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블록체인 부동산 플랫폼, 300억원 가치 있나요?
정부 블록체인 부동산 플랫폼, 300억원 가치 있나요?
  • 김다린 기자
  • 호수 375
  • 승인 2020.02.17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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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부동산 시스템의 그림자

“부동산 거래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서류 위ㆍ변조의 가능성이 사라진다. 종이서류의 존재가치가 사라져 부동산 행정이 빨라질 여지도 있다.” 정부가 부동산 정보를 데이터화한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지자체에선 벌써 시범사업을 논의 중이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꽤 많은 예산을 도입할 만큼 효율적인 기술이 맞느냐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블록체인 부동산 시스템의 그림자를 밟아봤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 블록체인이 꼭 필요한 지는 의문이다.[사진=뉴시스]
부동산 거래 과정에 블록체인이 꼭 필요한 지는 의문이다.[사진=뉴시스]

“종이서류 없이 편리하게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 위ㆍ변조 우려도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블록체인 부동산 거래 시범사업 시스템 구축’이다. 

그간 국민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거래를 할 때 등기소ㆍ국세청ㆍ은행 등에 종이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했다. 문제는 종이서류의 규모가 연간 1억9000만건으로 너무 많은데다 소요비용(1292억원ㆍ2017년 기준)도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종이서류가 안전한 것도 아니었다. 손쉽게 위ㆍ변조가 가능해 업ㆍ다운 계약서 작성 등 각종 부동산 범죄에 악용됐다. 

정부는 이 문제를 신기술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부동산 관련 정보를 데이터화한 플랫폼인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하겠다는 거였다.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은 국토교통부와 대법원 등 정부가 관리하는 18개 부동산 관련 공적장부를 하나로 통합한 운영시스템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얹으면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이 변경될 때마다 모든 네트워크에  내역이 기록된다. 이럴 경우 대출을 받을 때 굳이 종이 증명서를 은행에 제출할 필요가 사라진다. 은행 담당자가 실시간으로 블록체인에 저장된 토지대장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일부 지자체의 시범사업을 통해 운영되던 이 플랫폼은 올해부터 전국 사업으로 확대된다. 그렇다면 이제 국민들의 부동산 거래는 편리하고 안전해지는 걸까. 정부의 블록체인 부동산 플랫폼의 장점을 하나씩 따져보자. 일단 정부 설명대로 이 플랫폼은 데이터의 임의 위ㆍ변조를 방지하기엔 용이하다. 거래내역 등 정보가 담긴 블록을 네트워크 참여자가 공유하면서 암호화가 진행되는 블록체인의 특성 덕분이다.
 
문제는 위ㆍ변조 방지 외엔 별다른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내세운 장점 중 하나인 ‘종이 증명서 없는 편리함’은 되레 블록체인에 발목이 잡힐 공산이 크다. 

사실 블록체인은 편리함을 방해하는 기술이다.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해당 거래의 진위를 일일이 파악하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보자. 이 둘은 분산화와 보안성에 먼저 초점을 맞추고 개발을 시작했는데, 사용자 수가 아주 많은 지금에 와서는 거래 처리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 비자카드는 초당 2만4000처리속도(TPS)를 보이는 반면 비트코인은 7TPS, 이더리움은 20TPS에 불과하다. 비트코인으로는 거래를 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란 얘기다.


서류 없는 부동산 거래의 꿈

블록체인 기술 전문가 이병욱 크라스랩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블록체인 기술은 온라인 거래를 간편하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중앙화 방식과 비교하면 매우 속도가 더디고 비효율적이다.”

그렇다고 위ㆍ변조 기능을 반드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막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각 지자체가 시범운영 중인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은 해킹 위협에 시달리거나 시스템 장애 위협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 해킹의 유인이 적어서다. 

데이터의 위ㆍ변조가 그렇게 걱정이라도 ‘블록체인 기술’이 능사인 건 아니다. 정부 내부에 이중삼중의 보안 시스템을 갖추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더구나 블록체인 도입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당시 국토부는 이 시스템 개발을 위해 4년간 300억원의 예산을 잠정 책정했다. 

이병욱 대표의 주장이다. “블록체인의 유일한 강점은 제3자의 중개를 신뢰해야 할 필요를 없앴다는 데 있다. 어느 업계나 중개자들이 탐욕을 부려 막대한 비용을 가로챘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탐욕을 부리지 않고 신뢰할 만한 기관이 있다면, 굳이 이 기술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우리나라 정부가 개인간 부동산 거래에 탐욕을 취하고 있는가.”

이뿐만이 아니다. 블록체인의 유용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실생활에서 이 기술을 도입해 성공한 사례는 사실상 비트코인밖에 없다. 기술의 장밋빛 미래 말고는 대중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요소가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왜 부동산 블록체인 플랫폼이 추진되고 있는 걸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2017년부터 2018년 초까지 가상화폐 버블이 시작됐고, 당시 블록체인은 만병통치약 같은 기술로 통했다. 정부의 부동산 블록체인 플랫폼 도입이 논의되던 것도 이때쯤이었다. 하지만 기술이 추구하는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도입하는 건 헛발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관련 정보의 데이터화만 착실하게 해도 편의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도입 이유가 뚜렷하지 않으니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국토부의 블록체인 플랫폼은 플랜은 현재 ‘올스톱’된 상황이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시범사업부터 무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적인 이슈, 지자체 권한 배분 등 여러 이유에서 지난해 예정됐던 시범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면서 “올해부터 다시 계획을 짜서 시동을 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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