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금융지원 실효성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 코로나) 공포가 실물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수와 수출에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벌써부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시중은행들이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다. 문제는 금융지원의 실효성이 있느냐다. 소상공인들은 “말이 금융지원이지 대출 등 도움을 받는 건 여전히 어렵다”고 말한다. 시중은행의 지원금액이 알려진 것만큼 많은지도 알 수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때만 되면 시중은행이 내거는 긴급금융지원의 실태를 꼬집어봤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자 시중은행이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다.[사진=뉴시스]

2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기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월 15~22일 조사해 발표한 ‘2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서’에 따르면 2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81.2(기준선=100)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0.1포인트 떨어진 수치이지만 전년 동월(76.3)과 비교하면 4.9포인트나 상승했다.

소상공인의 2월 경기전망은 더 긍정적이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1월 18일~22일 조사)는 87.1(기준선=100)로 1월 84.1보다 3.0포인트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6.3포인트나 상승한 수치였다. 업종별 전망도 나쁘지 않았다.

음식점업의 2월 경기 전망 BSI는 83.1로 1월 체감 경기 BSI보다 22.2포인트나 상승했다. ‘경기불안 심리가 남아있긴 하지만 2월엔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졌다. 빠르게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를 둘러싼 불안감이 높아지자 백화점·마트·극장·식당 등에선 소비자의 발길이 끊겼다.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나겠지’란 기대감으로 버티던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질 만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하나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일제히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 S) 사태가 발생했을 때와 같은 행보였다.

이들의 지원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하나은행은 여행·숙박·음식점업 등을 하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게 5억원 이내의 경영안정자금을 신규로 빌려준다. 기존대출 만기 연장(1년 이내), 분할상환금 상환유예(최장 6개월), 최대 1.3%의 금리감면도 실시한다. 

KB국민은행은 관광여행·숙박·공연·외식업 중소기업 중 신종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신규 대출(5억원 한도·1.0% 금리우대) 지원에 나섰다. 행정관청으로부터 피해사실확인서를 발급받은 고객에겐 만기를 연장해주고(우대금리 1.0% 적용), 연체이자를 면제해줄(3개월 이내)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에 내수 빨간불

NH농협은행은 개인(최대 1억원)과 중국 수출기업, 병·의원, 여행, 숙박, 공연 등의 업종(최대 5억원)에 신규대출을 지원하고, 대출 연장(우대금리 1.0%), 이자납입 유예(최장 12개월) 등도 시행한다. 신한은행은 중국 수출기업의 매입외환 입금 지연 시 발생하는 이자 가산금리(1.5%) 1개월 면제, 중국 우한武漢 소재 수입기업의 수출환어음 부도처리 1개월 유예 등을 시행한다. 우리은행도 1000억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이 신종 코로나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지원에 나서는 건 긍정적이다. 문제는 금융지원의 실효성이 있느냐다. 이런 질문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시중은행의 금융지원을 받는 게 쉽지 않다. 태풍·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의 경우, 행정관청으로부터 받은 피해사실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지원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신용등급·매출·상환여부 등 까다로운 대출심사를 또 밟아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원 대상의 특수성을 대출 심사과정에 반영하고 있지만 대출 리스크를 무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시중은행들이 홍보한 것처럼 금융지원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몇몇 시중은행은 과거에 집행된 금융지원의 금액을 밝히는 걸 꺼렸다. 지원금액을 따로 관리하지 않거나 규모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 지원금액을 별도 관리하더라도 공개할 수 없다는 은행도 있었다. 지원금액이 워낙 적다는 까닭에서였다. 

A은행의 한 관계자는 “긴급 금융지원 규모가 유의미하지 않아 공개하는 게 어렵다”며 “각종 재난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대출의 문을 열어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금융지원 규모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다는 비판이 제기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당시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시중은행은 지금처럼 앞다퉈 금융지원에 나섰다. 주요 시중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이 설정한 금융지원 목표액은 85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이 2015년 6월 15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신규대출로 빌려준 자금은 190억원에 불과했다. 오죽하면 금융당국까지 나서 시중은행의 금융지원을 독려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은행의 금융지원이 전혀 없는 것보다 나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시중은행에서 긴급대출을 받기 위해선 사업체의 규모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영세 소상공인은 신용등급·매출 등의 기준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숱하다”며 “영세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시중은행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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