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종량세와 맥주가격의 상관관계

주세법이 52년 만에 개정됐다. 지난 1일부터 맥주와 탁주에 부과되는 세금 기준이 가격(종가세)에서 출고량(종량세)으로 바뀌었다. 가장 많은 수혜를 입는 제품은 제작단가가 높아 세금을 많이 내던 캔맥주와 수제맥주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궁금하다. 우리가 사마시는 맥주가격도 저렴해질까. 안타깝게도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주류 종량세와 맥주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맥주에 부과되는 주세의 인하가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맥주에 부과되는 주세의 인하가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지난 1월 6일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와 ‘피츠’ 캔맥주 가격이 인하됐다. 클라우드는 2950원(500mL 기준)에서 2500원으로, 피츠는 2700원에서 2400원으로 각각 내려갔다. 국산맥주도 1만원으로 500mL 4캔을 살 수 있게 된 거다.

이번 인하는 이보다 앞선 1월 1일 롯데칠성음료가 맥주 출고가를 떨어뜨린 덕분이다. 클라우드(캔맥주 500mL 기준)의 출고가는 1880원에서 1565원으로, 피츠는 1690원에서 1497원으로 내렸다. 물론 롯데칠성음료가 소비자를 위해 마진폭을 줄이고 가격을 내린 건 아니다. 1일부터 주세 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되자 회사 측이 대응했을 뿐이다. 실제로 캔맥주의 주세는 1121원에서 830원으로 인하됐다.

자! 지금부터 복잡한 이야기를 해보자. 종가세는 제품의 출고가격 또는 수입신고할 때의 주류가격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세금을 산출하는 과세체계다. 주류가격이 낮으면 세금을 적게 납부하고, 가격이 높으면 그만큼 주세를 많이 납부한다. 반면 종량세는 출고되는 양에 주종별 세율을 곱한다. 가격이 다르더라도 주종과 양이 같으면 납부하는 세금도 같아진다. 가령 캔맥주 500mL의 세금은 출고가가 높든 낮든 똑같다는 얘기다.

정부가 1968년부터 유지되던 종가세를 52년 만에 종량세로 바꾼 이유는 고품질 주류개발 촉진, 국내 제조맥주와 수입맥주의 불합리한 차별 해소 등 두가지다. 그동안 국내 제조맥주의 주세는 출고시점 가격에 부과해왔다.

그러다보니 제조원가는 물론 판매·관리비와 매출이익 등이 과세표준에 포함됐다.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신고 시점에 주세를 부과하는 방식 탓에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해왔다. [※참고: 수익가액과 관세는 포함. 판매·관리비와 매출이익은 과세표준에서 제외.] 국내 맥주업계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맥주를 수입해 파는 게 더 이득”이라는 말이 나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이번 종량세 전환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운 것’이라면서 반긴다. 이제야 수입맥주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트나 편의점에서 사마시는 맥주가격도 내려갈까. 맥주 제조업체가 납부해야 할 세금이 줄어든 만큼 가격 인하여력이 생겼기 때문에 이런 기대를 할 법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왜일까.

복잡해진 셈법이 그 첫번째 이유다. 출고가격이 높아 세금을 많이 냈던 캔맥주는 종량세 전환으로 1L당 부담하게 되는 주세가 언급했듯 1121원에서 830원으로 낮아졌다.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와 ‘피츠’ 가격을 내릴 수 있던 배경이다. 하지만 병맥주와 페트의 주세는 1L당 각각 814원→830원, 803원→830원으로 되레 상승했다. [※ 참고: 생맥주의 1L당 주세도 519원에서 830원으로 많이 올랐지만 이 경우 향후 2년간 주세를 20% 경감해주기로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계산이 복잡해진다. 모두 다 내리거나 올랐다면 상관없지만 캔·페트·병 등 주류용기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선 가격을 내리기도, 올리기도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롯데칠성음료와 달리 하이트진로가 가격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이트진로 측의 말을 들어보자. “캔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이 인하된 것만 부각될 수도 있지만 다른 용기들은 또 올랐다. 이런 상황들을 다 감안해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융합산업학) 교수도 “캔맥주는 내려가고 다른 맥주는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선 인하분으로 상승분을 상쇄하기도 할 것”이라며 “인하분의 여력으로 가격을 내릴지 아니면 그것을 자신들의 이익으로 가져갈지는 업체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주세 인하가 가격 인하로 연결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유통마진’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단순하게 세금이 줄면 소비자가격이 내려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출고가가 내려간다고 해도 그대로 가격에 반영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고 꼬집었다. 제조업체와 소비자의 중간에서 유통사들이 마진을 챙기려고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거다. 가격을 조정한다고 한들 재고분을 처리해야 하는 시간차도 생각해야 할 문제다.


종량세 효과 아직은…

그렇다면 롯데칠성음료는 왜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하한 걸까. 롯데칠성음료만이 소비자를 생각한 것일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롯데칠성음료가 먼저 가격을 내리긴 했지만 맥주시장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점유율 확보가 아쉬운 롯데칠성음료가 ‘가격인하’라는 공격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일 뿐 시장점유율이 높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가격조정을 하지 않는 이상 큰 변동은 없을 거란 얘기다.

종량세 전환으로 캔맥주가 수혜를 받게 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종량세 전환으로 캔맥주가 수혜를 받게 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롯데칠성음료가 이번에 가격을 조정하면서 캔맥주는 내리고 생맥주 가격은 올리려 했다. 하지만 시장의 저항에 부닥치자 생맥주 가격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상황을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정 교수는 종량세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당장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다양해질 것은 분명하나 업체 입장에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야 하고, 수입주류에서도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1년은 지나봐야 주세법 개정으로 인한 효과를 논할 수 있지 않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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