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vs 文정부 방역 실태 비교해보니 …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가 국내에 상륙했을 때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비교사례가 있다. 참여정부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ㆍSARS) 방역체계다. 이유가 있었다. 2003년 사스 사태 때 국내에선 단 한명의 확진자나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참여정부의 사스 방역이 월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지금, 또다시 참여정부의 방역 시스템이 회자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태를 비교해봤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절반을 조금 넘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절반을 조금 넘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전하는 메시지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전염병 관련 정책은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정부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를 보이면 반발을 키우고, 신뢰도도 떨어뜨리게 된다.” 김창엽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김 교수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이는 당연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 코로나) 감염증에 대응하는 문재인 정부를 두고 ‘아쉽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몇가지 사례만 봐도 그럴 만하다. 신종 코로나 첫 확진환자가 나온 지 이틀 만인 1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검역 예방조치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방역당국은 안일했다. 1월 27일 감기ㆍ폐렴 증상의 환자를 진료한 병원 측이 1339 콜센터에 ‘신종 코로나’ 검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당 환자가 중국에서 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 환자는 16번째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다시 강력한 검역을 주문했다. “정부 차원의 선제적 조치들이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발빠르게 시행돼야 한다(1월 28일 국립중앙의료원).” 하지만 정부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을 두고는 “국제법상 어려운 일(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면서 한발 물러섰다.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2월 2일 정부가 ‘14일 이내 후베이湖北성을 방문하거나 머무른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는 점이다. 며칠 만에 말을 바꾼 셈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에 있는 교민들을 데려올 때에도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1월 29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유증상자도 함께 데려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날 오후 김강립 차관은 “중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현지 검역에 관한 법령과 절차를 존중해 무증상자만 이송하도록 결정했다”고 번복했다. 

더 황당한 건 바로 전날 외교부가 “중국 정부 방침상 유증상자는 중국 측에 의해 우한에서 격리돼 (전세기에) 탑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안내했다는 점이다. 교민 수용지역을 선정하는 과정도 ‘혼선투성이’였다. 애초엔 충남 천안으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가 하루 만에 아산과 진천으로 바꿔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그뿐만이 아니다. 2월 2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중국 전역의 여행경보를 ‘여행자제’에서 ‘철수권고’로 상향한다”면서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몇시간 후 “지역에 따라 여행자제에서 철수권고로 조정하는 방안과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 금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정정했다. 그러자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앞서 1월 31일 미국이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잠정 금지하자, 중국 정부가 “지나친 행동”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정부 대응이 오락가락하자 “도대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 RS) 때보다 나아진 게 뭐냐”는 반발이 나온다. 당연히 방역당국의 신뢰도도 그리 높지 않다. 최근 리얼미터가 실시한 ‘신종 코로나 정부 대응 평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잘한다’고 답한 이들은 55.2%로 절반에 불과했다. ‘잘못한다’는 응답은 41.7% (기타 3.1%)에 달했다. 

혹자는 ‘재난은 예측가능한 게 아닌데 어떻게 완벽하게 대응하는가’라고 반박할지 모른다. 완전무결한 방역은 존재할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아시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ㆍSARS) 사태 때 단 한명의 확진자나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만들었던 정부는 있다. 바로 참여정부다. 

참여정부는 어떻게 사스를 잡았을까. 무엇보다 준비가 철저했다. 국내에 사스 추정환자가 발생한 건 2003년 4월 27일이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국립보건원(현 질병관리본부)은 이보다 한달 이상 앞선 3월 16일 전국에 괴질(사스 명명 전 병명) 주의보를 발령했고, 같은 달 29일엔 중국(전역)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4월 1일에는 괴질 발생에 대비해 격리치료병원을 지정ㆍ운영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뒤늦게 병명을 우한 폐렴에서 신종 코로나로 변경해 중국 눈치를 본다는 비난을 받은 문재인 정부와 달리 참여정부는 사스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에 이미 ‘괴질’로 불리던 병명을 ‘사스’라고 명명(4월 3일)했다. 4월 15일엔 사스 예방을 위한 예산까지 편성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사스를 맞은 셈이었다. 

아울러 사스 의심환자 기준도 ‘중국ㆍ홍콩ㆍ베트남ㆍ싱가포르ㆍ캐나다ㆍ대만을 다녀온 후 1주일 이내에 38도 이상의 고열과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로 넓게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한정했던 메르스 방역체계나 중국(특히 후베이성)으로 한정한 현재의 방역체계와 달랐다. 

둘째, 의심환자를 냉정하게 솎아냈다. 방역당국은 바이러스 감염 양성반응 유무보단 국제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권고하는 사스판정기준(여행경력ㆍ고열ㆍ호흡기증상ㆍ폐렴증상 등)에 따라 환자를 분류했다. 이에 따라 의심환자로 분류되면 정부의 관리를 받도록 했다.

참여정부의 사스 방역은 철저한 준비 속에서 이뤄졌다.[사진=연합뉴스]
참여정부의 사스 방역은 철저한 준비 속에서 이뤄졌다.[사진=연합뉴스]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처럼 바이러스 음성판정을 받은 환자가 실컷 돌아다니다 추후 양성판정을 받고 슈퍼 전파자가 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한 셈이다. 당시 일부 언론은 추정환자 혹은 의심환자와 그렇지 않은 이들을 빠르게 판단해내지 못하는 정부를 비난했지만 결과적으로 참여정부의 판단은 옳았다. 

정말 과할 정도로 대응했나

그럼 이제 다시 현재 상황을 보자. 물론 문재인 정부도 준비는 발빠르게 했다. 질병관리본부가 1월 13일에 선제적으로 신종 코로나 분석ㆍ검사법 개발에 착수하고, 16일 곧바로 감염예방 행동수칙을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참고 : 메르스 방역당국은 환자가 발생한 당일 각 부처별 메르스 확산을 대비한 모의훈련을 했다.] 

하지만 참여정부처럼 완벽하지 않았다. 의심환자 유입 지역을 중국(후베이성 혹은 우한)으로 한정하거나 의심환자의 접촉자를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구분해서 관리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신중함보다 성급함이 앞섰다. 중국에 전세기를 띄워 교민들을 데려오는 과정이 딱 그랬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당국이 참여정부를 표방했지만, 디테일은 살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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