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의 또다른 찬반 논쟁

배달앱 상에선 거리 개념이 모호해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달앱 상에선 거리 개념이 모호해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달앱 1~3위가 ‘한지붕 세가족’이 될 전망이다.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배달통)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들을 바라보는 자영업자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배달앱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도 마찬가지다. 배달앱이 등장하면서 다른 브랜드뿐만 아니라 동일 브랜드 간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경계가 사라진 배달앱 시장 이대로 괜찮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배달앱을 둘러싼 또다른 찬반논쟁을 취재했다. 

# 주부 이지연(30)씨는 B치킨을 주문하기 위해 배달앱을 열었다. 주소를 입력하자 인근에 있는 B치킨 매장 10여개의 리스트가 떴다. 집 근처 300m 거리의 매장부터 4㎞ 밖 매장까지 주문이 가능했다. 거리가 멀다고 배달비나 최소주문비용이 비싼 것도 아니었다. 이씨는 거리는 멀지만 배달비가 가장 저렴한 매장에 치킨을 주문했다. 

# 출출한 밤 편의점에 가는 게 귀찮았던 직장인 박은지(27)씨는 배달앱을 켰다. 1만원 이상 주문하고, 배달비 3000원을 지불하면 추위에 편의점까지 가는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배달앱 내 편의점 카테고리에 들어가자, 주문 가능한 편의점 20여개가 쭉 떴다. 동일한 브랜드의 편의점이다 보니 어디에 주문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배달앱 시장이 커지면서 치킨ㆍ피자ㆍ햄버거ㆍ베이커리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경계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사 브랜드뿐만 아니라 동일한 브랜드 간 경쟁마저 치열해졌다는 거다. 오프라인 상에선 가맹점의 안정적인 영업을 보장하기 위해 ‘영업지역’을 보장해주고 있지만, 배달앱 상에선 무용지물인 셈이다. 

특히 최근엔 편의점까지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CU(BGF리테일)는 배달앱 요기요와 손잡고 현재 3000여개(2019년 1월 기준) 점포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마트24(이마트)도 지난 1일부터 35개 직영점을 대상으로 배달 서비스(요기요)를 시작, 내년 상반기 가맹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오프라인의 예를 들어보자.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롯데GRS)는 가맹점 반경 1㎞ 이내 가맹점ㆍ직영점을 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세대수나 인구수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BBQ(제너시스비비큐)는 4000세대, BHC(비에이치씨)는 5000세대, 맘스터치(해마로푸드서비스) 3000세대를 각각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런 자체 기준의 근거는 가맹사업법이다. 현행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금지(제12조의 4)’ 조항에 따르면 가맹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동일한 업종의 가맹점이나 직영점 출점이 불가하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대표전화나 자체앱으로 주문하는 경우, 영업지역에 따라 가까운 지점을 연결해주고 있다”면서 “하지만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배달앱 상에선 배달앱 업체의 룰을 따르고 있어 사실상 영업지역을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배달앱은 어떤 기준으로 소비자에게 업체를 안내하고 있을까.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은 카테고리별로 주문 가능한 반경 거리가 다르다. 치킨의 경우 소비자가 입력한 주소의 반경 1.5㎞ 이내, 패스트푸드는 1.7㎞ 이내, 야식류는 3㎞ 이내의 매장을 보여준다. 카테고리별로 경쟁 강도를 고려해 경쟁이 치열한 치킨은 좀 더 좁게, 야식류는 좀 더 넓게 거리를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점주가 ‘울트라콜(정액광고ㆍ건당 8만원)’을 이용하면 1.5㎞ 바깥 지역에서도 고객에게도 상호명을 노출시켜준다는 점이다.[※참고: 우아한형제들은 기존 무제한이던 울트라콜의 중복 노출을 4월부터 3개로 제한할 방침이다.]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별도의 거리 제한은 두지 않고 있다. 점주가 원하는 지역에 상호명을 노출시켜주는 방식이다. 배달앱 관계자는 “점주나 소비자 모두 가까운 매장에서 주문하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배달 반경이 넓어진다고 경쟁이 심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배달앱의 등장으로 동일 브랜드 간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배달앱의 등장으로 동일 브랜드 간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말 그럴까.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동일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배달앱 상에서도 가맹점의 영업지역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지만, ‘배달앱 시대’에 당연한 경쟁이란 지적도 숱하다. 

■ 당연한 경쟁= 먼저 배달앱 시대에 영업지역을 규제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란 주장을 살펴보자.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근거 규정이다. 가맹점이 배달앱을 통해 다른 영업지역에서 활동을 하더라도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가맹점의 영업이나 홍보를 가맹본부가 제한한다면 되레 불공정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영업지역이라는 것이 오프라인 매장의 권역을 설정할 때만 적용된다는 얘기다. 

아울러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가맹점들이 당연히 치러야 할 경쟁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거리가 멀어도, 같은 브랜드여도 맛과 서비스가 좋으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적용되는 규제를 동일하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상권과 오프라인 상권은 메커니즘이 다르다. 이 때문에 인위적으로 오프라인의 영업지역을 온라인에 적용할 수는 없다. 배달앱 시장이 커진 만큼 가맹점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아우르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 방지책 필요= 하지만 배달앱이 출혈경쟁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 건 사실이라는 지적도 숱하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해 12월 ‘2019 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다. 

이수덕 세종대(경영학) 박사는 “배달앱의 등장으로 동일 브랜드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지만, 새로운 유형의 영업방식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가맹점의 무한ㆍ출혈경쟁, 비용 증가에 따른 소비자 후생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업지역과 같은 모호한 용어를 개선해 온라인 영업활동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영업지역 침해금지 조항을 만든 이유를 되짚어봐야 할 필요성도 있다는 거다.

 

지난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사업법을 개정하면서 해당 조항을 신설했다. 기존의 출점거리제한(모범거래기준법)을 영업지역으로 전환한 셈이었는데, 동일 브랜드 간 경쟁 과열로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주를 위한 정책이었다. 

배달앱이 영업지역 보장이란 법과 제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12월 대책을 내놨다. 이른바 ‘깃발꽂기’라 불리는 울트라콜을 한 업체당 3개로 제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 말을 들어보자. “지난해 5월 슈퍼리스트(입찰광고)를 폐지하면서, 자금력 있는 점주들이 울트라콜에 몰렸다.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위해 울트라콜을 4월부터 제한할 계획이다.”

하지만 법과 제도가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거의 모든 것이 배달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배달앱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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