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교체한 이마트 전략 통할까

지난해 2분기 이마트가 사상 첫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성이 점점 악화하자 이마트는 외부 수혈로 대표이사까지 교체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그렇다면 그후 이마트는 달라지고 있을까. 부실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실적도 시원찮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왜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수장 교체한 이마트의 전략을 취재했다. 

이마트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 재편이 나섰지만 반응은 회의적이다.[사진=뉴시스]
이마트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 재편이 나섰지만 반응은 회의적이다.[사진=뉴시스]

-67.4%. 지난해 이마트의 영업이익 감소율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뼈아팠다. 2018년 4628억원이던 영업이익이 1506억원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당기순이익도 -53.0 % 감소했다. 이마트는 공시를 통해 “할인점 기존점이 부진했고, 온라인사업 경쟁 격화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원인을 밝혔지만 영업이익이 67.4%나 줄었다는 걸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이마트의 부진은 사상 첫 분기 영업손실(-299억원·2019년 2분기)을 기록한 지난해부터 예고돼 왔다.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은 증권가 컨센서스의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이었다. 할인점·전문점 할 것 없이 모두 성적이 나빴다. 할인점은 지난해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6% 역신장하며 43억원의 손실을 냈다. H&B스토어 ‘부츠’와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쑈핑’ 등 전문점도 2분기에만 18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의 온라인사업 부문인 SSG닷컴의 적자도 113억원으로 적지 않았다.

예상보다 신통치 않은 실적에 위기감을 느꼈던 걸까. 신세계그룹은 매년 12월 실시하는 정기 임원인사에 앞선 지난해 10월 이마트 수장을 교체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출신인 강희석 대표를 영입한 거다. 이마트가 외부에서 대표를 영입한 건 1993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베인앤컴퍼니에서 소비재·유통 부문을 담당했던 강 대표는 그동안 이마트의 사업 관련 컨설팅을 여러 차례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인사지만 내부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2018년엔 이마트의 의뢰로 ‘월마트가 어떻게 아마존의 공세에서 살아남았는지’를 컨설팅하기도 했다. 

취임 직후 강 대표가 “사업 재편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잡겠다”며 호기로운 목표를 내세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계획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초저가 상품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그로서리(grocery) 매장 강화를 중심으로 기존 이마트 점포 30% 이상을 리뉴얼하겠다. 수익성을 따져 전문점도 재편하겠다.” 표면적으론 ‘기존점 경쟁력 강화’를 내세웠지만 진짜 목표는 ‘수익성 개선’인 셈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 좋지만…

이마트 관계자는 “마트 업황 자체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사업 재편을 많이 하고, 점포 리뉴얼을 하면 그만큼 경쟁력이 생겨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겠는가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쨌거나 강 대표의 계획에 맞춰 이마트의 전략이 전면 수정됐다. 무엇보다 초저가 전략을 강화한 게 눈길을 끈다. 상시 초저가 상품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은 제품군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일에는 신세계 모든 계열사들이 참여해 대대적인 할인행사 ‘대한민국 쓱데이’를 열었다. 지난 1월 1일엔 이마트 사업부인 트레이더스·PK마켓 등이 가세한 ‘초탄일(초저가 탄생일의 줄임말)’ 행사도 열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쓱데이’ 등 초저가 전략은 매출과 집객 측면에서 큰 효과가 있었다”면서 “‘대한민국 쓱데이(11월 2일)’ 당일 이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71%, 구매고객 수는 38% 증가했다”고 밝혔다. 

삐에로쑈핑은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사진=뉴시스]
삐에로쑈핑은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사진=뉴시스]

삐에로쑈핑·부츠 등 전문점은 빠르게 정리되고 있다. 연간 적자 규모가 90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전국에 7개 점을 운영하던 삐에로쑈핑 매장은 ‘순차적 정리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7월까지 18개 점포가 폐점한 부츠도 ‘정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16일 문을 닫는 신촌점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신촌점은 부츠가 들어서기 전 맥도날드가 20년간 신촌 대학가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던 자리다. 그런 자리에 2018년 6월 “새로운 신촌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부츠가 그 자리를 꿰찼지만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마트는 “비효율 브랜드와 일부 점포를 정리해 그 재원으로 성장성이 높은 전문점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타비용 증가 부담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 대표의 전략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엔 회의적인 반응을 보낸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의 2020년 전략의 핵심은 오프라인 안정화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가 전략을 강화하면 그만큼 기타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기존점 30%를 리뉴얼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집객력이 감소할 수 있다.” 점포 유동화에 따른 임대료 증가 등으로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는 것도 숙제다. 강 대표의 전략이 ‘하나의 수익’을 얻는다면 또 다른 하나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마트가 내수 부진과 식품부문 경쟁심화로 구조적인 어려움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 박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 효과가 내수 부진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연 수장까지 교체하며 사업구조에 메스를 댄 이마트가 기대처럼 수익성 개선에 성공할까. 아니면 우려대로 비용 부담만 증가할까. 이마트가 다시 손에 쥐게 될 성적표의 내용이 궁금하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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