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연극시리즈

연극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의 연습 모습.[사진=공연제작센터 제공]
연극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의 연습 모습.[사진=공연제작센터 제공]

극심한 흉년이 들고 도적이 들끓는 세상,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민심은 흉흉해졌다. 그러던 어느날 한 마을의 산속에 용마龍馬가 나타나 울어댄다. 용마는 아기장수를 따라 태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영웅의 출생은 잠재적인 반역자의 출현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아기장수가 태어난 것을 두려워한 관가에선 마을의 남자를 모두 동원해 용마와 아기장수를 잡아들이는 데 혈안이 된다.

때마침 마을에는 얼마 전 아이를 낳은 부부가 있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태어난 아기장수는 몸에 비늘과 날개가 붙어있고, 태어나자마자 걷는다는 얘길 들은 부부는 자신의 아이가 아기장수일 리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신의 아기가 걸어 다니는 것을 목격하는데….

연극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는 평안북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아기장수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연극의 작가가 한국현대소설의 고전 「광장」을 쓴 최인훈 소설가라는 것이다. 최인훈은 소설 못지않게 연극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그는 “소설가로 남기보다 극작가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고 밝힐 만큼 연극을 향한 애정이 강했다.

극단 ‘공연제작센터’가 최인훈 추모 2주기를 맞아 극작가로서의 그를 재조명한다. 그중 첫번째 편인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는 1973년 「구보씨의 하루」 「태풍」을 집필한 이후 소설적 장르의 한계를 느낀 최인훈이 오랜 침묵을 깨고 1976년 미국에서 쓴 희곡이다.

이번 연극을 연출한 윤광진 공연제작센터 대표는 최인훈 희곡의 고유한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느림을 강조했다. 윤광진 대표는 “설화를 토대로 한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은 단순화하고 축약한 인형의 모습을 띠고 있다”며 “대사 역시 인형극의 대사처럼 단순 명확하고, 인형처럼 감정과 심리가 절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이 절제된 인물, 고정된 표정 등은 최인훈의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지만 지금까지 소홀하게 생각돼 왔다”며 “우리 연극에서 인형적인 연기와 느림은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최인훈 연극시리즈는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1월 30일~2월 2일 서강대 메리홀)’를 시작으로 ‘달아달아 밝은 달아(5월 5~10일 대학로 아르코대극장)’ ‘봄이 오면 산에 들에(11월 서강대 메리홀)’로 이어질 예정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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