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s Infographic] 유튜브 천태만상

기업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만 크리에이터의 채널에 비해 효과는 적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만 크리에이터의 채널에 비해 효과는 적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얼마나 될까. 인기 있는 개인 유튜버 채널 중 구독자 수가 1만명이 넘는 것이 숱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어도 10만명 이상은 될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SSG닷컴의 구독자는 3480명, 홈플러스는 3780명, 롯데마트는 4590명에 그친다. 

홍보모델인 아이돌 영상을 올리는 롯데면세점(냠다른 TV·구독자 약 60만명)이나 1200개가 훌쩍 넘는 방대한 콘텐트를 가진 GS25(구독자 7만7000명) 등 눈에 띄는 곳도 있지만 이들의 구독자 수조차 인기 유튜브 채널에 비교하면 미미하다. 

유튜브 한국 블로그에 따르면 2019년 한해 구독자 수 기준으로 가장 성장한 채널은 ‘백종원 요리비책(구독자 338만명)’ ‘워크맨(구독자 388만명)’ ‘자이언트 펭TV(구독자 204만명)’ 세개다. 유통기업의 채널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숫자다. 조회 수 차이도 어마어마하다. 이들 채널의 전체 조회 수는 1억~2억회를 웃돌지만 유통기업은 1000만~2000만회에 그치는 채널이 수두룩하다.

유통기업 채널의 콘텐트가 나쁜 것도 아니다. 유튜브 콘텐트가 뜨기 위한 조건으로 불리는 ‘재미’도 있고, ‘쓸모’도 있다. ‘B급 감성’이 담긴 개그 콘텐트를 곧잘 만들어 내거나, 자체 상품을 이용한 레시피나 생활의 팁 등 알찬 정보를 담아내는 식이다. 대기업답게 화려한 영상기술로 만든 고품질 ‘먹방’ 영상도 있다. 

그런데도 이들 영상의 조회 수는 쉽게 오르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우선 콘텐트가 ‘선을 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B급 감성을 담아도 기업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선까지만 허용된다. 이동일 세종대(경영학부) 교수는 “크리에이터는 스스로 기획하고 결정하면 되지만 기업은 의사결정 절차가 조직적이고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며 “그 과정에서 콘텐트 포지셔닝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콘텐트가 유튜브 생태계에서 인기를 끌기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운철 소셜미디어 전략연구소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유튜브에서 콘텐트를 찾는 방법은 검색과 구독 채널로 나뉜다. 자극적인 단어를 제목에 사용하면 검색어에 걸리기 쉽지만, 
기업의 홍보 콘텐트는 한정적인 어휘를 사용한다. 또한 크리에이터에 비해 기업은 ‘구독’과 ‘좋아요’를 갈구하지 않는다. 두가지 기본 조건이 맞지 않으니 조회 수를 올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수백개의 콘텐트를 가진 기업의 유튜브 채널이 일상을 담는 개인채널보다 화력이 약한 이유다. 유튜브 운영의 딜레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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