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 시장 선진화하려면…

중고차 시장의 규모는 신차 시장보다 훨씬 크다. 그럼에도 선진 시장으로 발돋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허위매물 등 고질병이 더 심해지고 있어서다. 그러자 시장을 바꿔놓을 메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기업이나 대형 딜러사에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정부가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배제할 것을 고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찬반 양론이 극심하다.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되면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되면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대기업이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할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전달했다. 특별한 이견이 없다면, 중기부가 이 의견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결정은 이르면 3월께 나올 전망이다.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된다면 대기업으로선 반길 만한 일이다. 시장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거래 규모(2018년 이전등록 기준)는 연 377만여대로 신차 거래 규모(약 180만대)의 1.6배에 달한다. [※참고: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중고차 거래 규모엔 ‘기업간 거래’가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중고차의 소비자 거래 대수는 270만~280만대로 추정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30조원의 시장이다.]

더구나 중고차 시장은 애프터마켓 규모도 크다. 정비를 비롯해 금융ㆍ보험ㆍ폐차시장도 함께 따라온다. 여기에 중고차와 신차의 리사이클링 시장까지 감안하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대기업이 중고차 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외를 내심 기다려온 이유다. 반면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개인이나 중소기업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기존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근무하던 4만명~10만명의 사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중고차 매매업은 더이상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맡겨둬선 안 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정부가 6년여 중고차 매매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막아줬음에도 시장을 발전시키기 못했기 때문이다. [※ 참고: 물론 대기업이 이 시장을 휩쓰는 것도 반대다. 그 이유는 후술한다.] 

필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은 규모가 커질수록 서비스가 개선되고, 다양한 피해구제가 생긴다. 그런데 중고차 시장은 그렇지 않았다. 허위매물이나 미끼매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건 예삿일이다. 성능점검기록부를 제공하지 않거나 품질보증을 이행하지 않는 이들도 숱하게 많다. 소비자 불만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중고차 매매시장의 경쟁력은 가성비 좋은 중고차를 누가 얼마나 많이 매입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자금력과 협상력이 약한 개인이나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가격상승 등)는 소비자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수입 중고차 시장에서 힘있는 딜러사들에 밀려 개인과 중소기업의 입지가 약해진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대기업ㆍ중소기업 상생전략 짜야

일부에선 “그럴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ㆍ개인이 상생해 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동반성장위 역시 중고차 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부적합 판정을 발표하면서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진출하지 않고, 중소기업ㆍ개인과 상생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믿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서 ‘상생모델’이 효과나 성과를 낸 사례는 거의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매매업자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켜달라고 아우성만 칠 게 아니라 신뢰할 만한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 ‘공멸’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중고차 시장을 선진화하는 데 실패한 책임이 오직 매매업자들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국토교통부의 노력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예컨대, 중고차 성능점검업체만 제대로 관리ㆍ감독했더라면 허위ㆍ미끼매물을 줄여 중고차 시장에 ‘신뢰성’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따라서 정부가 중심을 잡고 중고차 시장을 관리ㆍ감독ㆍ조율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중고차 시장의 성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차시장의 4~5배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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