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IPO 기대와 우려

부동산 건물공개(IPO) 시장의 개막일이 다가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을 IPO하는 것처럼 건물을 공개해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 공모ㆍ유통 서비스’가 예정대로라면 올 2월 첫선을 보인다. 시장이 열리면 일반인도 강남 건물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생소한 유형의 시장인 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새롭게 열리는 부동산 IPO 시장, 혁신을 꾀할까 탐욕을 부추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부동산 IPO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를 취재했다. 

빠르면 올해 2월부터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 서비스가 시작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빠르면 올해 2월부터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 서비스가 시작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르면 올해 2월, 부동산 영역에 꽤 흥미로운 시장이 열린다.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 공모ㆍ유통’ 시장(이하 부동산 수익증권 시장)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건물을 상장해 증권을 발행하면, 이를 일반인들이 사고팔 수 있는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이다. 거래소에 기업을 상장(IPO)해 주식을 발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쉽다. 

2019년 프롭테크(proptechㆍproperty+tech) 스타트업 카사코리아가 시중은행ㆍ신탁사와 컨소시엄을 맺고 금융위원회에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 공모ㆍ유통 서비스(이하 부동산 수익증권 서비스)’를 제안했는데, 그해 12월 금융위가 이를 ‘9대 혁신금융서비스’ 중 하나로 지정하면서 시장이 열리게 됐다. [※참고 : 이를 위해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상 특례(부동산 신탁에 의한 수익증권 발행, 증권거래 중개를 위한 투자중개업ㆍ거래소의 인ㆍ허가)를 적용했다. 은행은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신탁사는 한국토지신탁ㆍ한국자산신탁ㆍ코람코자산신탁이 참여했다. 거래소 역할은 카사코리아가 맡는다.]

시장 구조는 간단하다. 건물주는 신탁사에 건물을 신탁한다. 신탁사는 외부에 의뢰해 자산가치를 평가한다. 카사코리아는 이에 맞춰 증권을 공모주 형식으로 발행한다. 투자자가 모이고, 금액에 맞게 지분이 나눠진다. 건물은 여전히 신탁사에 맡겨져 있는 상태고, 건물주는 건물을 매각하고 빠져나간다. 

 

투자자들의 지분은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카사코리아를 통해 거래된다. 금융위가 특례까지 부여해가면서 부동산 수익증권 시장을 용인해준 이유는 뭘까.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일반투자자의 중ㆍ소형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해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일반투자자를 위해 시장을 열어줬다는 건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반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아파트나 상가에 투자한다. 가격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정보도 많지 않은 건물 부동산은 사모펀드나 고액자산가들의 투자영역이다. 하지만 부동산 수익증권 시장을 통해선 종잣돈이 많지 않은 일반투자자도 건물에 투자할 수 있다. 건물의 가치를 쪼갤 수 있기 때문이다. 카사코리아 관계자도 “일반인들도 고액 건물에 투자할 수 있다”는 걸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 IPO와 비슷한 구조”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건물을 IPO 한다고 보면 해당 건물의 자산가치나 임대수익률 등이 모두 공개돼야 한다. 그렇다면 ‘그들만(사모펀드나 고액자산가)의 리그’일 때보다 부동산 시장이 좀 더 투명해질 수 있다. 게다가 건물을 현금화해서 다른 곳에 투자하고 싶은 건물주 입장에선 좀 더 손쉽게 매각하고 빠져나갈 수 있다. 실제로 건물주가 다른 곳에 투자하면 경제 전체로 봤을 때도 이익이다.” 

하지만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자산가치를 객관적으로 매길 수 있느냐는 질문이 꼬리를 문다. 매도자(건물주)는 높은 가격을, 매수자(투자자)는 낮은 가격을 원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특히 매수자는 낮은 가격에 사야 건물에 적절한 임대료를 매겨 공실률을 줄일 수 있고, 건물 가치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탁사가 복수(3곳)의 감정평가법인에 맡겨 가치를 산정하고, 그 책임도 (평가법인과) 함께 진다”면서 “적절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탁사의 무게중심이 건물주 쪽으로 기울지 모른다는 점이다. 비싼값을 받고 빠져나갔다는 건물주가 많아야 신탁사를 통해 건물을 매각하겠다는 건물주가 늘어날 게 뻔해서다. 

신탁사 관계자는 “공급자(건물주)만 만족시킨다고 시장이 굴러가는 건 아니다”면서 “더구나 건물을 IPO 할 땐 은행이나 외부기관 등 다양한 세력이 참여하기 때문에 건물주 의중을 더 반영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우려는 투자자를 위한 보호장치가 있느냐다. 특히 거래소 역할을 하는 곳이 이제 막 만들어진 민간 스타트업(카사코리아)라는 점은 위험요인으로 거론될 만하다. 보안문제ㆍ거래안정성 등 뻔한 리스크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카사코리아 관계자는 “금융위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를 하도록 각종 부가조건(발행규모나 투자한도 등)을 제시했다”면서 “지난 6개월간 금융위가 제시하는 조건에 맞춰 테스트를 엄격하게 진행한 만큼 시장에서 거론되는 리스크는 헤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려는 또 있다. 거래소 역할을 하는 카사코리아와 신탁사는 아직도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나누지 않았다. 대략적인 협의는 끝났다고 하지만 명문화된 근거서류는 없다. 협의내용이 금융위에 보고되지도 않았다. 올 2월 이 서비스가 론칭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협의가 졸속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의 내용이 나오면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면서 “올해 2월에 서비스가 실시될 예정이지만, 이런 이유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가장 큰 우려는 ‘부동산 수익증권 시장’에 근본적인 한계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 좋은 매물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그것이다. 사실 임대료가 높아도 잠정적인 대기자가 넘쳐나거나 위치가 좋아 공실이 나오기 힘든 양질의 건물이 부동산 수익증권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는 쉽지 않다. 그런 매물은 사모펀드나 고액자산가들이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질이 나쁜 매물이 나올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일반투자자만 손해를 보는 상황이 연출될 공산이 크다. 

 

그동안 일반인들의 부동산 투자는 아파트에 집중돼 있었다.[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일반인들의 부동산 투자는 아파트에 집중돼 있었다.[사진=연합뉴스]

김형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강남에 있으면 좋은 건물’이라고 오해하는 이들이 많은데, 아무리 강남이라도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시세만 오른 건물도 숱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과연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매물이 나와서 흥행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카사코리아 관계자는 “초기부터 활발한 시장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최선을 다해 양질의 물건을 찾고,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될 수 있게끔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거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건물을 매각하는 과정은 비싸고, 처분 과정도 오래 걸린다”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시스템은 절차상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점에서 유인책도 있다”고 강조했다. 

어쨌거나 은행이든 신탁사든, 카사코리아든 부동산 수익증권 서비스를 만든 목적은 새 시장의 창출을 통한 이윤 추구다. 반면 금융위가 내세운 명분은 ‘일반투자자의 건물 투자 접근성 제고’다.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 둘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메우느냐에 따라 건전한 시장이 될지, 투기판이 될지 결정될 것이다. 시장 플레이어만큼이나 금융위의 역할이 중요한 까닭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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