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3色 박학다식

커피처럼 연구결과가 상반되기 일쑤인 기호식품도 많지 않을 것이다. 많이 마시면 병을 만드는 음료처럼 묘사되다가도 병을 치료하는 식품이란 평가도 받는다. 커피는 대체 어떤 기호식품일까. 더스쿠프(The SCOOP)의 「3人3色의 잡학다식」 에스프레소 경제학의 첫 장을 연다. 문경진 그린빈월드 대표가 기고했다.
 

커피는 발암물질과 항암물질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평가가 엇갈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커피는 발암물질과 항암물질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평가가 엇갈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커피는 수십년 전만 해도 의과대학 교재에 발암물질로 기록돼 있었다. 최근엔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어 인체에 유익하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한세기도 되지 않아 이렇게 극단적인 평가를 오간 식품이 또 있을까. 그만큼 커피에 들어 있는 요소는 무척 다양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부터 살펴보자.

커피하면 떠오르는 건 ‘카페인’이다. 이는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정신을 각성시키고 피로를 줄이는 효과를 갖고 있다. 장기간 다량 복용하면 중독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정의만 봐도 카페인은 양면성이 있다. 적당량만 섭취하면 순기능을 한다는 거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권장하는 ‘순기능’의 기준은 하루 400㎎ 이하(성인 기준)로 아메리카노로 따지면 2.6잔에 해당한다.

발암물질의 변신

물론 역기능도 있다. 탄수화물이 많이 든 물질을 120도 이상으로 장시간 가열하면 나오는 발암물질 아크릴아마이드이다. 이는 2B군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는데, 커피에선 로스팅(roasting)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그럼 커피 섭취를 자제해야 할까. 먼저 짚고 갈 것이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또다른 발암물질들이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태양광선은 1급 발암물질이다. 소고기ㆍ돼지고기 같은 붉은 살코기는 커피보다 위험성이 높은 2A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아크릴아마이드가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더라도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커피보다 아크릴아마이드를 최대 2배 이상 함유한 식품들도 있다. 튀김ㆍ비스킷ㆍ빵 등이다.

커피에는 또다른 유익한 물질도 들어있다. 폴리페놀이다. 우리 몸에 있는 유해산소인 활성산소를 해가 없는 물질로 바꿔주는 항산화 물질이다. 폴리페놀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염증도 줄여준다. 이처럼 커피는 발암물질과 항암물질을 동시에 갖고 있다. 하나의 정보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커피를 소비해야 하는 이유다.

커피를 속속들이 알고 싶다면 볼 만한 책이나 보고서도 많다. 2009년 발간된 「하버드 의대가 당신 식탁을 책임진다」는 책에선 커피의 장점 4가지를 소개한다. ▲당뇨병 위험 ▲자살률 ▲신장 결석 확률 ▲담석이 생길 확률을 낮춘다는 것이다. 하버드 의대가 1980년 이후 특정 표본을 장기 추적 조사한 코호트 분석으로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장점과 단점의 혼재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 의과대학의 O.J.케네디 박사는 하루 2잔의 커피가 간경화 사망위험을 50% 수준까지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 캘리포니아 의과대학 심장전문의 그레고리 마커 역시 커피를 자주 마셔도 부정맥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이렇게 커피를 향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피가 그만큼 매력적인 음료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닐까. 맛도 없고 매력도 없으며 다시 찾을 이유가 없는 음료라면 극단적인 논쟁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커피 한잔의 향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문경진 트리니커피 그린빈월드 대표 moonom@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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