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vs 2020년 생필품 물가 비교

그때나 지금이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대다. 2015년(0.7%)과 2020년(0.4%) 지금의 얘기다. 경기부진은 계속 이어지고, 너나 할 것 없이 “힘들다”는 말이 습관처럼 새어나온다. 주부 이미선(39)씨는 어떨까. 그때와 달라진 건 남편과 아이가 있고 없고의 차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같은 조건이라는 가정 아래 그의 2015년과 2020년을 비교해봤다. 여전히 달라진 건 남편과 아이의 존재 차이일까. 아니다. 지갑의 두께도 달라졌다. 

치솟는 물가 탓에 지갑 열기를 망설이는 시민이 수없이 많다.[사진=연합뉴스]
치솟는 물가 탓에 지갑 열기를 망설이는 시민이 수없이 많다.[사진=연합뉴스]

4년차 주부인 이미선(39)씨. 지난 1월 14일 이씨는 모처럼 연차 휴가를 낸 남편과 온전히 하루를 같이 보냈다. 잠에서 깬 아이를 먹이고 입혀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버스를 타고 근처 멀티플렉스영화관에 가서 최신 영화 한편을 봤다. 극장을 나와선 인근 대형마트에서 이것저것 장을 본 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엔 다시 아이 하원시간에 맞춰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이좋게 햄버거도 하나씩 사먹었다. 늦은 밤, 아이가 잠들자 아니나 다를까 ‘야식~, 야식’ 노래를 부르는 남편. 못 이기는 척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오늘 두사람은 얼마를 소비했을까. 그들의 하루를 다시 찬찬히 따라가 보자. 이씨 부부는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 버스요금 2400원(1인당 1200원·카드 기준)을 지불했고, 영화관에선 영화관람료 2만원(CGV·1만원×2명)에 팝콘값(콤보세트) 8900원을 추가해 2만8900원을 썼다.

대형할인마트에선 쌀 20㎏(상품·5만1773원)을 사고, 아이 이유식 재료로 쓸 양배추(상품·1포기·5286원), 달걀(중품·30개· 5305원), 양파(상품·1㎏·1634원), 당근(상품 ·1㎏·4205원), 고구마(밤·상품·1㎏·4253원)를 샀다, 아이가 간식으로 잘 먹는 딸기(상품·400g·6832원)와 남편이 좋아하는 오징어볶음용 물오징어(냉동·중품·2마리·8092원)도 구입했다. 

술이 빠지면 섭섭하다는 남편은 소주(참이슬 후레쉬·360mL·1180원)와 맥주(카스 프레시·355mL·6캔·8220원)도 카트에 담았다. 마트에서 이씨가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9만6780원. 집에 돌아올 땐 쌀 때문에 무거워 버스 대신 택시를 탔다. 단말기에 카드를 대자마자 삑 소리가 나며 3800원이 결제됐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아이 하원길에 들러 사먹은 햄버거는 불고기버거(롯데리아)다. 3900원씩 둘이 합쳐 7800원. 야식으로 시켜먹은 치킨은 교촌 스틱(1만7000원). 몇년째 가격이 오르지 않아 즐겨 시켜먹는 치킨인데, 내 지갑에서 나간 돈은 무엇 때문에 더 많아졌을까. 2015년엔 없던 배달료(2000원)가 추가로 붙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때론 가격이 그대로라는 건지 올랐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예나 지금이나 경기부진

오랜만에 집에서 밥 한끼 해먹지 않고 밖에서 영화를 보고, 장을 보고, 팝콘과 치킨으로 식사를 대신했다. 그렇게 이씨 부부가 하루에 쓴 돈은 총 15만8680원이다. 자려고 침대에 누워 하루를 돌아보던 이씨가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어쩌다 한번이니 망정이지 오늘처럼 살다간 등골이 휘겠네.”


저성장·저물가의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0.4% 상승했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최저치이자 1999년(0.8%), 2015년(0.7%)에 이은 세번째 0%대 상승률이다. 정부는 “농수산물 및 석유류의 가격 하락 및 기저효과, 무상교육 등 정부정책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상승률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집세(-0.1%)와 공공서비스(-0,5%)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개인서비스(1.9%)는 상승률이 둔화했다. 공공서비스의 경우, 택시 기본요금과 시외·광역버스 요금이 인상돼 교통 관련 요금은 상승했지만 고교납입금(-13.5%), 보육시설이용료(-3.9%), 휴대전화요금(-3.3%) 등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그렇다면 극심한 경기부진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대(0.7%)를 기록했던 2015년과 비교하면 어떨까. 2015년 대비 소비자물가는 4.84% 상승했다. 생활물가 상승률도 4.99%로 소비자물가상승률과는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식품물가는 그 사이 9.39% 상승했다. 저물가 시대에 우리가 고물가를 체감하는 가장 큰 이유다.

