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동물진료비 논란

병원마다 다른 동물진료비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부담이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병원마다 다른 동물진료비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부담이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간단한 질문 하나. 반려동물의 발치拔齒 진료비는 병원마다 얼마나 다를까. 놀랍게도 가격은 최저 5000원에서부터 최고 40만원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마취 여부 등 기본진료범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가격차가 80배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 참고: 한국소비자연맹이 서울·경기지역 동물병원 50곳의 진료비를 조사한 결과, 2019년 12월 발표.]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동물을 진료하는 비용을 산정하는 가이드라인이 없는데다 동물병원의 진료비용 공시가 의무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대 국회에서만 관련 법안이 6개나 발의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9년 6월부터 진료 표준화 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하며 수의사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표준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통일된 진료 체계가 없어서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질병마다 용어와 증상, 치료 방법이 다양하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균일한 진료비를 정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동물은 어디가 아픈지 말하지 않으니 추가 진료가 필요할 때도 많다. 진료 후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나오는 이유다.” 가격을 정하기 전 체계적인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거다.

문제는 깜깜이 진료비 탓에 아픈 동물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진료비 부담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반려인도 있다. 반료동물 진료비 관련 정보를 소비자가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병원 간 진료비를 비교하는 소비자는 61.0%에 그쳤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정보를 알기 어렵다(36.3%)는 점이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동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게다가 진료비가 동물 유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아픈 동물이 많이 버려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수의사회 측은 “여전히 동물을 물건처럼 여기는 인식이 있다”며 “정부도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