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B마트의 과제

배달을 전문으로 하던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11월 ‘B마트’를 공식 론칭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대형마트처럼 가공식품ㆍ신선식품ㆍ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차이점은 1~2인가구를 위해 소량 판매하고, 1시간 내에 배송해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신뢰를 쌓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부족한 신선식품 경쟁력,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숱하게 많아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배민 B마트의 과제를 취재했다. 

배달의민족이 수도권 지역에서 ‘B마트’를 운영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달의민족이 수도권 지역에서 ‘B마트’를 운영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혼자서 라면을 끓였는데 말아 먹을 밥이 없다. 이때 필요한 건 즉석밥 하나. 당장 배달해줄 곳은 B마트.” “물 한병 마시고 싶었을 뿐인데 죄다 1+1, 2+1 제품들뿐…. 필요한 만큼 살 수 있는 곳은 B마트.” 

배달앱 1위 업체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11월 가공식품부터 신선식품을 아우르는 배달 서비스 ‘B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 전역과 인천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으로 향후 경기도권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서울 도심에 거점 물류창고 15개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소비자에게 당장 필요한 제품을 적시에 제공해주는 것이 B마트의 강점이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 B마트 광고를 접한 직장인 김소진(31)씨는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김씨는 퇴근 1시간 전, 배달의민족 앱을 열고 B마트 카테고리에 들어갔다. 가공식품ㆍ신선식품ㆍ생활잡화ㆍ애견용품 등 주문 가능한 제품이 쭉 떴다.

김씨는 우유와 참치, 라면 등을 낱개 주문했다. ‘바로 받기’를 설정하고 결제하자 40분 내에 배달된다는 알람이 떴다. 퇴근 후 집 앞에 도착하니 주문한 제품이 도착해 있었다. 김씨는 “퇴근 후 장까지 보고 집에 오면 7시가 훌쩍 넘곤 하는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B마트의 강점은 1~2인 가구를 위한 소량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묶음제품은 너무 많아 부담스럽고, 편의점 가격은 비싸다고 느끼는 소비자를 공략한 건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주문 1시간 내 즉시 배달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필요한 바로 ‘그때’ 

6~8시간 전에 주문해야 하는 SSG닷컴의 새벽배송(서울 일부 지역, 밤 12시 이전 주문시 다음날 오전 6시 이전 배송)이나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서울·경기·인천, 밤 11시 이전 주문시 다음날 오전 7시 이전 배송)보다도 빠르다. 특히 적시성은 2020년 소비 트렌드로 꼽히는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과 일맥상통한다. 

소비자의 시간과 노력을 덜어주는 편리함이 곧 프리미엄의 기준이라는 거다.[※참고: 김난도 서울대(소비자학) 교수의 저서 「트렌드코리아2020」와 농림축산식품부의 「미리보는 2020 외식 트렌드」 등은 편리미엄을 2020년 소비 트렌드로 꼽았다.] 

B마트의 타깃도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B마트 이용객 박선영(26)씨는 “집 앞에 편의점이 있지만 밤에 가는 건 꺼려질 때가 많다”면서 “그럴 때 B마트를 사용하는데, 30~40분 내에 제품을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B마트는 현재 5000원 이상 주문시 제품을 무료로 배달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2월 16일까지)하고 있다. 향후 2500~3000원 안팎의 배달비를 부과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B마트는 이런 강점들을 무기로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중국 식료품점 허마셴셩盒马鮮生에서 찾을 수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허마셴셩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한다는 점에서는 B마트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모바일 주문이 50% 이상인 데다, 매장을 거점으로 3㎞ 이내 주문시 30분 내 빠른 배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륜차로 배송한다는 점도 똑같다. 빠른 배송을 경쟁력으로 내건 덕분인지 허마셴셩의 매장 수는 3년여 만(2016~ 2019년)에 150여개로 불어났다. 허마셴셩과 콘셉트가 비슷한 B마켓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B마트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신선식품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B마트는 정육·수산·계란·과일·샐러드 등을 직매입해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신선식품은 유통기한이 짧고 재고관리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B마트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온다.[사진=뉴시스]
B마트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온다.[사진=우아한형제들]

신선식품 직매입 판매시장에 뛰어들었던 이커머스 업체들이 줄줄이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위메프는 2016년 내놓은 신선식품 익일 배송 서비스 ‘신선생’을 2년여 만에 중단했다. 티몬도 2015년 신선식품을 배송해주는 ‘슈퍼마트’를 선보였지만 지난해 서비스를 접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주로 1~2인가구가 선호하는 가공식품이나 간편식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면서 “아직 신선식품은 판매 비중이 높지 않은 만큼, 수요를 파악하면서 재고관리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배달앱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업체간 ‘라이더’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문이 몰리는 피크 시간대에는 일반인 배송 서비스인 배민커넥트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아직은 갈 길 먼 B마트

배달의민족이 B마트를 통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만한 리스크다. B마트가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가치로 내걸었던 배달의민족의 콘셉트와 거리가 먼 게 사실이라서다. 

업계 관계자는 “B마트가 타깃으로 삼은 1~2인가구의 비중이 워낙 큰 만큼 골목상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국내 1인가구의 비중은 29.8% (통계청·598만7000가구)에 달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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