 2~3배 껑충 뛰어올라서 놀랐죠. 저희가 가진 무기(?)가 많으니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릴 생각입니다(웃음).” 

이 대표는 “피자알볼로를 100년 넘게 지속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알볼로에프앤씨 제공]
이 대표는 “피자알볼로를 100년 넘게 지속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알볼로에프앤씨 제공]

그렇다고 피자알볼로가 잘 닦여진 ‘고속도로’만을 달려온 건 아니다. 지금에야 해외 시장에 진출한 브랜드가 됐지만, 한때 이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본인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사실 처음엔 동생과 작은 가게 하나를 운영하는 게 꿈이었어요. 대를 잇는 일본 가게들처럼 100년 가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죠. 거창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지 않아도, 우리가 열심히 하면 100년 가는 가게는 이룰 수 있는 꿈이잖아요.” 

✚ 그럼 프랜차이즈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1호점인 목동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가맹점을 열고 싶다고 찾아오시는 분이 늘었어요. 제겐 그럴 만한 여력이 없었고, 한사코 거절했죠. 그런데 인근에서 장사를 하던 한 사장님이 제게 ‘가맹점을 하고 싶다’며 간곡하게 부탁을 하셨어요. 그래서 기술과 노하우만 가르쳐드리는 전수창업을 해드리겠다고 했죠.” 

✚ 그분들은 시장에 안착했나요. 
“아니요(웃음). 그렇게 매장 수가 10여개가 넘어가니까 관리가 어려워지기 시작했어요. 피자알볼로란 이름으로 판매되는 만큼 맛과 품질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그분들의 불만도 쌓여갔어요. 지금까지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대학교 외식산업 과정에 등록했어요. 제대로 해보겠다고 마음먹었죠.”

 

✚ ‘100년 가게’의 꿈은 여전한가요? 
“물론입니다. ‘100년 가게’에서 ‘100년 가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드는 것으로 바꾼 것 말고는 변하지 않았습니다(웃음). 미국이나 일본엔 100년 넘은 프랜차이즈도 많잖아요. 피자알볼로도 그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100년 가는 브랜드는 낯설어요. 
“1~2년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브랜드가 무수히 많은 건 사실입니다.”

✚ 이유가 뭘까요. 
“진짜 ‘자기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봐요. 피자도 그렇지만 외식업계에서 뜨는 제품 대부분이 어딘가에 있는 제품들이에요. 새롭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에서 인기를 끈 제품들이 많죠.”

✚ 피자알볼로는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요.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피자를 만들어도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야 남들이 따라할 수 없죠.” 

✚ ‘손수’ 만드는 것 외에 어떤 것들을 차별화했나요. 
“되도록 국산 식재료를 사용하려고 해요. 남해산 흑미를 사용한 흑미도우나 영월산 청양고추로 만든 핫소스가 대표적이죠. 특히 흑미도우는 다른 도우보다 더 쫄깃하고, 청양고추 핫소스는 자연스럽게 알싸한 맛이 한국적이에요. 또 해남 고구마, 임실 치즈도 원가 부담은 크지만 그만큼 맛이 좋죠. 한국 식재료를 쓴 피자알볼로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 한국 농산물을 알리는 역할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실제로 중국에 진출했는데요. 중국 피자시장은 어떤가요.  
“중국 상하이上海에 매장 3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도 글로벌 피자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에요. 하지만 중국인들 역시 건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건강한 피자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어날 테니까요.” 

✚ 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 
“한국과 중국 시장을 발판 삼아 동남아시아ㆍ미주ㆍ유럽  시장까지 진출하는 게 장기적 목표입니다. 피자 종주국 이탈리아까지 ‘비상(알볼로ㆍAlvolo)’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웃음).” 
글=이지원 기자  jwle11@thescoop.co.kr
일러스트 =서혜진 매니저(일러스트레이터) hjin.se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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