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에 저항하다

➊이혜인, Natta de Mina(잘 자요, 내 사랑), 캔버스에 유화, 22.7×15.8㎝, 2개, 2019년 ➋송민정, Window, 드라마, Full HD, 18분 21초, 2019년 

해가 바뀌었다. 몇날의 연속된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새로운 한해의 시작은 이전의 세상과는 다른 변화를 꿈꾸게 한다. 30대 여성작가들이 불안정한 시간과 변해온 것, 변하지 않은 것, 변해야 할 것을 이야기한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밤이 낮으로 변할 때’展은 시간을 포착하는 방법과 도래할 시간을 향한 변화의 바람을 다룬다. 

식물ㆍ사진ㆍ영상ㆍ조각ㆍ회화 등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표현된 작품들이지만, 모두가 여성 중심 서사라는 공통점을 품고 있다. 5명의 참여 작가들은 여성을 왜곡하는 인식에 저항하거나 여성을 화자로 삼는다

이혜인은 그림을 그리는 시간과 그 결과를 겹치며 대상과 시간을 함께 기록한다. ‘알베르틴’ 시리즈는 집 앞마당의 장미나무를 아침부터 밤까지 관찰하며 그린 그림들이다. ‘겨울밤 알베르틴’은 같은 장미나무의 모습을 최근 겨울밤 속에서 그린 것이다. 그에게 그리는 과정은 그것을 지켜보는 행위라 할 수 있다.

 

➌윤지영, ‘레다와 백조’ 전시 전경, 복합 매체, 170×221×166㎝, 2019년 ➍이혜인, 알베르틴, 캔버스에 유화, 72.7×60.6㎝, 8개, 2019년

안초롱은 다양한 형태와 물질로 변화하는 사진 매체의 유연함과 가능성을 탐구한 작가다. 네팔을 여행하던 친구로부터 받은 엽서 이미지, 다양한 시간과 장소에서 동일한 대상을 촬영한 이미지,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으로 촬영돼 노이즈와 노출 부족인 이미지 등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촬영한 이미지들 중 몇가지를 선택해 선보인다. 

강은영은 식물의 구성으로 서사적 상상을 구현했다. ‘Blue Alkanet Tree’는 원래 한 나무에 함께 있지 못하는, 색과 형태가 변형된 인공의 꽃들이 한데 자리한 낯선 정원을 표현했다. 

윤지영은 ‘희생’과 같은 심리적ㆍ관계적 상황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에 주목해온 작가다. 전시를 위해 제작한 ‘레다와 백조’는 제우스가 백조로 변해 유부녀 레다를 겁탈한 신화 속 일화에서 가져온 것으로, 오래된 신화가 왜곡해 온 불평등의 구조에 대한 조각적 전복을 시도한다.

송민정은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비엔나, 1899년 프랑스, 1901년 러시아, 2020년 서울에 사는 네 명의 여성이 겪은 유사한 시간과 시대를 수다 형식으로 풀어놓은 작품 ‘Window’를 선보인다. 정체 없는 불안정한 미래를 떠안고 사는 현 시대의 인물들이 느끼는 다면적 불안과 동지애로 현재를 바라보는 작품이다. 2월 9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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