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의 펀드투자법 제6편 | 펀드 신뢰 높이려면

펀드시장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모펀드 불법투자 의혹, 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등이 잇따라 터진 탓이다. 이 때문인지 사모펀드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스쿠프(The SCOOP)와 엉클조의 펀드투자법 여섯번째 이야기 ‘펀드 신뢰 높이려면’ 편을 열어보자.  

최근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조치로 펀드시장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오른쪽)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조치로 펀드시장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오른쪽)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9년은 펀드시장이 퇴보한 해로 기록될 듯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모펀드 투자 관련 불법성 의혹 ▲파생결합증권(DLS)ㆍ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 ▲한국형 헤지펀드 1위 운용사로 성장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 펀드 관련 부정적 사건이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불거진 펀드사태가 IMF 외환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처럼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든 건 아니다. 하지만 펀드시장을 향한 투자자들의 신뢰에 금이 간 건 사실이다. 작은 위기가 큰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펀드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이참에 펀드시장의 문제점을 분명히 짚고,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건 문제가 불거진 펀드들이 모조리 사모펀드라는 점이다. 사실 공모펀드는 오랜 기간 보완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에 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일례로 공모펀드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금액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지만 투자자 모집이나 운용 관련 규제가 엄격하다.

주로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되기 때문에 투자설명서 설명ㆍ교부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꽤 많다. 이뿐만이 아니라 발행 전 펀드 약관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고, 펀드운용보고서도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그래서 공모펀드는 중수익ㆍ중위험 성향이 강하다. 

사모펀드는 다르다.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비공개로 자금을 모은다. 금융당국 규제도 거의 없다. 가입금액(최저 1억원)도 높다. 펀드를 운용할 때 종목수나 중복투자 관련 제한도 없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자율리그’다. 그래서 사모펀드는 고수익ㆍ고위험 성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공모펀드를 압도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사모펀드 수탁고는 416조4000억원으로, 공모펀드보다 1.7배 많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고수익ㆍ고위험 성향이 강해 투기성이 짙기 때문이다.

2015년 금융당국의 ‘한국형 헤지펀드 육성’이라는 방침에 따라 규제가 허술해진 탓도 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의 최저투자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최저투자한도를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투자금을 모으고 빌려 최저투자한도를 맞춰 뛰어드는 ‘묻지마 투자자’들이 기승을 부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일부에선 금융감독원을 통해 사모펀드의 투자대상을 직접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 주장이 현실적인지는 의문이다. 

사모펀드가 글로벌 시장에 투자했을 때를 가정해보자. 부서 이동이 잦은 금감원 공무원들이 그 투자대상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을까. 더구나 해외투자 경험이 많은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를 전문성이 없는 공무원이 관리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 해법은 뭘까. 금융투자의 기본을 망각하지 않고, 이를 명확하게 지킬 수 있도록 운용방식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사실 각각의 펀드는 ‘특별계정’이나 다름없다. 

특별계정이란 ‘보험사업자가 특정보험계약의 손익을 구별하기 위해 준비금에 상당하는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기타재산과 분리하고 별도의 계정을 설정ㆍ운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돈 저돈이 마구 뒤섞여 손익과 자산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업무장벽을 세워 관리하는 계정이다. 

이 때문에 특별계정을 관리하는 규정은 명확하다. 약관과 상품설명서에 표시된 방법으로 고객의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자산운용 내역을 공시해서 소비자는 물론 시장의 감독자도 볼 수 있다. 펀드를 특별계정으로 취급한다면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된 DLF 운용사나 라임자산운용 등은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결국 탈이 났다. 규제를 풀어주기만 했지 투자자를 위한 보호장치를 소홀하게 만들었던 게 화를 부른 셈이다. 혹자는 “사모펀드를 그런 방식으로 규제한다면 공모펀드와 비슷해지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사모펀드는 누구나 참여하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를 규정대로 운영한다고 해서 공모펀드와 같아지지는 않는다. 사모펀드, 이젠 규제가 필요하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 더스쿠프
정리=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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