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리스크 3가지 관전포인트

이란이 중동의 화약고가 됐다. 미국과의 갈등이 양자간 무력 대결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덩달아 국제유가는 춤을 춘다. 미국이 군사적 행동보다는 경제적 제재를 내세우면서 약간 누그러졌지만, 언제 또 춤판이 벌어질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과연 무엇을 눈여겨봐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3가지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새해 벽두 중동발 리스크가 터졌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탓이다. 국제유가는 요동쳤다. 2020년 1월 2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두바이유의 가격은 각각 배럴당 61.18달러, 65.44달러였다. 다음날인 3일에는 각각 63.05달러(3.05%), 67.83달러(3.65%)로 급등했다.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건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혁명수비대(이란 정예군) 사령관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살해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6일 이란은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역시 국제유가는 약간 더 뛰었다.

다행히 사태는 진정세로 접어들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對이란 전략으로 ‘군사 공격’이 아닌 ‘강력한 제재(경제제재)’를 사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란과 새로운 핵 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면서 협상의 여지도 남겼다. 그러자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제자리를 찾았다. 

그렇다면 이제 안심해도 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트럼프의 누그러진 발언에도 이란은 9일 “이라크 내 미군기지 공습은 향후 이어질 대미對美 작전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의도된 전략인지, 실제로 전의를 불태우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이란의 미국기지 폭격도 ‘계획된 전술의 일환’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는 이 상황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석유를 전량 수입해 각종 산업을 운용하는 우리나라로선 중동 리스크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공산이 커서다. 우리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관전 포인트① 무력충돌 가능성 =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심화 가능성이다. 이를 짐작하려면 사태의 배경부터 이해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2018년 5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2015년) 합의했던 ‘이란 핵 합의(JCP OA)’를 탈퇴하면서 시작됐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고, 미국은 대이란 경제제재를 재개했다. 우리나라가 2019년 5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ㆍ이라크 등지에서 일어나는 각종 군사적 충돌이나 반미행위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사우디의 주요 석유시설 드론 피습(2019년 9월 4일) ▲이라크 미국 민간인 사망사건(2019년 12월 27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미 대사관 습격(2019년 12월 31일) 등을 모두 이란의 행위로 판단했다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입장을 고찰하면,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살해한 건 일종의 반격인 셈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란 전선을 확대할 의지가 있느냐는 건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자칫 11월 미 대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란 역시 ‘계획된 전의’만 내세울 가능성이 더 높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이란이 이번 사건을 자국에 유리한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② 국제유가 더 오를까 = 전선戰線이 이런 상황이라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국제유가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일치한다. “(미국-이란 갈등이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주지도, 하향 안정화라는 방향성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란 갈등이 국제유가를 뒤흔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실 이란산 원유는 중국ㆍ인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구입한다. 이란에 전운이 감돌더라도 ‘공급 이슈’가 크게 불거질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다만 변수가 있는데, 그 첫번째는 이라크다. 먼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이라크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 전선의 불똥이 이라크로 튄다면, 원유 공급 이슈가 터질 수 있다. 

이라크의 원유수출량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약 24%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변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강조한 ‘강력한 제재’에 맞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은 페르시아만에서 아라비아해로 빠져나오는 항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과 새로운 핵합의를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과 새로운 핵합의를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이란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ㆍ쿠웨이트ㆍ이라크ㆍ바레인ㆍ카타르ㆍ오만 등 페르시아만 국가에서 생산된 원유의 상당량이 이 해협을 거쳐 운송된다. 운송량만 세계시장 전체 공급량의 19%에 이른다. 문제는 페르시아만에서 오만만을 빠져나오는 접경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전략을 쓰면, 국제유가가 럭비공처럼 튀어오를 수 있다. 

■관전 포인트③ 경제적 파급력 = 미국-이란 갈등의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전선이 확전되든 위축되든 원유를 전량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선 좋을 게 없다. 특히 유가가 비용으로 연결되는 항공ㆍ해운 등 운송 분야는 앞길을 예상하기 힘들다. 다만, 이란산 원유의 공급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우리나라는 별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2018년 11월 미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 이후 이란산 원유를 꾸준히 줄인 데다, 2019년 5월부터는 아예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지 않고 있어서다. 최진영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원유수출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동발 리스크는 중동지역 리스크로 국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도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원유 수입처를 다변화했다고 하더라도 중동산 원유의 비중은 국내 전체 원유 수입량의 70.74%에 달하기 때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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