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성공하면 ‘잡스 꼬리표’ 떨어질까
AR 성공하면 ‘잡스 꼬리표’ 떨어질까
  • 김다린 기자
  • 호수 372
  • 승인 2020.01.1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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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의 운명과 전략

뭘 해도 ‘스티브 잡스 같았으면…’이란 말이 나왔다. 잘해도, 못해도 그랬다. 이런 이유로 팀 쿡 애플 CEO는 혁신 아이콘으로 통하던 전임 CEO(스티브 잡스)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잡스의 꼬리표’를 떼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잡스 시절 애플은 구현하지 못했던 증강현실(AR)이 바로 반전카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팀 쿡의 운명과 전략을 취재했다. 

팀 쿡 애플 CEO의 혁신 무기로 증강현실(AR)을 꼽는 이들이 많다.[사진=뉴시스]
팀 쿡 애플 CEO의 혁신 무기로 증강현실(AR)을 꼽는 이들이 많다.[사진=뉴시스]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에선 검은 미래가 보인다.” 오라클의 CEO 래리 엘리슨은 애플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점쳤다.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글로벌 IT 업계의 분위기가 대체로 그랬다. 희대의 혁신가를 잃은 애플이 얼마나 갈 수 있겠냐는 거였다. 따가운 시선은 후임 CEO인 팀 쿡에게도 꽂혔다. 

아쉽게도 그는 애플의 DNA인 혁신과 비전을 보여줄 리더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전설적인 전임 CEO인 잡스처럼 큰 기대를 받진 못했지만, 팀 쿡과 애플은 10년간 꾸준한 성과를 냈다.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 가능해야 한다”던 잡스의 철칙까지 외면하고 내놓은 ‘아이폰6’는 아이폰 시리즈 중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애플워치’ ‘에어팟’ ‘애플페이’ 등 새로운 카테고리의 기기와 서비스도 흥행에 성공했다.

이를 발판으로 애플은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2018년 8월)를 돌파한 회사로 거듭났다. 잡스가 떠난 2011년 애플의 시총이 3000억 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장이다. 

그럼에도 그를 향한 평가는 박했다. 애플의 실적이 꺾이거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면 팀쿡은 예외없이 두들겨 맞았다. 2019년 초 애플이 2018년 10~12월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하자 ‘애플 위기설’이 제기됐던 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실적이 악화됐음에도 팀 쿡의 ‘혁신부재’가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꺼내든 프리미엄 정책도 뒷말을 낳았다. 10주년 시리즈 ‘아이폰X’에 999달러의 가격을 책정했지만, 가격만 높인 고급화 전략으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없다는 비난부터 맞아야했다. 

‘잡스란 긴 꼬리표를 떼지 못한다면 팀 쿡은 영원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란 동정론을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팀 쿡이 준비 중인 AR 프로젝트가 그 꼬리표를 떼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의 해석이다. 

잡스라는 긴 꼬리표

애플의 최근 행보를 보자. 애플은 2019년 1월 영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기업 이미지네이션과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이미지네이션은 초창기 아이폰에 GPU를 공급하던 회사였는데, 2017년 4월 이후 애플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애플이 독자적인 GPU 개발에 나선다고 밝히면서다.

업계에선 애플이 이미지네이션과 다시 손을 잡은 이유로 ‘독자 GPU 개발 난항’을 꼽지만 다른 전략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바로 증강현실(AR) 기술 강화다. IT 업계 관계자는 “GPU는 그래픽과 관련된 연산을 전담하는데, 고성능 GPU의 쓰임새로 떠올릴 수 있는 건 AR”이라면서 “팀 쿡 CEO의 기술 지향점이 AR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애플의 새로운 혁신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AR은 현실세계에 가상세계를 덧씌워주는 기술이다. 2016년 여름 전세계를 강타한 ‘포켓몬GO’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팀 쿡은 그간 AR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설파해왔다. “애플의 혁신이 끝났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애플은 AR 등 여러 신기술 분야에서 놀라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2016년 인터뷰).” “AR은 스마트폰만큼 혁신적인 아이디어다. 이제 사람들은 매일 밥 먹듯 AR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2018년 인터뷰).” 지난해 2월 실적 발표 자리에선 “AR은 인간의 능력을 배가시킬 능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애플 역시 AR 기술에 많은 공을 들였다. 2017년엔 개발자 전용 AR 플랫폼인 ‘AR키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별도의 하드웨어가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작동하는 AR앱을 만들 수 있는 개발도구다. 아울러 애플은 AR 관련 기업을 활발하게 인수ㆍ합병(M&A)했다. 2017년 11월 AR 헤드셋 개발 스타트업 업체인 브이알바나를 사들였고, 2018년 8월엔 AR 특수렌즈 생산업체 아코니아 홀로그래픽스를 인수했다.

팀 쿡의 스마트 글라스

전문가들은 애플 AR전략의 최종 목적지로 ‘스마트 글라스’를 꼽는다. 스마트 글라스는 디지털 정보를 실제 공간에 포개어 구현할 수 있는 안경이다. 눈으로 실제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을 가린 채 그래픽 영상만 보여주는 가상현실(VR) 기기보다 쓰임새가 훨씬 다양하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스마트 글라스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해 그에 맞는 영상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소비전력이 낮은 고성능 GPU가 필수다. 최근 이미지네이션과의 계약이 주목을 받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AR은 잡스 시대에선 구현하는 게 불가능했다. 팀쿡은 그런 AR에 힘을 쏟고 있다. 팀 쿡은 과연 AR로 잡스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까. 그의 혁신은 벌써 시작됐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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