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명품전략의 그림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지난해 연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단일 점포로는 국내 백화점 최초다. 신세계 강남점이 침체를 뚫고 역사를 새롭게 쓴 원동력은 ‘명품’이었다. 하지만 명품전략이 지속가능한 성과를 담보할 수 있을진 의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신세계백화점 명품전략의 그림자를 취재했다. 

명품 브랜드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출에 큰 기여를 했다.[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명품 브랜드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출에 큰 기여를 했다.[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신관을 증축하고 전관을 리뉴얼하면서 영업면적을 5만5500㎡(약 1만6800평)에서 8만6500㎡(약 2만6200평)로 늘렸다. 늘어난 건 면적만이 아니다. 매출도 함께 증가했다. 증축 전인 2015년 강남점 매출은 1조3000억원이었는데, 증축 3년차인 지난해엔 2조원을 달성했다.

신세계 강남점이 매출 2조원을 달성한 비결은 뭘까. 호텔과 면세점, 고속터미널로 둘러싸인 지리적인 요건도 좋았지만 그 중심엔 ‘명품’이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0.9%) 감소했다. 

그런데 해외 유명브랜드(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18.5% 성장하는 등 다른 양상을 보였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명품 앞에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 2030세대가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것도 한몫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2030세대의 지난해 명품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49.2%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니, 유통업체 입장에선 명품 유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지난 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샤넬·디올(2월), 발렌티노(4월), 버버리(6월), 루이비통(7월)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행사가 줄줄이 열린 이유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세계백화점의 모든 지점엔 에르메스가 입점해 있다”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과의 오랜 시너지로 차별적인 명품 카테고리 전략을 펼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신세계백화점의 명품전략이 지속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느냐다. 다른 백화점도 명품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어서다. 롯데백화점은 소공동 본점을 ‘더 고급스럽게’ 리뉴얼 중이다. 현대백화점도 명품 라인업을 늘려나가고 있다. 

명품 전략의 불안요소는 또 있다. 때마다 터져 나오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리스크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심리가 모처럼 풀렸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 코로나)란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면서 “명품을 선호하는 유커 덕에 조금씩 살아나던 유통업계가 다시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명품’과 ‘유커’가 아닌 지속가능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