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무역적자 줄어든 진짜 이유
대일 무역적자 줄어든 진짜 이유
  • 고준영 기자
  • 호수 374
  • 승인 2020.02.04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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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화 덕분인가
수출악화 탓인가 

2003년 이후 대일對日 무역적자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려 16년 만이다. 한편에선 지난해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이후 국내 반도체 업계가 소재ㆍ부품ㆍ장비의 국산화에 힘쓴 결과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소ㆍ부ㆍ장 국산화 전략이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주장은 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대일 무역적자와 소ㆍ부ㆍ장 국산화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가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가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의 대일對日 무역수지는 만년 적자다. 일본에 수출하는 제품보다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이 더 많아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우리나라는 대일 무역적자에서 벗어난 적이 한번도 없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일본이 5년 연속 최대 무역적자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는 결이 조금 달랐다. 적자는 면치 못했지만 무역적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일본과의 교역에서 기록한 적자는 192억 달러(약 22조7578억원). 2018년 무역적자(241억 달러)보다 무려 20.3% 감소했다. 더 주목할 만한 건 2003년 190억 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한 이후 16년 만의 최저치라는 점이다. 지난해 일본과의 무역수지를 두고 값진 성과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대일 무역적자가 줄어든 원인을 두고 많은 말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소재ㆍ부품ㆍ장비를 국산화해 일본 수입 의존도를 낮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른바 ‘한국을 압박하려던 일본이 되레 부메랑을 맞았다’는 주장의 논거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지난해 7월 아베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를 겨냥한 수출규제정책을 꺼내들었다. 국내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쓰이는 핵심소재 3개 품목(포토레지스트ㆍ불화수소ㆍ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대한對韓 수출을 제한하는 게 골자였다. 강하게 반발한 우리나라는 소재ㆍ부품ㆍ장비의 국산화를 꾀했고, 무역보복으로 우리나라에 압박을 가하려던 일본이 되레 부메랑을 맞았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아예 없는 주장은 아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용 장비’, 반도체 소재가 다수 포함된 ‘정밀화학원료’ 품목의 지난해 대일 수입액은 전년 대비 각각 0.9%, 46.8%, 17.2% 줄었다.

수출규제 품목에 해당하는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만 따져봐도 같은 기간 38.7%, 11.1% 감소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만 0.6% 증가했다.[※참고 : 일본은 같은 품목이라고 해도 제조공정이나 용도ㆍ성분에 따라 달리 규제하고 있다. 불화수소ㆍ포토레지스트ㆍ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입액 통계에 100% 수출규제대상만 포함된 건 아니다.]

하지만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의 대일 수입액이 감소한 게 반드시 국산화 때문은 아니다. 이들 제품의 국산화가 대일 무역적자를 줄였다는 주장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기존에 쓰던 소재ㆍ부품ㆍ장비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닌 데다, 일본 제품과의 품질 차이도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로 반도체 업계에서 국산화에 힘을 쏟기 시작한 지도 이제 5개월여 지났을 뿐이다. 일부 품목에선 속도가 붙기 시작했지만 탈脫일본화를 말하기엔 이르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대일 수입액이 줄어든 이유는 뭘까. 냉정하게 따져보면, 우리나라의 수출실적 악화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주로 수입하는 품목이 기계ㆍ소재ㆍ부품ㆍ장비 등의 생산도구다. 돈을 벌기 위해 생산을 늘리고, 수출을 많이 할수록 일본 수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말을 역으로 돌리면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수입한 중간재로 완제품을 만들어 세계 각지로 수출하는데, 글로벌 시장이 신통치 않으면 대일對日 수입량이 감소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 상황이 그랬다. 우리나라는 지난 3년 연속 무역액(수출액+수입액) 1조 달러를 달성했지만 수출액은 지난해가 가장 낮았다. 전체 무역수지는 2012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월별 수출액은 2018년 12월 이후로 1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이어갔다. 특히 2018년 초호황 이후 지난해 불황을 보낸 반도체 산업은 침체 여파에 시달렸다. 

반도체 수출실적의 추이를 보면, 대일 무역적자 감소와 국산화의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939억 달러였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629억 달러, 622억 달러보다 훨씬 커졌다.

이런 반도체 수출실적과 대일 소재ㆍ부품ㆍ장비 수입실적은 정비례했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일본으로부터 33억 달러 상당의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수입한 반면, 2015ㆍ 2016년엔 23억 달러, 25억 달러 상당의 제품을 사오는 데 그쳤다. 수출액이 감소하면 대일 수입액도 줄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대일 무역적자가 줄어든 건 추세적 흐름이 아니라 반짝 효과일 공산이 크다. “소재ㆍ부품ㆍ장비의 국산화로 인한 영향보단 불매운동에 따른 소비재 수입 감소가 무역수지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도 외면해선 안 된다.

이처럼 대일 무역적자가 줄어든 게 소재ㆍ부품ㆍ장비의 국산화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만년 적자를 벗고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지, 단기적인 반짝 효과에 그칠지도 알 수 없다.

한 전문가는 이렇게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선 분업이 심화하고 있는데 무조건 대일 무역적자를 극복하고 국산화하자는 말은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 소재의 국산화도 좋지만 그 초점을 ‘일본’에 맞출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건 일본에 쏠려 있는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이다. 국산화의 의미를 잘못 받아들이면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만 매몰될 수도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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