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STORY!] 5G 갑론을박

이통3사가 5G 무제한 요금제를 줄줄이 론칭했다. 얼핏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고개를 가로젓는 소비자가 의외로 많다. 기지국 등이 턱없이 부족해 5G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통 터지지 않는데 ‘무제한 데이터’가 무슨 소용이냐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무제한 요금제의 맹점을 짚었다.

이통3사의 5G 무제한 서비스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이통3사의 5G 무제한 서비스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4G보다 20배 더 빠르다는 5G. 속도 덕분인지 5G를 찾는 소비자들이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2019년 4월 5G가 출시된 지 7개월 만인 11월 5G 가입자 수가 435만5176명을 기록했을 정도입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 때문인지 이통3사의 고객 유치전戰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5G 무제한 요금제’입니다. 데이터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5G 소비자를 위해 ‘무제한 요금제’를 푼 겁니다. [※ 참고: 5G 이용자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26GB)은 4G 이용자(9GB)보다 2.8배나 많습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2019년 11월 기준).]

KT는 출시 초반부터 5G 무제한 요금제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올해 들어 5G 요금제를 정규요금제에 포함시켰습니다. 기존 요금제를 무제한으로 변경하는 식으로 손을 봤죠. SK텔레콤은 9만5000원짜리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기존 200GB에서 무제한으로 바꾸고, 가격을 6000원 내렸습니다. LG유플러스도 8만5000~11만5000원의 4개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모두 무제한으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5G 무제한 요금제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통3사가 5G의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풀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5G 기지국은 상용화 초기(8만5261개·2019년 4월 기준) 때보다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2019년 말까지 5G 기지국 수를 20만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9월 기준 기지국 수는 10만개에도 못 미쳤습니다.

예전보다 덜해졌다곤 하지만 대부분의 기지국이 수도권(56%)에 몰려 있다는 점도 불편요소입니다. [※ 참고: 5G는 4G보다 직진성이 높아 장애물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전파가 도달하는 거리도 짧아 4G보다 많은 기지국이 필요합니다.]

고질적 문제 여전해

이뿐만이 아닙니다. 5G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내에도 적정 수준의 기지국이 필요하지만 전체 5G 기지국 중 겨우 1%(898개)만이 건물 내에 설치돼 있습니다. 밖에선 잘 터지다가도 실내로 들어서기만 하면 5G가 끊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5G가 닿지 않는 곳에선 어쩔 수 없이 4G로 전환해 상대적으로 느린 인터넷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무제한 요금제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소비자들은 손에 꼽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들도 5G의 품질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019년 10월 참여연대가 5G 이용자 171명에게 5G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76.6%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들은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너무 협소해서(29.7%)’ ‘요금이 기존 서비스에 비해 너무 비싸서(22.8%)’ 등을 불만족하는 이유로 꼽았습니다.

참여연대는 5G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만 사례를 모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4G 대비 7%에 불과한 기지국 수로 서비스를 시작한 것부터 문제”라면서 “기지국을 개설하는 중이니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는 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건 요금제뿐만이 아닙니다. 5G는 전용 스마트폰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5G를 이용하려면 기존에 쓰던 폰을 처분하고 고가의 전용 스마트폰을 구매해야 합니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스마트폰을 사고도 5G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불만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 손해 감수할 게 수두룩

물론 정부와 이통사가 두 손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이통3사는 ‘5G 커버리지’ 웹페이지를 신설해 자사의 5G 서비스 범위를 소비자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지역이 5G를 쓸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하라는 취지에서입니다. KT는 올해 1월 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5G 기지국을 최적화하는 ‘5G 아이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정부도 올해부터 통신사의 5G 기지국 등록면허세를 완화해 기지국 설치를 장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5G의 서비스 품질은 한동안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5G의 서비스 품질은 한동안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그럼에도 5G 무제한 요금제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지국 수를 단기간에 대폭 늘리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고가의 5G 요금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5G 요금제에 3만~4만원의 저가요금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렴하게 5G폰을 사려고 2년짜리 약정에 가입했다면 위약금이 걸려 있어 중도 해지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4일 KT가 한 소비자에게 은밀히 건넨 보상책은 소비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 충분합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5G 품질 문제로 통신분쟁조정을 신청한 이 고객에게 KT는 8만원짜리 요금제 4개월분(32만원)을 지급하겠다며 합의를 시도했습니다. 그것도 남은 20개월의 계약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말이죠. 다른 5G 고객들도 요구할 수 있는 공식적인 보상책도 아닙니다. 이통사가 5G 품질 논란을 잠재우는 데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들 기업들의 경쟁에 애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셈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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