좀 더 생활밀착형으로 비교를 해보기 위해 이씨의 하루를 통째로 2015년 1월 14일로 옮겨봤다. 똑같이 버스(1050원×2)와 택시(3000원)를 타고, 영화(8000원×2)를 보고, 팝콘(8900원)과 햄버거(3300원×2), 치킨(1만7000원)을 사먹는다면 5만3600원이 든다. 2020년엔 6만1900원이었는데, 8300원이 줄어든다. 왜일까. 그 사이 교통요금이 오르고, 영화관람료가 오르고, 햄버거값이 오르고, 배달료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2015년과 비교하면 일단 교통요금(서울 기준)이 올랐다. 2015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시내버스와 지하철요금은 1050원(카드 기준)이었다. 그해 6월 27일부터 1200원으로 인상된 후 지금까지 동결 상태다. 택시요금이 오른 건 지난해 2월 16일이다. 그전까지 택시 기본요금은 3000원이었다. 여기서 800원이 올라 현재의 3800원이 됐다. 

꼼수와 눈치 작전

주행 요금 기준이 되는 거리와 시간 간격도 좁아졌다. 거리는 10m 짧아져 132m마다 요금이 오르고, 시간요금은 4초가 줄어 31초당 100원씩 부과된다. 심야요금도 3600원에서 4600원으로 인상됐다. 택시요금이 오르면서 수년째 동결 상태인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도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곤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교통요금 등 공공서비스요금이 오르긴 했지만 체감물가가 많이 오른 건 개인서비스 몫이 크다. 업체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면서 가격을 올려왔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연말연시면 어김없이 손대는 햄버거 가격도 2015년과 비교해 많이 올랐다. 당시 3300원이던 햄버거는 몇번의 가격 인상을 거쳐 3800원까지 올랐다. 그때마다 소비자단체들이 근거 없는 가격 인상을 철회하라고 주장하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쳐왔다. 

지난 연말에도 그랬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자 한국소비자원 물가감시센터는 “최근 2년 가격 인상을 거쳐 오면서 원재료 및 인건비 증가를 근거로 댔지만 그들의 주장과 달리 롯데리아의 매출원가율은 2017년 47.1%에서 2018년 46.1%로 1.0%포인트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버거킹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각각 36억원, 75억원 늘었다. KFC는 손실을 기록하긴 했지만 손실폭이 줄었다.

물가감시센터는 “업체들이 매출원가율 증가를 근거로 내세웠지만 오히려 매출원가율은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늘었다”면서 “가격인하를 꾀할 수 있었음에도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놓고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꼬집었다. 

연말연시면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반복된다.[사진=연합뉴스]
연말연시면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반복된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물가감시센터는 “신메뉴 출시로 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이 발표된 건 1월 13일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4일 후인 지난 17일 맥도날드마저 “20일부터 일부 메뉴의 가격을 평균 1.36%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도 이유는 빼다 박은 듯 같다. “제반 비용 상승을 감안해 일부 메뉴의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 그리곤 덧붙인다. ‘부득이하게’ 조정이 필요한 제품에 한해 인상폭을 ‘최소화’해 ‘고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이다.

다시 2015년 이씨의 하루로 가보자. 시간을 돌리면 마트에서도 1만6568원(9만6780원→ 8만212원)이 절약된다. 달걀(2015년 6019원→ 2020년 5305년)을 제외하곤 모두 가격이 올랐다. 쌀이 4만5505원에서 5만1773원으로 올랐고, 양배추는 2358원에서 5286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양파(1319원→1634원), 딸기(6068원→6832원), 고구마(3892원→4253원)도 가격이 올랐다. 당근(2113원→4205원)과 물오징어(4198원→ 8092원)는 당시와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가격이 인상됐다.

신선식품의 경우 그해 기상 여건과 작황, 사육두수 등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문제는 그 외의 것들이다. 업체들이 가공식품의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소비자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장바구니 가격이 상승한 덴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업체들이 가격을 올린 소주와 맥주도 한몫을 했다. 2015년과 2020년을 비교했을 때 소주는 1070원에서 1180원으로, 맥주는 7670원에서 8220원으로 올랐다. 이씨 부부가 카트에 담지 않았을 뿐 라면,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등 가격이 오른 품목들은 수두룩하다. 

지갑 여는 것도 스트레스

결과적으로 2015년 1월 14일의 이씨는 13만3812원을 썼고, 2020년 1월 14일의 이씨는 15만8680원을 썼다. 2015년 이씨의 지갑엔 2만4868원이 더 남았다. [※ 참고 : 이 기간 물가상승률(2015년 대비 2019년 기준)이 4.85%였던 걸 감안하더라도, 이씨는 2020년 1만8379원을 더 쓴 셈이다.]  

햄버거 하나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영화 한편 보는 것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서민들에겐 이제 지갑을 여는 것조차 스트레스다.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소비자들과 함께하는 상생 문화가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라는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이는 허공에 외쳐대는 소리가 될 공산이 크다. 우리가 여전히 고高물가 시대를 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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