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에 필요한 사고

디지털 혁신을 꾀하는 기업은 많다. 하지만 디지털 사업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는 기업은 생각보다 적다. 이유는 간단하다. 낡은 사고방식과 사업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말로만 디지털 혁신을 외치기 때문이다. 진정한 디지털 혁신은 생각의 틀을 전환하는 것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가트너가 성공적인 디지털 사업을 위한 새로운 사고의 틀을 소개했다.

많은 기업 리더들이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외형적인 혁신만 찾는다.[사진=연합뉴스]
많은 기업 리더들이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외형적인 혁신만 찾는다.[사진=연합뉴스]

디지털 혁신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관문이다. 전통적인 사업 모델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대부분의 기업 리더들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CEO로 있는 기업 중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 곳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겉으로만 디지털 혁신을 외칠 뿐 과거의 사업관행과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 리더들은 디지털 사업을 ‘디지털 방식으로 진행하는 전통적인 사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디지털 사업에서도 전통적인 사업과 똑같은 의사결정을 내리게 마련이다. 가트너 조사 결과에서도 기업 CEO 가운데 82.0%가 디지털 혁신 계획을 갖고 있지만, 그중 사업모델을 밑바닥부터 변화시키겠다는 이들은 22.0%에 불과했다.

구글ㆍ아마존 등 디지털 사업이 핵심 기반인 소수의 기업을 제외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업성과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기업이 거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전히 대다수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은 불완전하고, 디지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은 크게 떨어진다.

디지털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리더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낡은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다. 쉬운 일은 아니다. 가트너가 기업 리더들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른바 ‘디지털 사업을 위한 8가지 사고의 전환’이다. 

첫째, 디지털이 IT의 확장일 뿐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 리더들은 디지털 사업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크다. 디지털을 전자채널을 통한 마케팅,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차세대 인프라를 사용하는 것쯤으로 여긴다. 

 

문제는 이런 생각이 “디지털은 IT부서의 책임”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IT부서는 마케팅ㆍ운영부서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다. 디지털 혁신의 책임이 IT부서에 있다면 디지털 역시 전체 사업 전략에서 하부 기능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의 책임은 리더에게 있어야 한다. 기업의 가장 높은 수준의 사업 전략에서부터 고려돼야 하며, 모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디지털은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메커니즘’이 아니라 사업을 창출시키는 ‘콘텍스트’이기 때문이다. 

둘째, 세계경제에 관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서구와 일본은 혁신가이자 소비자다” “동아시아의 주력은 제조업이다” “인도는 아웃소싱 서비스에 특화돼있다” ….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의 세계경제는 더욱 복잡해질 공산이 크다. 기회와 위협요인이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50년에는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52%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고,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까지 인도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이미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신의 선두주자로 거듭나고 있다.

지정학적 조건에 따른 고정관념을 버려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디지털 사업이 지정학적 경쟁의 시발점이 될 수 있고, 디지털 혁신을 통해 세계를 잇는 플랫폼이 운영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거란 얘기다. 일례로 미국에서 설립된 로봇전문기업 핸슨 로보틱스는 중국 선전深圳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본사를 홍콩으로 옮겼고, 이후 에티오피아에 AI 연구소를 새로 열었다. 


고정관념 버릴 때 길이 보인다

셋째는 비관련 산업에서 기회를 찾으라는 것이다. 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키울 때는 기존 사업과 연관된 곳에서 찾는 게 일반적이다. 가령, 스포츠 신발을 만들던 회사가 구두를 만들거나, 스포츠 용품 시장에 진출하는 식이다. 

디지털 사업은 이런 접근법에 국한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은 기업이 비인접 산업이나 관련성이 없는 산업으로 수월하게 진출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구글은 인터넷 검색 알고리즘을 자율주행기술 알고리즘으로 활용했다. 

 

넷째는 고객 경험의 범위를 넓히라는 점이다. 모든 고객은 자신에게 집중하길 원한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기업과 고객의 상호작용은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까지다. 은행이 고객의 재정적 요구를 해결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처럼 말이다. 디지털 사업에선 이를 넘어 고객의 삶 전반에서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산업의 경계는 물론 개인생활과 직장생활 사이의 경계도 허물 수 있다. 

다섯째는 정해진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걸 잊으라는 거다. 기업 리더들에게 사업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모든 절차의 집합체’다. 사업 목적만큼이나 절차를 중요시 여긴다는 뜻이다.

사업 후방을 지원하는 백오피스에선 이런 사고방식이 적절하게 작용하지만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일선 업무에선 부적절할 공산이 크다. 디지털 사업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기업 리더들은 절차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여섯째는 기업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정해진 절차를 반드시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말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정해진 절차의 틀을 깨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유연성을 높이긴 어렵다.


가령, 어떤 분야에선 고도로 자동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또다른 분야에선 하이터치(High-Touchㆍ인간적인 접촉) 서비스가 필요하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도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사업 전략과 의사결정, 투자 등 모든 면에서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페이스북은 필요 이상의 데이터를 보유한 탓에 손해를 입은 대표 사례다.[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은 필요 이상의 데이터를 보유한 탓에 손해를 입은 대표 사례다.[사진=연합뉴스]

일곱째는 데이터는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거다. 디지털 사업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데이터가 필요 이상으로 많을 때 일어난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도 너무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다.

고객들은 기업이 자신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에 불안함을 느낀다. ‘지식과 망각의 균형’을 맞추는 게 디지털 사업의 성공 원칙인 이유다. 데이터는 서비스에 필요한 최소한만 보유하고, 필요하지 않은 데이터는 삭제하는 것이 좋다. 

비워내는 게 성공의 지름길

마지막으로 시스템은 단순할수록 좋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대다수 기업 리더들은 더 많은 분야에 진출하고, 더 많은 시스템과 서비스, 조직을 구축하길 원한다. 이 방법이 기업 성장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시간과 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해 낭비를 유발하고, 기업의 방향 전환 속도를 더디게 만들 공산이 크다. 

반면, 성공한 디지털 기업들의 무기는 단순함이다. 그들은 조직을 평평하게 하고, 고객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의사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단일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모든 사업을 운영한다. 이런 단순함을 통해 기업은 경쟁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수십억명에 달하는 고객들에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단순함이 가진 이점이다. 
데이브 아론 가트너 최고 VP 애널리스트 | 더스쿠프

정리=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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