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덧칠

➊김선두, 느린 풍경 - 양촌길, 장지에 분채, 205×150㎝, 2019년  ➋김선두, 나에게로 U턴하다, 장지에 분채, 77×189㎝, 2019년  

세계 문화계가 특유의 정서가 담긴 한국 예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국내 미술계도 우리만의 정체성에 국제적 시야를 접목하려는 노력을 쏟고 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건데, 이는 서구미술에선 볼 수 없는 독창적 깊이를 내재한다. 

한국화가 김선두는 전통 장지壯紙 기법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한국화의 새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수묵과 채색을 접목한 그의 작업은 동양화 기법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갖추고 있다.

이런 김선두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학고재에서 개최하는 ‘김선두’展은 그의 네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느린 풍경’ ‘별을 보여드립니다’ 등 대표 연작과 ‘행-아름다운 시절’ ‘마른 도미’ 등 1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진솔한 화법으로 그려낸 서정적 화면은 느림과 포용을 나타낸다. 작가는 장지 위에 분채를 반복해 쌓아서 깊고 묵직한 발색을 이끌어낸다. 옅은 색을 단계적으로 포개니 작업 과정에서 수정이 용이하다. 불완전함과 시행 착오를 포용하는 것이다. 바탕작업 없이 색을 중첩해 배어들게 하는 그의 작품은 일본ㆍ중국의 채색화와 구별된 독자적 화풍을 발전시켰다. 

➌김선두, 마른 도미, 장지에 먹, 분채, 178×158㎝, 2019년 ➍김선두, No. 1, 캔버스에 유채, 166×91㎝, 2019년 ➎김선두, 포구는 반달, 장지에 먹, 분채, 96×77㎝, 2019년 ➏김선두, 별을 보여드립니다 - 담쟁이 1, 장지에 먹, 분채, 108×76㎝, 2019년

기성 동양화가 정서적 표현이 두드러졌다면, 김선두의 작품은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를 담는다. 일상의 깨달음을 꾸밈없이 표현해 현대인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철조망 블루스(2019년)’는 세월이 지나 낡아 버린 철조망이 시적으로 굽이치는 모습을 담았다. 망가진 곡선의 아름다움을 통해 고통의 시간을 겪어낸 후 우러나는 울림을 표현한다. 

‘행-아름다운 시절(2019년)’은 작가가 가장 빛나던 20대 후반을 회상하며 그린 자화상이다. 장지에 엷은 먹을 여러 차례 먹여 표현했다. 작품 하단에 요일을 뜻하는 알파벳과 일정을 흐릿하게 새겼다. 세월에 따라 사라지고 잊히는 매일의 삶, 순간의 아름다움을 기록해 기억하고자 했다.

‘별을 보여드립니다’ 연작은 빛나는 별과 시든 식물을 한 화면 속에 대비해 생명과 죽음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삶의 진실을 옳게 통찰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느린 풍경’ 연작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천천히 살며,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만 바르게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3월 1일까지 개최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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